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또둘이, 분돌이, 몽글이, 섭섭이...

이바구아지매 2007. 1. 19. 19:45

 

 

가만가만 누워서 천정에 용케 달려 있는 형광등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 이름만 떠올리면 웃음이 하루종일 멋질 않는다.

 

또둘이, 분돌이, 몽글이, 섭섭이...

 

이 사람들은 형제였다.

 

내가 어린 시절 우리집 이웃에 사는 할머니의 이름이 옥 또둘, 그리고 동생들이 분돌이, 섭섭이, 몽글이

 

였다.

 

또둘이할머니네 친정집은 우리외가가 있는 마을의 이웃집이었다.

 

또둘이할머니네  여자형제들의 이름이야기를 함 해봐야제.

 

 

어느 날 예쁜 각시가  시집을 왔더란다.

 

엉덩이가 펑퍼짐하고  얼굴이 둥글넙적한 새댁은 누가 봐도 순풍순풍  아들을 여남은명은

 

쑥 낳을 것 같아서 시어무이, 시아부지가 매느리를 맞고 좋아서 싱글벙글 하였다한다.

 

각시는 달의 정기를 받아서 얼마 후에 태기가 있었고

 

어른들의 기쁨속에서 첫아이를 떡하니 낳았다.

 

"엥, 아니 사돈집식구아이가?"

 

그래도 첫 딸은 살림밑천 섭섭해도 고운 이름 지었다.

 

옥 둘이, 둘이는 방긋방긋하며 잘도 컸다.

 

둘이어메는 건강하여 또 달의 정기를 흠씬 받아 임신을 했다.

 

"요번에는 아들을 낳아야할낀데..."

 

이웃 아낙네가 거들었다.

 

"암만요. 꼭 낳을끼라요."

 

둘이어메 각오가 대단했다.

 

부지런히 일을 한 덕에 둘째도 순풍 낳았제

 

"으앙"

 

"뭣이요?"

 

  " ..."

 

알라 받던 이웃할매가 미안시러워서

 

말을 몬했다.

 

알라 이름은 또둘이 옥또둘...또둘이오메는 또 딸을 낳았다 섭섭함이 묻어 나는 이름.

 

또둘이오메는 이번참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두주먹을 불끈 지었다.

 

펑퍼짐한 궁둥이는 아도 잘 낳는기라.

 

또둘이가 자박자박 걸으니 또둘이오메 달거리가 뚝 알라가 들어섰다.

 

밤이면 밤마다 달의 정기를 받느라고 세상 공기를 다 들이마셔 배는 더 불렀다.

 

"요번참엔 딱 이들인기라 조 뒷태 좀 보소. 펑퍼짐하고 우찌 저리 못났소 "

 

"뒷태가 몬나모 딱 아들인기라."

 

또둘이 오메 힘주어 알라를 낳았다.

 

"으엉"

 

"아들이요"

 

" ..."

 

알라 이름을 너무도 분해서 '분돌이'

 

분돌이도 씩씩하게 자랐다.

 

분돌이오메가 또 속이 허전해서 알라를 잽싸게 안 가졌나.

 

이번엔 두주먹 붉끈 쥐고

 

"아들을 낳아야제. 꼭 나만 아들 몬나란 법 있나? 요번참엔 세상이 다 쪼개져도 아들을 낳을끼고만"

 

무서운 집념으로 알라를 또 낳았네.

 

하늘도 무심하지... 요번도 조개...

 

알라 이름은' 섭섭이'  섭섭이오메는 이제 정말 오기가 생겼다.

 

왜, 왜,왜 나만 아들을 몬낳아... 하고 두눈 부릅 뜨고

 

섭섭이 동생을 또 낳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섭섭이오메 요번엔 뭐라고 이름 지을낭가?

 

너무도 하늘이 원망스러운 섭섭이오메

 

알라이름을 얼굴 한 번 디다보니 몽글몽글하게 생겼다고

 

'몽글이' 라고 지었다.

 

또 그 밑으로 딸이 셋 정도 더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그들은 기억이 잘 안난다.

 

결국 몽글이오메는 아들을 낳았다.

 

아홉번째인가???

 

 

너무도 우스운 이름들...

 

왜 옛날엔 딸들 이름을 이리도 지었을까?

꼭 무슨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 분풀이로 지은 이름 같아서 늘 놀렸을 것 같다.

 

또둘이할메는 돌아가셨다.

 

분돌이, 몽글이, 섭섭이란 이름이 얼마나 우스운지 가끔씩 생각 해 내고는 온종일 웃어본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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