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스크랩] Re:빨래

이바구아지매 2007. 2. 5. 07:50

청희야, 너거동네 빨래하는 모습 참말로 잘 읽어 보았다.

 

그림이구나. 빨래하던 그 시절 모습이 오롯하게 그려져 있어.

 

옛생각을 잘 떠올려 글로 표현하는기 생각만큼이나 쉽지 않거든

 

욕봤다아이가. 그런데 서답씻던 풍경이 너그 동네는 참 아기자기 했구나.

 

큰서답 (빨래) 은 큰 냇가로  먼길 간다고 더 욕봤네.

 

나는 우리동네 서답터 이야기를 답글로 옮겨 볼란다.

 

 

친구들이 다 알다시피 우리동네는 큰강이 있어 강에 대한 추억이 엄청나다.

 

서울에는 한강이 있고 경상남북도를 가로 지르는 낙동강 전라도와 갱상도를

 

동무하여 흐르는 섬진강 이런 큰강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알아 주는 강이지만

 

우리동네' 죽전천' 은 울 동네 빨래터의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여름날엔 목욕탕과

 

피서지역할을 톡톡히 해 낸 다른 동네에서 추억하지 못한 다양한  별난 이야기를 담아 내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넓은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동네 여름 풍경을 함 담아 보까?

 

태양이 지글지글 타오르는 여름 한 날 우리움마, 성자저검마, 갱수이저검마, 미화저검마

 

갱헤저거할매. 봉희언니저거 할매  기태기저검마, 태워이저검마...

 

꽃밭덤벙에 이불호청댓가지랑 오만빨래거리를 다 다라에다 이고 들고 안 나왔나.

 

근데 우리동네 빨래터는 참 운치가 있고  특별했다고 볼 수 있제

 

빨래만 하모 지루하고 긴 시간을 우찌 보내끼고 그랑께  지혜로운 우리들 우마씨는

 

바지개에다 솥과 쌀, 강냉이, 부칭개부칠준비, 김치 그라고 단물준비까지

 

해갖고 아부지들이 꽃밭덤벙까지 져다 내 안 주나.

 

그라고 백솥을 몇개 큰 돌 주워  아궁이를 만들어 불을 땔 수 있게 안 만드나.

 

참 나는 집에서 장작몇개와 곰솔하고 신문지도 가져 갔제

 

먼저 움마들은 빨래를 하고 있을 동안  따라간 우리들은 쌀도 씻어 불라 놓고

 

움마들이 큰 이불 빨래 할 동안 맛난 점심 준비를 안 하나.

 

따라 간 봉희언니랑은 밥도 잘하고 반찬이며 부칭개 부치는 선수 아이가.

 

기태기저거 누나는 시집 갈 때 가 다 되어 갔응께 바로 도사고

 

나랑 우리 언니는 시다바리...

 

정오의 태양은 밥하는 밥냄새가  우짜모 '허브'향보다 고소했제.

 

소풀에다 땡초고치도 듬뿍 쓸어 넣고  호박잎사구도 밥욱에다 쪄 놓고

 

젓갈에다 비빈 양념장도 준비하고 

 

" 영자야, 밥 다 됐나. 우마씨들 배 고푸다. "

 

"야 다 됐소 쌔기 여 와서 밥 퍼 놨응께 자시소 "

 

너른 몽돌밭에서 냇물소리를 들음서 우마씨들은 수저를 들었다.

 

먼저 오이냉국을 양재기째 들고 마시던 갱헤할매가

 

"아이구 썬 하다. 에사로 안 맛싯다. 인자 영자는 시집가도 되것따."

 

"소풀부치미맛은 더 안 좋소 할매요 자시 보소"

 

울움마랑, 할매, 아지매들이 밥묵고 있을 때  우리는 물에 드가서 입은 채로 목욕하고

 

우리동네 아들은 헤엄을 또 얼매나 잘 쳤노.

 

꽃밭덤벙 산우게 올라가서 알로 보고  '배우이름 찾기'

 

"김지미" 하고 코를 잡고 물에 첨벙 뛰어 들었제

 

오만 배우이름이 다 나오고 최무룡, 남정님, 윤정희 문희, 허장광,..

 

이르는 사이에 밥 묵고 이불호청 빤 것들을 백솥에 담고 양잿물 넣고

 

폭폭 안 삶나. 빨래 삶는 냄새가 온 냇가를 물들이고 발래가 푹푹 삶기는 동안 우마시들은

 

물에 드가서 선녀가 안 되나.

 

웃기는 아지매는 이란다.

 

"나무꾼이 안 오나. 날개 옷도 엄는데 다 씻엇삐고..."

 

입은 옷도 꼬장주만 냉기고 다 빨아서 갱변에 안 널어 놓나

 

몽돌은 뜨거운 기운으로 두세시간이모 다 몰라삐는기라.

 

우마시들은 신선거치 씻고 나와서 요번엔 단물까지 묵고  그늘나무 아래가서 한 숨 자고

 

그 동안 빨래는 다 삶겨서 물속에 드가서 여럿이서 정사각형으로  잡고  서만 있어도 양잿물이 다 안 빠

 

지나.

 

이 때 짚은 물에 드가서 있으모 넓은 이불호청에  피라미새끼랑 탱바리도 이불호청위에서 안 노나.

 

그래도 그  작은 게기들은 도로 놓아 주고 이불호청은 건져서 탈탈 털어서 갱변에

 

반듯하게 쫙 일렬로 안 몰루나.

 

순식간에 갱변은 누런 광목, 혹은 포플린이불호청으로 갱변이 하얗게 변하고

 

우리는 사끔지놀이를 안 하나. 우마씨들은 동네 이바구를 다 하고...

 

오후 2시가 넘으모 이불호청이 다 몰라삐

 

그라모 요번에 풀메겨서 대충 처리를 해갖꼬  다시 삐득하게 몰라

 

다라이에다 담아 우리가 들고 집에 안가나.

 

우리동네 빨래터는 빨래하로 죽토야부에서까지 안 왔나.

 

그라모 우린 텃세도 쫌 했제

 

참 정겨운 빨래터... 헷치란 것도 하고

 

헷치란 건 마을 소풍아이가

 

노래하고 춤추고 만남 것 묵고 하루를 냇가에서 놀던 모습

 

고 옆에는 두워이 저거 부룩떼기도 그 큰 눈을 껌뻑이고 섰고...

 

참 정다운 풍경이었제...

 

멋진 냇가가 이목저수지 맨든다고 막아삐고 대우조선, 삼성조선 사람들이 마이

 

드라가 인자 추억만 냉긴 빨래터... 그래도 기억속에선 아직도 빨래를 한다.

 

더운 날 길 가던 사람들은  맑은 물에 낮 씻고  손수건도 적사가고...

 

 

 

 

 

출처 : 연초중학교18회동기회
글쓴이 : 빨강머리앤 원글보기
메모 :

'이야기뱃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줌  (0) 2007.02.08
엄마는 생리중  (0) 2007.02.06
[스크랩] 빨래  (0) 2007.02.05
꼬방동네 사람들  (0) 2007.02.01
색다른 추억  (0) 2007.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