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우리끼리 묵어서 너무 미안하요

이바구아지매 2007. 2. 18. 19:53

 

 

"냠냠쩝쩝"

 

"너그끼리 아푼사람 젙에서 이랄끼가 나는 창시가 꼬이가 죽것는데

 

고기냄새 과일냄새 떡냄새 맛있는 것 다 묵고 아이고배야"

 

"야 너무 미안소 야들아, 아빠아픈데 우리 다른방에 가서 무까?"

 

'하필 오늘같은 설에  아빠는 아파서 아무것도 못드시네?

 

우리 아빠것도 좀 냉겨 놓자"

 

우리셋째가 아빠의 먹성을 알아서 하는 말이다

 

며칠전부터 배가 엄청시리 아파서 뱅원에 가봉께' 장염'이라고 안 했나

 

식사는 멀건 흰죽으로 묵는 중이고 배가 너무 아파서 차례도 몬지내고 새벽부터

 

대우뱅원 응급실에 댕겨 왔다

 

나는 가나땜에  몬따라가고 지은이랑 귀염이가 따라 갔다

 

"나  아파 죽것다 혹시 수술이라도 하다가 죽으모 우짜끼고?"

 

"그라모 장사지내야제 정월초하루부터 죽었다꼬 사람들이 방정맞다꼬 욕하것제"

 

'니는 내가 죽으모  우찌살래 아들이 다섯이나 되는데...?"

 

"걱정마라 그래가 안 죽는다 다 때가 되야 죽는다아이가 당신은 오래살끼다"

 

말은 그래도 뱅원가고낭께 전화만 쳐다뵈고 나가 따라가는긴데 백지대고 아들을 보냇나?

 

이런저런 생각에 뱅원가고 난 뒤에 좀 있다 전화 해 보니 응급실이고 사진을 찍어보니

 

장염이고 맹장인지는 20일날 봐야 알겠다고?

 

우잿든 울신랑한테 요며칠은 악몽이다

 

나도 장염을 작년여름에 앓아 봤다.

 

창자가 꼬일듯 아프고 숨이 꼴깍 넘어가고  허리도 못 펴고 설사는 계속 달고 나오는데

 

얼마나 힘든데 금방 죽을것 같은 통증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기에...

 

밤새도록 아프고  죽는다고 엄살까지 부리는 울신랑

 

뱅원에 댕기오더마는 흰죽 묵고  링겔힘으로 잘도 잤다

 

참 잘 묵는 우리신랑 허리사이즈가 36인데 일주일 아프고나모 34인치정도 될끼다

 

순전히 굶어서... 빼는 다이어트

 

참 잘 묵는 울신랑이 안 묵으니 맛난 음식들이 밸로 굴지를 않는다

 

언니가 전화해서

 

"정서방  좀 우떻노? 아무것도 몬 묵제? 부른배가 고플낀데 우짜노 참 잘 안 묵나 그자?"

 

"언니야, 엥가히 잘 묵는다캐라 자꾸 그래산께 듣기싫다"

 

"매칠째 항개도 몬무가 죽것다"

 

"괜찮다 흰죽하고 간장만 주거라 그래야 낫는다 낼모레 한번 집에 가보꺼마"

 

우리신랑 핼쓱하다 매칠째 굶고 시커먼 얼굴로 누워 있응께 넘 불쌍하다

 

그냥 오늘부터 안 아팠으모 얼매나 좋것노

 

신나게 처가에도가고 영화보러도 가고 동창회에도 갈낀데

 

설을 거꾸로 샌다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딱 맞네

 

우리나이가 지천명이니 설날부터 건강을 생각케한다

 

"보소 얼른 일나소 인자는 운동도 좀 하고 술도  줄이고 그래 삽시다 아들 저 눈 좀 보소

 

저 아들이 아빠 없이 우째살것소?"

 

"그래 살아야 하는기라 물하고 약좀 도라 무보자"

 

"알것소 조상님들 보소 우리 신랑 얼른 나아서 맛난 것 묵게 해주소 설인데 아파서 아무 것도 몬묵소"

 

"고마해라 뭐 그거로 조상까지 찾노?"

 

"살마하나 그라모 나으모 맛난 것 해주께"

 

 

 

신랑이 아프니 넘 심심하다 설도 한개도 안것다  심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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