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에미야, 나 시방 에비당 간다 집에 왔다가 나 없어도 챙기가 가~라?"
"예, 어무이 알겠슴다"
전화 끊고 아침에 귀염이 학교 지각시킨 벌로 스스로 엄마자격 3개월정지에
반성하는 자세로 골이 아파서 죽을지경임에도 찬바람 맞음서로 버스를 탔다
게보린 한 알 묵고 탔는데 멀미가 울컥 났지만 내릴 수도 엄꼬 우짜꼬 몸이 아프고
맴이 괴롭고 ... 장승포 바다가 햇살받아 고운 바다풍경을 내밀기에 바라보니
어느새 멀미가 쏘옥 가라앉고
달리는 버스는 금시 송정골에 나를 내려놓고 산허리를 돌아서 사라지고
가끔씩 오는 길로 복사꽃향내를 맡음서 어무이집에 도착해서
"어무이예, 어무이 방에 계십니꺼?"
아무런 기척없고 얼마나 조용한지 잘 정돈 된 마루위에 나풀거리는 하얀종이 한장이
다듬이방망이로 눌러져서 온 몸을 흐느적거리는게 안 보이나?
'이게 머꼬?'
"지은에미 보거라"
'편진가? 메모진가? 우리어무이 왕희지필체 함 보자 ㅋㅋㅋ'
"니가 도착하모는 나가 엄슬거 가튼대 잘 몰것다
나가 팬주로 어데 써반나 글자도 다 잘 모리고 니가 대충 짐자케라
부석케 먼저 가바라 정지 문을 열몬 바닥에 허연 시문지에 싸인기 대파고
그 옆에 시장가반에 들어 있능기 시금치하고 배추3단이다
그거는 칼커리 씨꺼가 시금치는 대치가 무치던가 아니모 초고치장에 찍어 무모 맛나다
배추는 니 아라서 반찬하고 분홍색봉지에 들어 있는기
부산고모가 사 온 빵인데 녹차빵이라쿠던가 무시던가 잘 모리것다 한조가리 뜨더 무 본께
대차 맛나더라 다 안묵다 아들이 생각키서 목구녕에 안 너머 가는기라
이기 에미마음아니긋나
우유랑 야쿠르트 주스도 챙기낫응게 아들 묵거집을때 주우라
어지는 나가 다 갔다 줄라캣는데 고마 날씨가 우중충해가 비설거지 한다꼬 몬갔다
나 밥상 채린다꼬 욕밧싯긴데 헛고생 시키서로 미안다
니가 말로 안해서로 그렇제 어른 밥상 한본 채리는기 얼매나 성가시러븐데
시나브로 나도 얼음디보다 더 찹고 인정머리 엄던 시어매랑 삼서 시어매 시집이
얼매나 고치거치 맵던지 나는 시집안살리고 잘 해 줄끼라꼬
맹시로 안 햇더나
하지만도 요새 매느리들은 우리들하고 달라서로 이것도 심에 안 찰거로
그래도 니가 이해해 도라
에비당 시간이 다 대서로 가보꺼마
잘 챙기서로 아들 배불리 메기라
나가 있으모 따신 밥을 해서 같이 무낀데 미안타 그라모 잘 챙기가라
이천칠년에 시어매 김말년 올림"
"빠진기 있다 냉장고 열모 넹동시에레 얼리논 노리게기랑 조구다섯마리도 이응께
가가서로 맛나게 해 묵기로 바란다"
난생처음 어무이가 쓴 글을 읽고 가심이 찡해왔다
울어무이 시집온께 글을 몰라 속상해 죽것다꼬 해서 3~4개월 밤마다 글을 갈켜 안 드렸나
어무이는 머리가 좋으셔서 빨리 받아드리고 이해도 잘 하셨다
그 보람이 오늘 날 놀래게 해 주셨네
"나 인자 에비당에 가서 글자도 엥가이 일을 줄 안다
글로 일을 줄 안게 참 재미나데
나 학교 보내주서모 고마 공부도 일등해보는긴데 아부지가 핵교로 안 보내 주가
얼매나 속상핸느지 모린다 지은에미는 나의 선상님인기라"
언젠가 나한테 그러셨다
"어무이, 어무이가 핵교갓시모 세상이 바깃을끼라예 우짜모 퀴리부인맹쿠로 안되시까 몰라예?"
"퀴리부인이 머꼬 ?"
"라듐이라꼬 발견한 폴란드라는 나라의 세계적인 여성 과학자라예"
"아이가 지꾸져라 여자도 과학자가 다 있나?"
"어무이 아들도 세계적인 과학자가 안 있슴니꺼 '정연섭'이라꼬예 원자력 안전에 대한 연구에선
세계적인 과학자라예 그랑께 어무이도 책 좀 읽어보이소
책을 읽으모 그 안에 진리가 다 들어 안 있음니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어무이는 오늘 풀잎사랑으로 나를 감동하게 해 주셨다
"어무이, 어무이 고맙슴니다 지도 어무이처럼 그리 아들한테도 잘 할끼라예"
보따리보따리를 들고 버스를 타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누고 어무이의 매느리아이가
하늘엔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 가고
내가 들고 가는 보따리속 풀잎들이 바람에 풀잎냄새를 함초롬히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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