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하하하 나다 오늘은 집에 있나?"
"예 어무이 "
" 나 지금 너거 집에 갈라꼬?"
"예 오이소"
"근데 나 밥 안 묵었다."
"예 밥 마이 있어예 대구 국도 끓여 놓을게예 빨리 오이소"
딸각
"가나야, 할머니 오신대 할머니 오시면 할머니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드려"
"응 할머니가 저거집에서 오나?"
"아니야 할머니댁에서 오신다. 어른께는 높임말을 써야 해 알았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거실청소며 잘 안 딲던 유리딲기, 거울딲기 이방저방 이불이며 책상위에도
반듯반듯하게 정리하고 다음 주방으로 가서 평소에 함부로 내 널어 놓고 뒤죽박죽인
그릇들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바닥이며 곳곳을 청소하고 누가 온다면 난 항상 이리 바쁘다.
설제수로 준비 해 주신 큰 대구를 반마리는 벌서 국 끓여 먹고 대가리와 가슴살부분을 남겨 두었는데
오늘 마저 끓인다.
대구에다 묵은 김치를 몇 올 넣고 끓였더니 맛이 괞찮다.
맛보고, 상차리고 할 동안 대문이 '쾅' '어무이가 도착하셨네'
잰걸음으로 대문께로 달렸다.
"무슨 짐이 이래 많아예 마이 무거웠지예?"
"아이구 예사로 안 무겁더라 설 셀끼라꼬 냉장고 청소하고 너거집에 줄 반찬하고
안 가 왔나?"
"대구국 끓여 났어예 얼른 점심 잡수이소"
어무이가 가져 온 것들은 싱싱한 미역두 뭉치,양파 한 조매이,시원한 물김치,갓김치,조기다섯마리
청어10마리 푸짐했다.
대충 정리해 놓고 밥상머리에 앉았다.
"아이구 배 고파라 어서 묵자 같이 묵자. 가나 밥도 가 오이라"
"가나는 묵었는데예..."
"우리 가나 잘 있었제 마이 좋아졌네 잘 있었제"
"앗따 국맛 시원하다. 나가 어젯저녁부터 안 굶었나?"
" 왜 굶어예?"
" 밥하기 싫어가꼬 ..."
"굶으모 안됩니더 챙기 드시소 병난다이입니꺼"
"안 그래도 요새 가심이 또 발랑발랑 한 뱅이 도지가 용 심드네 백병원 가서 심전도검사랑
가심 사진 찍어 보고 약 타고 그래 안 오나 뱅원비 좀 애끼보끼라꼬 안 갔더마는 죽것다."
"돈 걱정 말고 꾸준히 병원에 댕기시소 밥도 굶지 말고예 밥 하기 싫으모 우리집에
오이소 방도 많고 밥도 많이 해 놓는다 아입니꺼?"
"허허허 내사마 오느거가는거도 귀찮타아이가 고마 엎디리있는기 젤팬한기라"
"밥 더 갖다 드릴까예?"
"됐다. 마이 뭇다 이틀치로 한본에 다 뭇네 배부리다."
"어무이 어무이가 갖고 오신 물김치가 그리 맛있네예 나사마 태어나서 이래 맛난 물김치는 첨이라예"
"그렇제 입은 다 똑같은갑다. 장꼬방에 놔 두었는데 얼매나 맛난지 너거들 무라꼬
안 가져왔나"
"우찌담은께 요런 맛이 납디까?"
"무시하고 배추, 그라고 배는 안 깎고 그냥 안 넣었나. 소다도 눈꼽만큼 넣고..."
"간도 딱 맞고 우리아들이랑 지은애비도 한 사발씩 묵겠네예"
"참 지은에미야, 요번 설제사는 우짤래?"
"우리가 다 지낼낀데 무슨 걱정은 고마 집에서 편히 계시이소 동서네가 오모 이야기나 하고 놀다가
교회도 가시고 우리는 지은애비랑 범일이가 있는데 음식은 제가 간단하게 할랍니더"
"그래라 제사지내고 집에는 온나. 대전동새랑 오랫만에 얼굴도 보고 이바구도 하거로..."
이런저런 이야기로 서너시간을 넘기고나니
"아이가 시간이 마이 됐다 가볼란다. 군불때야 또 두다리 쭉 뻗고 잘거아이가"
후다닥 일어서시더니
"가나야, 설에 새배하로 오이라 할매가 새뱃돈 주꺼마"
하고 떠나셨다.
오늘저녁상은 또 푸짐하것다.
어무이의 손맛나는 반찬으로 한상 가득차려서 남편한테 내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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