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영어의 바다에 빠지다

이바구아지매 2007. 2. 10. 07:32

 

 

"따르릉 따르릉  "

 

"여보세요? 어 울 신랑이네  우짠일이요?"

 

"각시가 보고싶어서?"

 

피 머꼬  와 그라노 무신 일이 생깃나?"

 

"아이다  나 지금 퇴근하는데 저녁반찬이 머꼬?"

 

"저녁반찬  육군 돼지불고기,갓김치, 오늘 담은 김치     해군 김, 미역 조기

 

공군으로 공기까지 다다 대령햇소."

 

"알것다. 옆눈도 한 본 안팅기고 바로 가께"

 

"맨날 반찬이 먼고 묻는 게 습관이네 참말로...  우찌거리 잔치를 맬 하라꼬?"

 

딸깍

 

지지고 볶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곡밥 차리고 밥상을 임금님표로 차렸다.

 

나는 늘 밥상을 차릴 때 최선을 다한다.

 

'묵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타꼬'

 

반찬을 신경 쓰는 것이 아푸지 않는 비갤이라고 생각한다. ㅎㅎㅎ

 

고로 비만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울 신랑 후다닥 와서 대문을 쾅 닫았다.

 

소리도 요란코

 

"밥 묵자 배 고푸다"

 

"임금님표 밥상 나강께 어서 무라 부른 배가 등가죽에 붙었소?"

 

수저를 들자마자 후다닥 밥두그릇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꼴깍

 

밥상우에 원폭기가 투하를 한자리로 변했다.

 

"와따 잘 뭇따 숭늉 도. 흑맥주는..."

 

"머꼬 오늘만 묵꼬 죽어끼가. 우째그리 7인분을 혼자무 놓고 또 몬 무가 난리고?"

 

"고마 무라 허리둘레 36인치모  죽음이다 나 과부 만들끼가? 언덕밑에서 여섯이서 나란히

 

앉아서  해바라기 하는꼴이  보고잡나?"

 

"고만무까?"

 

밥상을 강제로 뺏아들고 휑하니 주방으로...

 

저녁을 즐거이 묵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우리집울 신랑이 집에 올 때부턴 방송도 한글방송은 몬 본다.

 

고마 영어의 바다에 첨벙빠져 모두들 허우적댄다.

 

고놈의 아리랑TV는 아무리 들어도 한 개도 알아듣기가 심들다.

 

울신랑은 지금 '책 읽어 주는 사람' 이란 영어책을 읽는다.

 

엊그젠' 빅 피시''노르웨이 숲 ' 을  읽더니...

 

"여보야 나  '김용옥' 방송강의 들을란다."

 

"얼만데 무신강의?"

 

"영어성경강의야"

 

"도대체 도올 선생은 어데까지 할 참이고 영어성경강의까지 하고..."

 

"대단타아이가 그람 나 한다이"

 

"오케이 싸인 안 났는데 머하는기고?"

 

벌써 방송강의 들어갔다. 35000원이란다. 휴대폰으로 돈이 나갈끼라네

 

울신랑 영어공부에 돈이 제법 든다.

 

우리집엔 책이 2500권이나 있는데 집몇채값이 책으로 나갔다.

 

앞으로도 우린 돈 모으긴 텄다.

 

영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데 들비용이 얼마나 될까?

 

우리친구들한테 우스개소리로 나는 집이 수백채다.

 

"저바라. 저 책들이 다 집아이가"

 

"니 참 욕본다"

 

울 친구들이 쎄를 껄껄 찼다.

 

지금도 영어소설 헤밍웨이니 별것이 다 있다

 

" 요새는   영어로 꿈도 꾸나?"

 

"으 저번에 한 번 꿋다."

 

"인자 아들한테 투자좀 하자 "

 

나는 우리집에 다섯아이랑 또 한명의 덩치만 큰 아를 키운다.

 

울 신랑은 덩치 큰 아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우째도 해야 하는 성미다.

 

그것이 끝 없는 영어도전기다.

 

"그래 영어의 바다에 빠져서 실컷 허우적그리라. 안 건져 주끼다. 헤엄도 몬침서 ..."

 

'알랑방구 낄 때 알아 봤다'

 

"도올 선상님요, 우리 신랑 좀 잘 봐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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