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허수아비의 이야기마당

이바구아지매 2007. 1. 30. 13:41

 

 

허수아비는 내 친구의 닉네임이다.

 

지금 동경에 살고 있다.

 

남편이 일본의 철도청에? 1년4개월 정도로 근무하는 바람에 따라 간 모양이다.

 

어느 날 우리학교 카페에 허수아비란 닉네임으로 들어 와서 자잘한 즐거움을 주었다.

 

우리는 초, 중학교를 작은 면내의 한학교를 다닌  친구로 고등학교부터는 따로 갔다.

 

훗날 결혼해서 서울에서 두어번 만난 것 외엔 연락을 하고 지내진 못했다.

 

그렇게 친하게 지냈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키가 작아서 항상 맨앞 신세니 내 주위의 쪼무래기들과  친할 수 밖에...

 

그래도 난 성격이 밝아서 키 큰 친구들도 좀 있다.

 

그런데 왜 청희랑 친하게 지낸 기억이 없는지 곰곰 생각해 보니 결론은 중학교 땐

 

한 반을 하지 않아서였다.

 

어쨋든 카페에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랑 통하는 게 참 많았다.

 

허수아비는 옛추억을 더듬어 아기자기하게 혹은 다정다감하게 글 쓰는 폼새가 보통이 아니다.

 

'독서지도교사'를 했다고 다른 친구한테 들었다.

 

내 생각에 지금도 글쓰기를 아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싸이'에서 늘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진도 많이 올리고 일기며 사진설명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찾아다니는 블로그의 잘 쓴 글에 못지 않다.

 

하도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 해서 우리카페에 '허수아비의 이야기마당' 이라고 아예

 

멍석을 깔아 주었다.

 

중학교때 문예부를 했었던 때의 기억, 윤종석 영어샘의 억센 갱상도식 영어수업이야기며

 

여선생님 국어선생님인 아주 야무지고 문학에 뜻을 갖게 끔 해 주신 박정애샘,멋쟁이판탈롱의

 

문희닮은 김현희미술샘이야기. 콩나물대가리가 무서웠지만 언니처럼 다정햇던 손헤숙음악샘...

 

이밖에도 엄청난 아니 방대한 이야기의 소재로 우리카페를 찾는 친구들을 사로 잡는

 

매력덩어리가 되었다.

 

엊그제부터는 우리 생활주변에 늘려 있던 여러가지 일상중에서의 제사를 지낼때 풍경, 설풍경

 

감나무의추억 땔깜나무에 대한 추억등이며 아예 자리를 펴고 앉아서 이야기를 밤낮없이

 

술술 풀어내는 멋진 이야기꾼이 되었다.

 

오랫동안 지켜 볼 일이다.

 

이야기보따리뿐 아니라  기억력도 좋고 나랑 걸리빵상하게 구수한 사투리도 잘 펼친다.

 

내 친구들의 숨은 재주가 슬슬 드러나는 모습을 일찍 발견하고 채찍질 해 주어야겠다.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시골의 정겨운 사람사는 재미로움을 글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시골에서 오랫동안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운치, 그리고 글로  

 

담아내려면  시골이 고향인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내 친구 경미는 신춘문예에 당당히 당선 된 경력의 시인이라고 하고!!!

 

바쁘게만 살았지 실속없이 산 나랑은  달리 야무지게 목표 세워 달려 온 친구들이

 

보기 좋다. 글이란 건 여간해서 돈이 되는 건 아니다.

 

따로 직업을 가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것 그것이 멋진 것 같다.

 

허수아비야, 너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다는 것 정말 몰랐어.

 

언젠가 그랬지.

 

나는 어릴때부터 이야기꾼이었다고  온갖 책을 읽고선 학교에 가면 우리반 친구들을 모아 놓고

 

살부쳐가며 이야길 해 주었다고...

 

너도 마찬가지네...

 

좀 더 일찍 우리가 통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유년의 멋진 추억 많이 만들었을텐데...

 

허수애비야, 니가 왜 닉네임을 '허수아비'라고 했을까???

 

생각을 해 보았지.

 

이젠 알겠어. 참새를 쫓아주고 할 일  끝낸 허수아비가 황량한 들판에서 깊은 생각하느라고

 

빈들판에 밀레의 만종소리가 들릴때까지 한톨의 나락알이라도 줍는 농부에게 용기와 힘을, 그리고

 

행복을 주려고 게 서 있었겠지.

 

참 밝은 니 모습에서 니 이름에서 고향을 떠나도 고향은 니 가슴에 허수아비되어 지키고 있구나.

 

 

요강이야기,이름이야기...  만장같이 많은 이야기 다다다 우리방에 풀어라.

 

요담에 우리방 문집을 하나 만들게 그라고 하나씩 가지거로...

 

진짜로  진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라.

 

풋밤의  그 알싸한 정액냄새까지도 우리들만 아는 것

 

돌감의 텁텁한 먹을수록 입안이 가득 차 오는 그 느낌까지도 잘 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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