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불량주부, 지각시키다

이바구아지매 2007. 2. 28. 18:36

 

 

밤을 꼬박 새웠어

 

무슨일인지 잠이 안 오지 뭐야  아이가 간간히 깨워놓다가

 

컨디션이 제로인 남편이 아프다고 밤새도록 콩알콩알 대니

 

잠을 자면 정상아니지  남편을 약먹이고 허리엔 파스까지 붙여서 겨우 잠들게 하고 나니

 

새벽4시 이런 시간이 젤 황당하지 잠자버리면 아침에 실수할것 같고...

 

생각하는 로뎅이 되어도 별 수 없고

 

동그란 두 눈 뜨고 컴앞에 앉아서 이곳저곳 대문없는 블로그에  발자국만 남기고

 

참 세상이 좋아져서 밤도 정말 재미나게 보낼 수 있는 현대문명에 감사를 한 번 쯤 드리고

 

혹 블로그에 내 발자국 보고 '이 여자 혹 잘못 된 여자아니야?'

 

할지도... 그런 분들께도 사과 한 말씀 드리고

 

컴도 오래하면 눈이 피곤하고 어깨가 아파서 이번엔

 

엊그제 19000원 주고 산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또 꺼내 읽고

 

아무리 봐도 안정효님은 정말 훌륭한 글을 쓴다

 

내공이 튼튼하게 어릴떄부터 세계의 고전을 두루 섭렵하고 만화에다 영어까지

 

영어의 본 고장 한 번 안 다녀 왔는데도 어쩜 그리도 영어를 잘 하시고

 

'헐리우드키드의 생애' 란 작품과 '만다라'도 영어로 번역을 하셨지

 

글을 쓰시는 분의 가장 훌륭한 자세며 실력을 고루 갖추신분

 

그 분의 글에 빠져서 또 아침이 오는 줄도 모르고 밑줄 그으며 읽다가

 

5시를 넘긴 시계를 보고 놀라서 불을 껐네 한 시간은 자고 일어나야지

 

내 머릿속에는 시계그림이 들었거든

 

내 눈앞이 환하게 밝아오는 그 무엇을 느꼇어

 

크게 두 눈을 동시에 뜨고 군인처럼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지!!!

 

"여보, 큰 일 났어 6시45분이야 어떻게 밥, 물, 옷 양말 아무것도 준비 못했어

 

지각이야 어서 일어나?"

 

"뭐라구 몇시라???"

 

"어쩌지 무엇부터 할까?"

 

"왜 인제 깨워 오늘은 일찍 가야 하는데 삼성에서 윗사람들이 와서 브리핑도 해야하는데???"

 

"엥 왜 그런 이야길 이제 해 그랬으면 안 자는건데?"

 

"쓸데없는소리말고 빨리 옷이나 챙겨 줘 "

 

"면도기까지 챙겨서 ..."

 

이렇게 허둥대다가 세수도 못한채 남편을 회사로 쫓아보낸 나

 

그녀는 최고형편없는 불량주부다

 

"여보, 미안해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생겼나 봐"

 

"괜찮다 택시타고 갈게"

 

"미안 다시는 실수 안 할게 "

 

 

프로주부  21년차로  이런 실수 하는 날이 생기니

 

나도 별 볼일 없는 머릿속의 지우개만 생기니 어찌할꼬?

 

기억력도 감퇴하고 바보같이

 

아주 어렸을 때도 우리 엄만 나를 한 번도 깨워 본 적이 없다 하셨는데

 

잠에 대해선 정말 예의바르게 이른아침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라고 얼마나

 

신기해 하셨는데

 

속상해

 

우리 남편 나에 대한 믿음이 하나씩 깨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