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오줌

이바구아지매 2007. 2. 8. 13:39

 

 

창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올 겨울엔 비소식이 거의없어 우리지역 '구천댐'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사람들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비를 갈구했다.

 

다행히 오늘은  하늘이 우리의 간절함을 알고 비를 선물로 내려 주듯 온 세상에

 

비를 가득 뿌려 준다.

 

물기를 머금은 나무랑 새싹들은 기운이 폴폴 나서 새싹을 티우고 잎이 돋아나고

 

꽃망울이 벙글 것이다.

 

이비그치면 봄은 지천에 햇살의 영양분을 많이 공급해서 살아 있는 것들이 현미경으로 보면

 

꿈틀대는 것이 자알 보일 것이다.

 

 

비가 내리는 날엔 참 이상하게 오줌이 자주 마렵다.

 

우리집엔 가족이 많고 특히 아이들이  있어서 실내의 욕실에 후다닥거리며 오줌을 번갈아가며

 

누러 가는 통에 환기가 잘 안되어 찌린내가 슬슬 풍긴다.

 

비 오는 날이면 적당한 습기를 머금고 짠내가 거실 곳곳을 기어 든다.

 

심심하니 오늘은 오줌에 대한 추억을 떠 올려 봐야지...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의 기억 중에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혼자가슴에  담아 놓은 웃기는

 

오줌에 대한 추억 하나를 내 블로그 항아리에 담아 놓아야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시기로는 꽃샘추위가  사방을 찬바람으로 휘감던  지금쯤이나 조금 더 3월에 가까웠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교실은 운동장서쪽 플라타너스 나무옆으로 오래된 기와와목조로  된 일제시대후에 막 지어 진

 

학교였는데 교실도, 복도도 다 나무여서 비가 오는 날이면 오줌이 유별나게 자주 마려웠는데도

 

화장실에 가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화장실은 학교 뒷편에 역시 기와집으로 언덕위엔 무덤이 대여섯개가 있어

 

 비가 오는 날엔 화장실아래에서 하얀 화장실 귀신이 나와서

 

"파란휴지 주까? 빨강휴지 주까?"

 

하면서 똥구멍을 잡아 당긴다는 귀신이야기로 오줌을 참고 집에 가느라고 얼마나 용을

 

썼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그 오줌 참던 기억에 오금이 절여 오는 느낌이 든다.

 

 

그날도 비가 사정없이 주룩주룩 내렸고 우리는 학교 수업을 끝내고 다른 날 같으면 화장실에 갔다가

 

집에 가는데 그 날은 비가 너무 내리니 귀신이야기가 생각나서 도저히 화장실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우리집까진 걸어서 10~12분정도의 거리였는데 참고 가는 것은 무리였다.

 

얼마나 힘을 주고 다리를 오무렸는지 집은 커녕 학교 운동장을 벗어 나기도 쉽지 않았다.

 

그 때 내 머리속엔 벼락같은 스침이 있었다.

 

'그래, 일부러 비를 맞는거야. 그럼 오줌을 싸도 모를 걸 친구들이 내가 오줌 싼 걸 알리가 없지

 

그냥 싸자. 에라 모르겠다. 비야, 더 세게 내려라."

 

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며 옷에 오줌을 쌌다. 걸어가면서 친구들이 눈치 못 채게...

 

'와 시원하다'

 

그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참았던 오줌이 스르르 빠져 나가니 시원하고 기분마저 좋아졌다.

 

" 아이구 꼬랑내야, 왜 갑자기 오줌냄새가 풍기지"

 

아이들은 빗속을 가면서도 냄새를 귀신같이 맡았다.

 

 

"누가 옷에 오줌 쌌나 봐"

 

"누가 쌌지?"

 

"비 온다고 옷에 오줌 싸고 자수 안 하는 사람이 누구야?"

 

나는 그 때 에라모르겠다. 하고 마구 달렸다.

 

우산도 펴지 않고 얼마나 달렸을까?

 

포장하지 않은 황톳길을 마구 달려서 미끄러져서 넘어지기도 했지만 얼른 일어나서 또 달렸다.

 

황토가 묻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줌 싼 게 탄로나면 얼마나 놀림감이 될 것인가 만약에 내가 오줌 싼 걸 아이들이 알면

 

그날부터 나는 오줌쟁이로 낙인이 찍혀서 졸업때까지 놀림을 당하고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혹

 

기억해 내는 친구는 이리 말하겠지

 

"아, 맞아 비 오는 날 옷에 오줌 싼 그 애"

 

얼마나 망신스럽겠나.

 

진흙을 엉덩이며 무릎에 가득 묻히고도 달렸다.

 

그날따라 우리집이 왜그리 멀어보이던지...

 

집에 도착하니 내 모습을 보고 아버지랑 엄마가

 

"그기 다 뭐꼬 여자깡패처럼 해 갖고 어데서 그 난리가 난노 조심 안 하고"

 

"엄마, 나 옷에 오줌 쌌어 "

 

"아이구 짠내야. 가시내가 칠칠맞거로 옷에 오줌이나 싸고 그래 되것나"

 

"뭐라고 하지마라. 비 오는 날엔 오줌이 자주 마려운께 오다가 어데다 싸것노

 

괜찮다. 얼른 옷 갈아 입고 이불밑에 드가라. 감기 걸릴라"

 

울아부지는 참 자상하셨다.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늘 내 편에 서 주셨다.

 

그날 내가 옷에 오줌을 시원하게 싼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도 모르게 빗줄기랑,함께 싸버린 오줌...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빙그레 웃음 웃는 그 날의 삽화다.

 

나는야 물찬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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