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엄마는 생리중

이바구아지매 2007. 2. 6. 04:50

 

 

"엄마, 엄마 생리가 나온다.

 

빨랑 닦아. 생리나온다구 어서 "

 

"아니야, 이건 생리가 아니고 가나가 햇딩을 해서 엄마 입이 터져서 나오는 피야"

 

"아니 생리하잖아 엄마 입이 생리 해 "

 

하고 쫓아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듬뿍 찢어서 온다.

 

놀란 눈으로...

 

참 어이없다.

 

나는 아래로도 생리를 하고 입으로도 생리를 한다.

 

4살바기 울가나는 이런 복잡한 관계를 잘 모르고 오로지 피가 나오면

 

생리한다고 고함을 질러댄다.

 

아이가 이러는데는 내 잘못이 큰 것 같다.

 

내가 울딸들한테 생리가 나올 땐 숨기지 말고 당당하고 그 기간을 밝고 명랑하게 보내란 뜻으로

 

기분이 좀 나쁜 딸아이들 모습이라도 보면

 

"너 생리중이야, 웃어 그깟 생리가 뭐 그리  무서워  즐겁게 생리는 즐겁게 하는 거야."

 

하고 늘상 이야기하니

 

울가나는 생리가 노래다.

 

딸이 넷이고 나까지 여자가 다섯이니 한달 내도록 생리중이라고 해도 지나친 게 절대아니다.

 

그리고 생리대가 훨훨 난다.

 

엄마인 내가 푼수처럼 주절거리니. 가나가 배운 것이다.

 

언니들의 생리대엔 피가 묻혀 나온다는 걸 잘 안다.

 

가끔씩 가나는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오줌나오는 곳을 들여다보며

 

"엄마, 나는 생리가 안 나오네"

 

이런다. 우리집에선 생리란 말을 비밀스럽게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녀석도 엄마랑 누나들이 생리를 많이 해서 생리대 장사를 해야겠다고하고

 

생리대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서 지는 장가가면 딸을 많이 안 낳으리라 한다.

 

참 우습다.

 

오늘 내 입애서 피가 난 것은 가나가 뒤에 앉은 엄마한테 해딩를 쎄게 해서 입이 터져버린 것이다.

 

순간 별이 떨어지듯 머릿속이 까맣고 불이 번쩍했다.

 

얼마나 아픈지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죽을 맛이었다.

 

엎드려서 딩굴다가 일어나니 입에서 피가 주루루 흘러 내린 것이다.

 

"엄마, 생리 해  자자 가나가 닦아 줄게"

 

"엄마, 생리하세요 여기 생리대 가져 왔어요."

 

"입으로 생리하는 것 봤어?"

 

"아니 난 엄마가 다친 것 몰랐어요,"

 

하고 셋째가 변명을 대며 방에서 나오는 게 생리대를 챙겨 나오는 게 아닌가.

 

"니가 아를 안 봐 주니까 이런 일이 생기지 다 니 때문이야,"

 

'엄마. 엄마는 왜 이러세요. 허 참 또 내 탓이라네. 엄마는 툭하면 네 탓이라고 하세요."

 

"시끄러워 그럼 니 탓 아니고 내 탓이야?"

 

"다른집에는 늦둥이가 있으면 언니들이 다 키워 준다는데 우리집에는 밥도 내가 하고

 

빨래도 내가 하고 집청소에다 아이까지  이러니 이런 사고가 나지..."

 

하고 실컷 울었다.

 

"엄마, 인제 생리 안 나와 울지마."

 

"가나 너도 나빠 언니한테도 자꾸가란 말이야, 엄마한테 다치게 해 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고

 

저리 가 "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울다가 일어 나 거울을 보았다.

 

입술이 팅팅 부어  보기 흉햇다.

 

우리 가나 잠시 떨어져나가서 놀란 모습으로 언니한테 가면서

 

"엄마, 인제 생리 안 나와"

 

 

끝까지 고놈의 생리타령이다.

 

울다가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웃는다.    흐흐흐헛

 

 

 

 

'이야기뱃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8세 할머니의 죽음...  (0) 2007.02.09
오줌  (0) 2007.02.08
[스크랩] Re:빨래  (0) 2007.02.05
[스크랩] 빨래  (0) 2007.02.05
꼬방동네 사람들  (0)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