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눈 높이로 놀기...

이바구아지매 2007. 2. 12. 11:45

 

'엄마, 우리 시장에 가나"

 

"응"

 

맛있는거 사로 가나?"

 

"그래요 오늘은 쑥국을 끓일거야"

 

"쑥? 그기머꼬? 맛있는 과자가?"

 

"아니야 봄에  들판이나 언덕에 나는 나물이야"

 

'밥하고 무모 맛있나?"

 

"응 아빠가 좋아하실걸?"

 

"엄마, 가나는 노루고기하고 맬치, 조기, 고등어만 맛있다

 

그런거만 사도라 김하고...?"

 

"그럼 좋아하는 것만 무모 편식이라쿠거기라 여러가지 반찬을

 

묵어야하는기라?"

 

"아 그럿나 그라모 다른거 안무모 코피가나고 머리도아푸나?"

 

"그래 키도 안 커고 예뻐지지도 않는다 "

 

시장 가는 길에 우리 모녀는 주고받고 조잘대며 행길로 나섰다.

 

아직 바람이 뼈속으로 찬기운을  느끼는 날씨다.

 

시장엔 지난 주 보다 훨씬 풍성하고 먹거리가 다양해진 느낌이다

 

생선파는 아지매, 할매들은 난전넓은 길을 훨씬 많이 차지하고 대목을 보자는 분위로

 

월요일의 시작을 활발하게 했다.

 

"엄마, 쑥이 어딧노? 나 사 주라 시장놀이하고 놀란다."

 

나가 엄마하고 엄마가 가나해라 알았제 쑥 사 가모  가나가 요리하께"

 

"그래그래 우리 가나가 요리를 얼마나 잘 하는지 엄마는 오늘 감기가 심하니

 

누워 있으께?"

 

"으  가나도 요리 잘 하제?"

 

"참 콩나물 국도 끓여주라 감기엔 고춧가루 푼 콩나물국이 마이 무모  좋대"

 

"가나 잘 못해 콩나물국은 귀염언니한테 끓이라캐라"

 

"알겠습니다."

 

요즘 시장엔 자주색 딸기대야가 판치는 시장풍경이다.

 

작은 대야는 플라스틱으로 쌀 한 되박 정도 들어가는 대야로 고 대야에 오만 가지가 다 담겨서

 

시장의 새로운 풍경을 만든 주인공이다

 

몇 해 전 봄 딸기장수들이 이 대야에 딸기를 담은 채 팔기 시작 해서 이젠 저 대야의 용도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에 가깝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쑥도 한 대야씩 팔았다

 

'할매, 이 쑥 한대야 얼만데예?"

 

"으 5000원이다 어제 밭언덕에서 캤다 싱싱타 사 가라 얼매나 쑥내가 좋노 쑥국 끓이무모

 

입맛이 싹 돌끼다."

 

빨간대야 한대야의 쑥을 사고 오이,호박,콩나물도 사고...

 

"엄마, 인자 고만 사라 과자만 더 사고 집에 가서 내가 요리 해 주꼐"

 

가나가 잡아당기는 통에 시장에 나온 봄나물 구경이며 건어물 생선 과일 구경을 제대로 못하고 돌아 왔

 

다 가나는 사 온 쑥으로 국을 끓이겠다며 냄비에 넣고 물을 붓고 가스를 켜 달라고 졸라대고

 

참 어지러운  모습이다

 

오늘도 시장놀이랑 요리한다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가나의 호기심을 체력이 딸려서

 

참여하는데 많이 힘들다.

 

오늘도 밥한그릇 더 먹어야겠다.

 

쑥국 끓여서 입맛 돌고 힘내서 가나랑 놀아주어야지..

 

늙은 엄마는 밥 힘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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