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우아아하하하하"
6:00 알람소리에 기계처럼 일어나 앉다.
밤잠 설친 나 목뒷뼈가 뚝 뿌러지는 듯한 움칫한 느낌으로 침대를 내려서서
곧 거실로 나온다.
어둠속 전기 스위치를 더듬어 켜고 시계의 초침까지 확인후 목뼈를 두드리며 주방문을 열어재꼈다.
벽을 더듬어 주방 스위치를 누르고
깜박깜박 형광등이 소리를 낸다.
귀찮기는 형광등도 마찬가진가 보다.
내마음이 전염되어서
어김없이 가스오븐렌지 가까이로 가선 냄비를 가스불에 올렸다.
냄비에 평소대로 불린 쌀을 세국자 퍼 담고 다른 날은 찬물로 끓이는데
오늘은 쌀뜨물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뜨물은 잘 쉰다.
그냥 찌뿌둥한 컨디션으로 인하여 쌀에 담긴 뜨물 몇 국자를 퍼 담고 끓이기 시작하다.
불기운이 그릇을 데웠고 쌀맛과 뜨물맛의 조화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
스푼을 들고 저어가며 끓어 오르는 모습을 보다.
풍겨오는 냄새가 내 게으름을 정통으로 저격 참말로 야시꾸레한 냄새가 콧속을 후비네
쉰내나는 냄새-
맑고 고소한 숭늉혹은 뜨물냄새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 발칙한 냄새가 남편의 아침식사를 망치고 있다.
아 어떡하나.
내 코가 벌써 아니라고 냄새를 거부한다
내 손도 덩달아 손사레 친다.
어떡해 이 일은? 요즘 남편은 줄 창 아픈데 「장염」이란 요상시런 병을 앓고 있어
음식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잖은가,
기분이 스스로 더러워진다.
그냥 버려? 아까운데.
그럼 아침식사는? 밤새도록 앓고 잠못잔 남편한테 꿀꿀이죽도 아니고
여느날처럼 정성껏 끓이는데 첫 단추가 게으른 탓으로 잘못끼우는 바람에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한참을 끓이다보며 적당히 누룽지색이 나며 고소함이 얼마나 좋았던가.
지금 이 냄새는 초 여름날 밀가루풀 끓여서 시간이 지나면 나는 그 냄새와도 닮았다.
키키함.
에라 모르겠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할수없지.
상을 차렸다.
조선간장 조금 놓고 간단한 아침상은 보았지만
내 기분이 벌써 뒤틀려 실패한 죽을 요 상위에 얹고 남편을 깨웠다.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내키지 않는 상을 보고.
밥상 앞에 앉은 남편
"이게 무신 냄새고??"
"당신이 맨날 뜨물로 끓이라는 바람에 어제 낮에 받아놓은 뜨물로 끓였더마는 마 이레됐다.
미안하다. 우짜꼬. 치우까"
"치아삐라. 안그래도 아픈사람한테 이기머꼬. 썩은 냄새가 안나나"
"알았다. 다시 해 오꺼마"
다행히 어제 좀 냄겨놓은 죽이 있어
다시 불에 올리고 데우는데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 무신 꼴이고 쪼꺤 팬할라쿠다가 일을 사서하네.
남편한테 신용잃고 원칙대로 해야제.
아이고 부끄러바라.이래놓고 프로주부?'
다시 데운 죽은 고소한 맛을 낸다.
"여보. 미안타. 너무 미안타. 나 딴엔 잘해 볼라고 안그랬나.
이기라도 묵고 가라.
내 다시는 이런 실수 안할끼다.
또 어데가서 우리 각시가 꿀꿀이죽을 묵으라꼬 주더라꼬 하지마라"
"음. 이건 맛이 괜찮네.이래야제"
참 어이 없는 죽 끓이기다
프로주부. 죽끓이기에 실패하고 무신 할 말이 있싯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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