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이 꼭 덩그렇게 떠 올라야 할낀데?"
'안 뜰끼라쿠던데?"
"그라모 안 되제 내가 빌어야 할 소원이 100가지나 되는데?"
"무신 소원이 그리 많노? 니가 그래 욕심을 부링께 하늘이 심술을 부리가 비가 온다안쿠나?"
"그렇나 우짜꼬 그라모 100가지나 노트에 적어났는데 이거 중에서 좀 빼까?"
"니 욕심 부리는거는 알아주야 한다아이가"
"그라모 아들이 다른집 보다도 훨씬 많는데 소원이 많은 건 당연한거제"
우리남편은 오늘도 회사에 간다고 아침이 바빴다
해가 쪼매 길어져가 창문이 다 훤한 시간에 혼자 출근길에 나섰다
오늘부터 중3짜리 우리집 수험생은 도시락까지 싸 달라는통에 오랫동안
깊숙히 넣어 둔 보온도시락을 꺼냈다
다행히 푸짐한 나물들과 오곡밥이 있어 도시락을 싸는데는 불편을 몬느끼지만
"귀염아, 너그 선생님 악바린갑다 일욜도 학교 오라쿠고 그자 니 인자 일년동안 죽었다"
"안 그래도 어제도 토욜인데 반 죽다가 왔어예"
"귀염아, 욕 본다이 우짜끼고 니가 원하는 학교 갈라모 빡시게 해야 안 되나"
"참말로 죽것네 일욜은 잠요일인데"
"그래서 니 욕본다꼬 벤또엔 갈비도 싸 주었구마는 욕 좀 보고 오이라 선생님 체면과 성의를 봐서라도"
"에"
우리 셋째 귀염이 고생문이 훨 열였다
황토색 도시락 가방을 들고 문밖으로 나서는 귀염이가 달처럼 통실거린다
대문밖까지 따라 나가서
"귀염아, 좋은하루!!!"
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니 구름 가득한 하늘은 비를 주머니속에
가득 담아 놓고 여차 하면 뿌릴 태세다
오늘 밤 달이 떠오르지 않으면 참 재미 없을끼다
그래서 달모양으로 서너개 만들어 놓은 가짜달을 천정에 붙여 볼 생각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소원을 적게 하고 소원을 말하게 한 다음 소원주머니속에 넣어서 달 옆에
걸어 볼 계획이다
달이 뜬다면 해안도로옆 조각공원에 올라서 소원을 빌고...
부름이며 귀발기술, 나물, 오곡밥이며 엿까지 준비 해 놓았지만 옛날만큼 재미가 없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주어야겠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없는 아이들이 다정다감한 아이들이 되기 쉬울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시골에서 자란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도회지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서 넓은 들판 모두가 놀이공간이었으니
오늘같은 보름달밤엔 쥐불놀이, 달집태우기를 하며 얼굴가득 숯검정 묻치고
타오르는 불꽃으로 달이 타는 모습을 보며
"와 달이 탄다 불났다"
라며 고함을 질렀다
그래도 그 불은 활활 타오르며 우리들의 마음을 대낯같이 비춰주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읽어내었다 동네쪼무래기들의 마음까지도...
"달아, 오늘밤 꼭 나와 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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