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꼬박 새웠어
무슨일인지 잠이 안 오지 뭐야 아이가 간간히 깨워놓다가
컨디션이 제로인 남편이 아프다고 밤새도록 콩알콩알 대니
잠을 자면 정상아니지 남편을 약먹이고 허리엔 파스까지 붙여서 겨우 잠들게 하고 나니
새벽4시 이런 시간이 젤 황당하지 잠자버리면 아침에 실수할것 같고...
생각하는 로뎅이 되어도 별 수 없고
동그란 두 눈 뜨고 컴앞에 앉아서 이곳저곳 대문없는 블로그에 발자국만 남기고
참 세상이 좋아져서 밤도 정말 재미나게 보낼 수 있는 현대문명에 감사를 한 번 쯤 드리고
혹 블로그에 내 발자국 보고 '이 여자 혹 잘못 된 여자아니야?'
할지도... 그런 분들께도 사과 한 말씀 드리고
컴도 오래하면 눈이 피곤하고 어깨가 아파서 이번엔
엊그제 19000원 주고 산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또 꺼내 읽고
아무리 봐도 안정효님은 정말 훌륭한 글을 쓴다
내공이 튼튼하게 어릴떄부터 세계의 고전을 두루 섭렵하고 만화에다 영어까지
영어의 본 고장 한 번 안 다녀 왔는데도 어쩜 그리도 영어를 잘 하시고
'헐리우드키드의 생애' 란 작품과 '만다라'도 영어로 번역을 하셨지
글을 쓰시는 분의 가장 훌륭한 자세며 실력을 고루 갖추신분
그 분의 글에 빠져서 또 아침이 오는 줄도 모르고 밑줄 그으며 읽다가
5시를 넘긴 시계를 보고 놀라서 불을 껐네 한 시간은 자고 일어나야지
내 머릿속에는 시계그림이 들었거든
내 눈앞이 환하게 밝아오는 그 무엇을 느꼇어
크게 두 눈을 동시에 뜨고 군인처럼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지!!!
"여보, 큰 일 났어 6시45분이야 어떻게 밥, 물, 옷 양말 아무것도 준비 못했어
지각이야 어서 일어나?"
"뭐라구 몇시라???"
"어쩌지 무엇부터 할까?"
"왜 인제 깨워 오늘은 일찍 가야 하는데 삼성에서 윗사람들이 와서 브리핑도 해야하는데???"
"엥 왜 그런 이야길 이제 해 그랬으면 안 자는건데?"
"쓸데없는소리말고 빨리 옷이나 챙겨 줘 "
"면도기까지 챙겨서 ..."
이렇게 허둥대다가 세수도 못한채 남편을 회사로 쫓아보낸 나
그녀는 최고형편없는 불량주부다
"여보, 미안해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생겼나 봐"
"괜찮다 택시타고 갈게"
"미안 다시는 실수 안 할게 "
프로주부 21년차로 이런 실수 하는 날이 생기니
나도 별 볼일 없는 머릿속의 지우개만 생기니 어찌할꼬?
기억력도 감퇴하고 바보같이
아주 어렸을 때도 우리 엄만 나를 한 번도 깨워 본 적이 없다 하셨는데
잠에 대해선 정말 예의바르게 이른아침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라고 얼마나
신기해 하셨는데
속상해
우리 남편 나에 대한 믿음이 하나씩 깨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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