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하루중 해가 들어 오는 시간은 오후2시에서 3시정도까지다
이건 해가 집안을 비춰 주는 것이 아니고 슬쩍 엿보기를 한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스친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참 해 구경하기 힘든 집이다
대신 할일없는 백수나 백조에게 느긋하게 빈둥대며 잠자기 딱인 집이다
해가 긴 여름은 조금 더 머물러 있기도 한다
이런 집에 산지도 3년이 지났다
도대체가 정이 들것 같지 않던 집도 이젠 정이 들어서 밖에 나가 있으면 이 집 생각이
문득문득 들고 집걱정이 된다
이 집을 사서 이사 오게 된 배경도 어이가 없다
어느 날 벼룩신문광고지에선가? 거제장터인가? 하여튼 광고지에서 본 두 줄 박스 광고에
집이 나 있었다
3 년 전 우리는 자의든타의든 이런저런 사유로 빗이 수억인채 마음 둘 곳 없는 힘든 상태였다
10여년 동안 한 학원사업을 접은 대차대조표가 참말로 한심 할 때였다.
늘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부대낌 속에서 참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열심히만 산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닌 게 사업이다
우리는 학원을 할 때 돈도 잘 벌기도 했고 또 이런저런 인연으로 인해서 특히나 고향에서
하다보니 친구나, 친척들로 인하여 돈씀씀이가 많이 잘못 되었다
보증, 빌려줌, 학원비 떼이기 상품사주기... 이런 것들은 우리를 잘못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이들은 또 다섯이면 식솔이 두세집 식구에 버금간다
이 때 우리는 시골시댁에 있었다
부자가 망하면 삼년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우리는 망한 사람들로 우리에게 남은 건 비싸기도 한 물건과 쌈직한 것, 그냥 버리면 아까운 것
이런 물건들만 가득 그것도 엄청난 양으로 넓은공터에서 비닐이랑 차일등혹은 가빠등으로
덮어서 얼기설기 노끈으로 묶어 놓았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 두달을 갔다
그 동안 비바람이 불어서 비에 맞으면 안 되는 가구들도 그냥 비를 맞고 서 있기도 했다
남의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류대학 나와도 별 수 없네?"
"고시공부 해도 고시는 안 붙데"
"학원하더마는 부모재산 다 날리묵데"
이런 말은 정면으로는 아니지만 내 귀에 맴돌았다
참으로 죽고 싶었다
우리에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거야'
'새로운 곳으로 가는 거야 그기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다'
나와 남편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다
동쪽으로 가자 그래 해가 떠오르는 동쪽으로~~~
이렇게해서 광고지에서 본 것이 거제시 능포동 393-**번지의 지금 이 집이다
새로운 집에서의 새 출발로 우리에게 힘을 줄 이 집을 우리는 꼼꼼하게 따져 보지도 않고
해가 잘 드는지 습기는 안 받는지 이런저런 것을 하나도 따져보지도 않은채
농협에서 집을 담보로 사게 되었다
그리고 한달동안이나 우리가족끼리 봉고차로 이삿짐을 날랐다
우리가족은 참 장하다
아이들도 이사를 하면 으례히 자기들이 하는 것으로 안다
기특하게도...
이사를 든 집이 어느 날 비가 오니 천정에서 비가 새네
다락으로 지붕아래 들어가서 대야를 받치기도 하고...
그해겨울은 참 추웠다
난방을 제대로 못하고 두꺼운 이불힘으로 겨울을 버텼다
지금은 방마다 전기장판이 있고 전기난로며 그럭저럭 있을 건 다 있다
흥부집 같았던 지붕도 걷어내고 다시 지붕을 하고 이곳저곳을 매일 고쳤다
그런데 이 집이 운이 따른다는 느낌이 든다
악몽에 시달리던 우리집에 마음의 빛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선소에 취직이 되었고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건강만 챙기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집이 볼품없어 눈물이 나려 했고 누구의방문도 거절했던 나의 심정
이제는 당당하게 누구든 집에 오라고 한다
집이 대순가?
해가 온 종일 안 들면 어떤가 다 잘 되어 가고 있는데...
이젠 빗도 거의 다 갚았다
어쨋거나 시간은 참 잘도 간다
내가 산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내 친구들은 이리 말한다
넌 빨강머리앤. 캔디소녀,말괄량이삐삐라고...
나는 내가 써내려가는 나의 이력서가 단순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
긴 인생을 어찌 단순하게 살겠는가 그러면 또 무슨 재민가
이젠 내가 새로 써 내려 갈 이력서의 내용을 정한다
23번의 이사를 했던 순서처럼 내가 겪었던 삶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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