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를 집에서 이리도 알토란같이 보내다니...
큰 딸 지은이랑 셋재딸 귀염이는 '일번가의기적' 영화를 보러 가고 나는 아무리 가 보려 해도
집에 아픈 사람을 두고 우째가노!!!
우리집은 소리의 천국이다
아리랑TV는 설을 소개하다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의 적극적인 내용을 홍보하다가
그야말로 설대목을 톡톡하게 보는 방송같다
우리집엔 늘상 보는 영어방송이지만 새해엔 진짜로 알토란같은 내용을 전해 주느라고
볼륨이 더 높아졌다
벌써 나흘째 배 아프다고 나 죽네 하고 고통속에 설을 때우는 아이들아빠
오늘도 아픔은 호전되지 않는 것 같다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미음 끓여 올게 먹고 약 먹고 기분을 좀 바꿔보자고?"
"배가 너무 아파서 죽겠는데 니가 내 대신 아파줄래?"
"안 그래도 대신 아프고 있다니까? 같이 아파줄라고 똥을 참았더니 똥배가 아파죽것다"
"범일아, 니가 엄마대신 똥누고 온나?"
"참 아빠도 그 말은 엄마가 특허 낸 말인데 아빠도 그래요?"
"나가 대신 똥 누고 올게 엄마, 똥"
가나가 대신 누워 주겠단다
우리가나가 내 대신 똥을 누워 봐야 다 내 할일이다 안고 뉘이고 똥 닥아주고...
어잿든 가나가 대신 눈다고 혼을 빼니 나는 똥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아이구배야!!! 우리다같이 배가 아파 보자 그라모 덜 아플랑가?"
"아빠, 그래도 나는 안 아파서 상관없어요 가나하고는?"
"그래도 다들 누워 봐라"
'알겟어요 가나야, 오빠 옆에 누워라"
"응 오빠야,"
두아이들이 나란히 누웠다 나도 나란히 누웠다
이제 합창으로 해 보자
"아이구배야, 아이구배야"
먼저 아빠가 소리를 쳤다
우리도 따라서
"아이구 배야 아이구배야"
이렇게 소리를 쳤다
갑자기 집안이 너무 시끄러워졌다
소리도 얼마나 큰지 이웃에서 달려 올 것 같았다
아리랑TV소리는 사라진지 오래고 이제 누구의 배가 아픈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소리가 요란했다
"꼭 청개구리네 같다 아이구 시끄러버래이"
"아이구배야 아이구배야"
두 아이는 이제 재미있다고 소리를 질러 댄다
"진짜로 내 배가 아픈 것 같다 고마해라"
"그러니 내 배는 덜 아픈 것 같다 지금 누가 아푸노?"
우리 신랑은 이제 능청을 뜬다
"누가 아푸긴 우리가 아푸지 이제 당신은 항개도 안 아푼기라"
"내 다리를 당신배 위에 올리보꺼마"
"그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줘야하는데 산사람을 살리야제 그래 내 배위에 다리를 얹어바라"
"아이구 시원하고 팬하네 진짜 좋네"
"그래좋나? 살꺼갔나?"
"응 억수로 좋다 "
"그라모 오늘 하루종릴 이래 받쳐 있으까?"
"아이다 그라모 죽한그릇도 몬얻어묵는기라 됐다 죽 끓이오고 나중에 또 해 도"
"참 우끼는 뱅이다 우찌거리 호들갑스럽게 아푸까?
고마 내가 아푸고 말제 한 번 아푸모 세상이 다 요란타아이가 천지가 움직이는것 안갔나?"
"아빠, 우리도 배가 아풀라쿤다 아이구배야를 많이 읊었더니..."
"됐다 범일이는 이제 가서 책이나 읽어라 아빠가 공부를 몬한께 니라도 대신 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우리집은 아빠의 '장염' 그 나흘째를 보내고 있다
똑 같이 흰 죽 먹고 누워서 같이 아파 보고
내일이면 괜찮아질려나??? 아무곳에도 새배도 못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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