가만가만 누워서 천정에 용케 달려 있는 형광등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이름만 떠올리면 웃음이 하루종일 멋질 않는다.
또둘이, 분돌이, 몽글이, 섭섭이...
이 사람들은 형제였다.
내가 어린 시절 우리집 이웃에 사는 할머니의 이름이 옥 또둘, 그리고 동생들이 분돌이, 섭섭이, 몽글이
였다.
또둘이할머니네 친정집은 우리외가가 있는 마을의 이웃집이었다.
또둘이할머니네 여자형제들의 이름이야기를 함 해봐야제.
어느 날 예쁜 각시가 시집을 왔더란다.
엉덩이가 펑퍼짐하고 얼굴이 둥글넙적한 새댁은 누가 봐도 순풍순풍 아들을 여남은명은
쑥 낳을 것 같아서 시어무이, 시아부지가 매느리를 맞고 좋아서 싱글벙글 하였다한다.
각시는 달의 정기를 받아서 얼마 후에 태기가 있었고
어른들의 기쁨속에서 첫아이를 떡하니 낳았다.
"엥, 아니 사돈집식구아이가?"
그래도 첫 딸은 살림밑천 섭섭해도 고운 이름 지었다.
옥 둘이, 둘이는 방긋방긋하며 잘도 컸다.
둘이어메는 건강하여 또 달의 정기를 흠씬 받아 임신을 했다.
"요번에는 아들을 낳아야할낀데..."
이웃 아낙네가 거들었다.
"암만요. 꼭 낳을끼라요."
둘이어메 각오가 대단했다.
부지런히 일을 한 덕에 둘째도 순풍 낳았제
"으앙"
"뭣이요?"
" ..."
알라 받던 이웃할매가 미안시러워서
말을 몬했다.
알라 이름은 또둘이 옥또둘...또둘이오메는 또 딸을 낳았다 섭섭함이 묻어 나는 이름.
또둘이오메는 이번참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두주먹을 불끈 지었다.
펑퍼짐한 궁둥이는 아도 잘 낳는기라.
또둘이가 자박자박 걸으니 또둘이오메 달거리가 뚝 알라가 들어섰다.
밤이면 밤마다 달의 정기를 받느라고 세상 공기를 다 들이마셔 배는 더 불렀다.
"요번참엔 딱 이들인기라 조 뒷태 좀 보소. 펑퍼짐하고 우찌 저리 못났소 "
"뒷태가 몬나모 딱 아들인기라."
또둘이 오메 힘주어 알라를 낳았다.
"으엉"
"아들이요"
" ..."
알라 이름을 너무도 분해서 '분돌이'
분돌이도 씩씩하게 자랐다.
분돌이오메가 또 속이 허전해서 알라를 잽싸게 안 가졌나.
이번엔 두주먹 붉끈 쥐고
"아들을 낳아야제. 꼭 나만 아들 몬나란 법 있나? 요번참엔 세상이 다 쪼개져도 아들을 낳을끼고만"
무서운 집념으로 알라를 또 낳았네.
하늘도 무심하지... 요번도 조개...
알라 이름은' 섭섭이' 섭섭이오메는 이제 정말 오기가 생겼다.
왜, 왜,왜 나만 아들을 몬낳아... 하고 두눈 부릅 뜨고
섭섭이 동생을 또 낳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섭섭이오메 요번엔 뭐라고 이름 지을낭가?
너무도 하늘이 원망스러운 섭섭이오메
알라이름을 얼굴 한 번 디다보니 몽글몽글하게 생겼다고
'몽글이' 라고 지었다.
또 그 밑으로 딸이 셋 정도 더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그들은 기억이 잘 안난다.
결국 몽글이오메는 아들을 낳았다.
아홉번째인가???
너무도 우스운 이름들...
왜 옛날엔 딸들 이름을 이리도 지었을까?
꼭 무슨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 분풀이로 지은 이름 같아서 늘 놀렸을 것 같다.
또둘이할메는 돌아가셨다.
분돌이, 몽글이, 섭섭이란 이름이 얼마나 우스운지 가끔씩 생각 해 내고는 온종일 웃어본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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