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고추장찌찌와 간장찌찌

이바구아지매 2007. 2. 27. 08:03

 

내 친구가 말했다

 

내가 천연기념물이라고???

 

그런 말 들을 짖을 했다  다섯살바기 가나의 젖을 아직 못 떼었으니

 

남들이 보면 미련스럽고 한심하기조차 할 지경이다

 

하지만 나대로의 사연이, 혹은 변명이 있다

 

고 쳐 죽일웬수의' 아토피'를  우리가나가 앓고 있어서이다

 

어쨋거나 나도 지금까지 아이에게도 썩 좋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언제까지 찌찌무끼고? 다 큰 아가? 귀하도 안한 것이? 참말로 아도 대잔키 키운다아이가?

 

뭣이 좋다고 저리 우다사꼬? 아가 커가 학교 갈 때가 다 돼 가는기 용 아 짖을 하네

 

호래이가 와서 물고 갈라, 순경이 와서 잡아 갈라 아기가 찌찌묵지

 

가나는 어린이아이가?"

 

할머니가 오시면 이런 호된 구지람을 하니 가나는 할머니가 오시면 내 뒤로 숨는다

 

고놈의 아토피땜에 아이나 내가 고생하는 건 아무도 모른다

 

아토피가 심하게 가려운 날이면 밤을 꼴딱 새기가 종종 있는 일이고 이런 날이면

 

나도 몰래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다

 

그 정도로 아토피란 피부병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이런 행동이 습관이 되어서 남 보기도 흉한 모습을 완전히 고치지 못한 내 행동은 스스로도 반성할

 

일이다 대신 아이에게 이해하도록 늘상 설명을 해 준다

 

"가나는 어린이야 내년엔 유치원에 갈거야 찌찌는 아기가 먹는 거야

 

가나는 밥, 반찬, 우유, 과일 빵 이런 몸에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어야 해

 

그러면 키도 쑥쑥 자라서 멋진 어린이가 된단다 찌찌는 영양분이 없어져서 엄마도 힘들고 가나도 먹어봐

 

야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으~~응 나 사람들 볼 때는 찌찌 안 먹으께"

 

"사람들이 안 봐도 먹으면 안 되는거야

 

할머니도 그러셨지 호랑이도 오고 순경도 온다고?"

 

"호랑이랑 순경은 대문앞에서 돌아가는데?"

 

"왜"

 

"엄마가 문 잠궈 났으니까 열쇠가 없어서 그냥 돌아간다구 봐 한 번도 우리집에 호랑이랑 순경이

 

온 적 없잖아?"

 

"언젠가는 순경이랑 호랑이한테 들키겠네?"

 

"흐흐흐 엄마, 나  딱 한 번 만 찌찌 먹고 안 먹을게 엄마 찌찌는 포도맛이 난단 말이야"

 

"그래도 이젠 먹으면 안 돼?"

 

"엄마, 으~~~앙 포도맛 찌찌 먹고 싶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모질고 독하지못한 늙은에미는 슬픈 얼굴땜에 찌찌를 주고 말았다

 

가나는아주 조금 나오는 찌찌를 빨아 먹고 흐뭇하게 옆에 있던 그림책을 당겨서 보았다

 

엄청 신이 난 모습으로 보다 못한 오빠 범일이가 얼른 주방으로 가서 젖가락에 고추장을 찍어와서

 

찌찌에 발라 주었다

 

"앗 매워 앗 따가워"

 

하고 엄살을 부리자  가나가 심각한 모습으로 달려 와서

 

"엄마, 내가 호 해 주께 엄마찌찌가 고추장찌찌가 되었네 호~호~호  마이 아파?"

 

이번엔 쫒아가서 휴지를 가져 와서 닦아 준다

 

"엄마, 이것도 발라 보세요 간장이에요"

 

범일이가 이번엔 냄새도 꼬랑한 조선간장을 종지에 담아 와선 찌찌에 발랐다

 

"엄마, 찌찌에서 포도맛이 안 나고 꼬랑내가 나  엄마, 비누로 씻어

 

찌찌가 아프겠다 응 가나가 씻어주께"

 

 

"가나야, 찌찌 먹으러 와 매운찌찌랑 짜운찌찌 맛 좀 봐"

 

"엄마, 싫어 엄마찌찌는 고추장찌찌랑 간장찌찌네 안 먹어 아빠 줘 "

 

그리고 이불을 덮어 준다

 

"엄마, 찌찌가 아프니 이불덮고 누워 자 응"

 

"아이야~아이야 엄마 찌찌 아파 못살것네"

 

하고 이불밑에서 우는 시눙을 했다

 

진짜로 가나는 찌찌를 안 먹으리라 결심하는 듯 표정이 심각했다

 

흐흐흐  오만 난리부르스를 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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