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도깝아, 도깝아 어디 있니???

이바구아지매 2007. 1. 18. 07:29

 

나 어렸을적엔  도깨비가 참 많았다.

 

집집마다 도깨비가 와글와글... 산밑마을 우리동네는 사람보다도

 

도깨비가 더 많았다.

 

우리집 대밭에는 대밭도깨비가 살았고

 

큰밤나무아래엔 밤나무도깨비랑, 감나무밑둥에 붙어 살던 돌감나무도깨비.

 

마당가에 있던 마당빗자루에도 도깨비가 살았고

 

정지깐엔 부석도깨비가 살고 있었다.

 

마루밑에는 마루밑 먼지도깨비가 살고 ...

 

우리집에는 다른집 보다 식구가 훨씬 많았는데 도깨비도 한몫 단단히 했다.

 

도깨비들은 신기하게도 낮에는 다 잠자고 밤에만 날뛰었다.

 

도깨비는 야행성이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 우리동네에서 도째비가 젤 많이 사는 집은 대밭집일걸..."

 

"식구도 젤 많고  도째비도 젤 많고..."

 

"대밭집 도째비들이 뭉치면 우리동네 도째비들이 골로 갈 걸"

 

우리동네 사람들은 우리집에 사는 도깨비들까지도 시비를 곧장 걸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우리집 도깨비들이 뭉치면 다른집 열도깨비보다 힘셀 것이다.

 

우리집 도깨비들은  깨도리들이니깐...

 

어느 날 어스름 달밤에 우리집 대밭도깨비가 마슬을 갔던 모양이다.

 

자루가득 댓잎을 넣고 바스락 거리며 대밭으로 가다가

 

동네아지매한테 들켰다.

 

똑똑한 도깨비들은 사람들에게 잘 안들키는데 우리집 대밭도깨비는

 

고마 동네아지매한테 들킷다.

 

한 번 들킨 도깨비는 자꾸만 들켯고 횟수를 거듭하면 도깨비의 힘이 약해졌다.

 

그러면 도깨비는 빛을 잃게 되는데...

 

파란불빛 말이다.

 

우리집 마당빗자루 도깨비도 수시로 들켰다.

 

허수아비꼴을 하고 잿간으로 놀러 가다가

 

꼭대기집 아지매한테 들키고

 

부석도깨비는 옆집 봉이할매한테 들키고

 

그래도 아무도 도깨비를 무서워 하지 않았다.

 

그런 도깨비들은 다 우리 아가들에게 잠 재우는데 좋은 자장가가 되어 주기도 하고

 

이야기보따리의 주인공이 되어서 우리에게 재미를 주엇다.

 

우리집을 나서면 큰 도로가 나오고 그 도로가에는 버드나무가 한줄로 서 있었다.

 

그 버드나무에도 버드나무 도깨비가 살고 있었는데

 

밤에 먼길 다녀오다가 혹은 마슬 댕기오던 아지매들한테 종종 들킨 도깨비들

 

밤만 되면 산밑마을에는 도깨비들이 내려 와서 춤추고 놀았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키면 재미난 재주를 부리기도 하였지.

 

 

어느 날 우리아부지가 하청 친척집 잔치에 댕겨 올 때 막차를 놓쳐서 밤이 되어서 걸어 오는데

 

다공에서 우리마을이 시작 되는개고지에선 좀 무서번 생각이 들더래

 

그 때 울아부지 술여남은잔 마시고 취기가 있었는데 개고지 인적이 없는

 

산밑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대

 

"임진강 어름장에 팽이 치는 아혜야~~~"

 

하고 노래에  정신을 쏟았대

 

5m앞에 구슬같은크기의 불들이 동글동글 하며 발앞을 계속 비쳐 주었대.

 

그러자 앞이 환해져서 마을로 오는데 금방 올 수가 있었대

 

버드나무가 줄 서 있던 마을 어귀에는  키큰 허수아비가 서 있고

 

언덕아래 강물에선 차박차박  물장난치는 소리가 나고...

 

집에 돌아온 아부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들은 다 도째비라 안 하나...

 

아무 헤코지도 않고 불 밝혀 주고 저거끼리 잘 노는

 

나 어렸을 적에 사흘이 멀다고 듣던 도깨비이야기들

 

 

그 도깨비들이 사라졌다.

 

고놈의 새마을 운동이란 것 땜에

 

우리집 대밭도깨비도. 대빗자루도깨비도, 부석도깨비도. 마루밑먼지도깨비도.

 

돌감낭개도깨비도, 밤낭개도깨비도.

 

길밖 행길가의 버드나무도깨비도

 

강물도깨비도, 산밑마을에 밤만 되면  꼬물고물나와 놀던 산도깨비들도

 

다 사라졌다.

 

 

초가집도깨비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사흘이 멀다고 듣던 어리숙한 도깨비이야기들...

 

잠잘자라고 도깨비 이야기 들려 주면 아가가

 

어느새 꿈나로로 갔던  동화같은 도깨비들...

 

 

다 어느 산밑마을로 갔을까???

 

그리운 도깨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