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낮 잠

이바구아지매 2007. 2. 15. 16:32

 

 

간밤에 가나가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긁어달라고 하는바람에 밤을 꼬박 새우고나니

 

어머니께 밥해 가기로한 것도 몸이 말을 안 들어 심부름을 가라고하면 입이

 

한발은 나오는 귀염이를 반강제로 심부름시켰다

 

"니가 심부름을 가야지 할머니가 좋아하시잖아 엄마가 가려고 했는데 밤잠을 설쳤단말이야

 

미안 다녀 와"

 

따끈따끈한 밥을 도시락에 챙기고 반찬도함께 넣어서 시내버스를 타라고 했더니 귀염이가

 

하는 말

 

"난 맨날 짐꾼이야 꼭 짐만 가득 들고 가니 가기 싫다고..."

 

심부름 시키는 것도 이리 힘들다

 

구둥구둥  씨벌씨벌 이러니 아니꼽다 그냥 내가 하고말면 조 주둥아리에서 안나올 말들이

 

밖으로나와서 세상을 오염시킨다

 

'참 더러워서 내 새끼 내가 심부름시키는 것도 이래 힘들다'

 

귀염이는 현관문을 심술났다는 표시로' 쾅' 하고 닫고 쌩 나가버린다

 

정말로 자고 싶다

 

아무일도 손에 안잡힌다

 

잠못자는 것은 최고의 고문이다

 

고문으로 잠을 안 재우는 고문도 한다고 들었다

 

참 잔인한 방법이다

 

잠을 못잔 하루는 몸의 컨디션이 제로다

 

오늘이 그 한 날이다

 

아토피가 참 심한 하룻밤이었다

 

어제낮에 추위를 맞으며 산에 올랐더니 몸이 더 건조해진 것 같다

 

가나는 간지럽다고 계속 긁어달라고 보채며 내 두 손이 등을 어루만져주면

 

가나는 작은 조막손으로 사정없이 긁어서 피를 낸다

 

세상에 이런 고통이 어디 있나?

 

손등에는 여러곳에 벌겋게 퉁퉁 부어 오르고 하도 긁으니 핏자국이 선연하다

 

아무리 건질지 말라고해도 당뇨환자가 목말라서 콜라를 벌컥거리는 것하고 꼭 같다

 

아이를 잠재우기위해서 도깨비이야기, 곶감이야기 뭉치도깨비이야기를 해주어도

 

그냥 울어버린다 너무 속상해서 순경이 온다고 우는 애 잡아간다고해도 더 크게만 운다

 

"순경아저씨 못 와 대문이 잠겼어 열쇠가 없잖아"

 

가나는 악을 쓰며 겨드랑이며 목까지 지 손이 닿는 곳까진 억지로 긁는다

 

병원에서 가져 온 약이며 보습제도 이미 한계를 넘었다

 

불쌍하다는 표현이 지나면 나도 악이 곪아터진다

 

"누워 피를 많이 내면 병원 가야 해 병원가면 또 주사 맞는단말이야"

 

이렇게 아이와 거의 투쟁에 가까운 씨름을 하다가 희멀건하게 아침이 찾아 오는 모습에

 

지친 아이도 잠이 들고 나는 새로운 아침일이 시작 된다

 

이런 일이 연속으로 계속 될 땐 거의 어둔계곡속을 더듬는 기분이다

 

낮잠을 자야지 어머니랑 약속도 못 지키고 아이옆에 드러 누웠다

 

세상 그 무엇도 잠에 비길 건 없다

 

낮잠을 서너시간 잤다

 

잠이보약이라고 잠을 잘 자야 성격도 좋고 키도 무럭무럭 자랄텐데

 

낮잠으로 잠을 해결했다

 

낮잠은 밤잠보다는 어딘지 개운치 않다 그래도 죽을 것만 같던 고문에서 다소 풀렸다

 

오늘밤은 새록새록 잠자는 가나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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