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상상을 하면서 봄길을 걷고 있었다
행길에서 5분여 걸으면 송정마을이 시작되고 마을입구에서 세갈래길 윗길로 올라서야
우리어무이집을 가는 길이다
요쪽에만 오면 집이 멀다는 생각과 지루함으로 아이들마냥 심술이 나서 가만 있는 돌멩이도 툭툭 차 보
고
길섶에 난 나물이며 나물끝에 달린 보라색꽃이며 파란색 꽃들을 들이다보다
이 추위에 언제 꽃을 필 생각을 하였는지 신기한 자연의 변화에 고개 주억거리며
이내 앉아서 살펴 보았다
"제게 오는기 지은이에미아이가 농띠부리지 말고 얼푼 오이라 2월해는 눈섭만한데
웬잔망이고 돈 이자삣나?"
"아입니다 "
언제 나를 밧싯꼬 우리 남새밭이 이 길 중간에 떡 버티고 있었으니 내 잔망은 곧 부지런함으로
확 바꼈다
"머한다꼬 논두렁을 디다밨노 멋이있더나?"
"봄나물이랑 자잘한 나물꽃들이 신기하고 예뻐서예 우리보다 안 났습니까? 춥다꼬도 안하고
바늘맨치 약한 몸으로 파란꽃, 노란꽃 보라꽃을 피었네예 그런데 이름은 항개도 모리겠어예"
"이라바라 요 밭언덕에바라 천지빼까리로 난 이' 난시' 좀 캐라"
"어무이예 난시가 무신나물입니꺼? "
"아이구야 아즉 난시도 모리고 이거아이가 포준말로 머라쿠던데?"
"아~~~ '냉이' 아입니꺼"
"맞다맞다 냉이라쿠제 "
"마늘도 딱 묵기좋게 컷고 와 이 언덕에 쑥 좀 보이소 시금치, 달래랑 난리가 났네예
봄나물이 수두룩 했네예"
"그래 인자 이 호메이로 실컨 캐라"
봄바람이 아직 싸아하지만 나물들은 실오래기보다 더 가느다란 뿌리로 땅을 후비고 쏘옥 올라온 것이
나보다 훨씬 성실하고 굿굿한 것 같다
마대자루에 겨울초랑 긑동배추며 난시를 가득 캤다
봄을 마대에 가득 담으니 기분이 어느새 좋아졌다
"어무이예. 지가 고현장에 가서 팔아보까예?"
"허허허 니는 가서 팔모 잘 팔끼다 그자"
"이것 팔면 봉이김선달 맨치로 하모 100000원은 되끼고 그냥 후한 인심으로 팔모 7~8천원!!!"
'에라 씰데 없는 소리 고만하고 난시는 칼커리 씻어가 칼로 쪼개가 부침도 부치묵고
데쳐서 초고치장에도 찍어 묵고 겨울초는 젓국에 겉저리 해무라 억수로 꼬시다"
두자루나 되는 나물들을 가지고 시내버스에 탔다
마대자루속에서 나물냄새가 송글송글 기어나왔다
'봄나물로 이레 가득 갖고 가는가베"
"예 좀 드릴까예"
"차에서 만난 아주머니 맛있거로 쪼물쪼물해서 한 양푼 갔다주이소"
"예 그라입시더 겉저리해가 이 차에 갖고 올낀께 요대로 있으이소?"
"그라모 지는 모가진데 우짜꼬예"
기사아저씨도 한 몫 거들었다
기분좋게 해 지는 저녁시간에 집에 왔다 봄을 가득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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