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는 할매들이 많이 산다
앞 뒷집을 비롯해서 옆,집에도 하여튼 머리가 허연 할매, 60십대부터
90에 이르기까지 연령층 폭이 넓다
나는 이곳으로 이사 올 때 주위의 아무 것도 따져 보고 오지 않았기에...
그냥 우리가족 다리 펴고 마음 편히 쉴 곳 이면 만사 오우케이...
그래서 살면서 아~ 이곳에 이런 것들이 있네
고마 밤에 아무 것도 안 보고 이사를 온 격... 그게 우리집이다
그래도 정이 들고 우리집이라고 생각하니 삭막하던 집에 가족의 손때가 묻고
밤이면 모여드는 우리집은 비둘기집이다
우리집 바로 뒷집엔 별이네가 산다
요즘 흔하게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가족붕괴 ' 의 한 풍속도를 그리는 별이네 할매
오늘은 그 할매한테 마실을 갔다
"할매, 이 버섯 좀 잡사보이소"
"아이구 이 귀한거로 요리 마이 주나?"
" 우리 친척아저씨가 산에다가 재배를 마이 하니까
오늘 억수로 안 가 왔습니까! 좋아하모 더 드릴게예"
"참 좋아하재 그라모 묵고 또 도라쿠께"
"참 저 산대미에 늘리 있는기 고메 뺴떄기 아입니까?"
'맞다 좀 무 바라 고마 궁금을 때 씹어무모 좋다 여름에는 폿하고 뭉근하게 끼리 무모
중참으로 좋은기라"
"아, 예 참 저예 별이할머니한테 옛날 이바구 함 듣고 싶어예
어릴 때 본 게 있을 거 아입니까 "
"하모 나 어릴때 참 똑똑했제 너그 가나마 할 때 일도 다 기억안 하나
나가 다섯 살 떄 해방이 됐는기라 그런데 왜놈들이 다 안 쫓기가고 마이 남아 있었다아이가
고놈들은 여전히 집집마다에서 공출로 해 가가 우리는 놋그릇이랑 요강꺼정 안 뺏낄라꼬
짚벼까리새에 싱기고 그라모 왜놈 순사가 와서 짚벼가리를 푹푹 쑤시가 튀나오모 갖고가삐고
멋이모 안가가 머리비녀랑 손가락지까지 홀랑 다 안가갔나
맨 날 폭탄소리가 펑펑 나고 해방이 되어도 일본놈들이 다 안가고 마이 남아서 몬된짓을 마이
안 햇나 그라는데 참말로 나라가 어지러바가 빨개이세상이또 되더마는 얼매나 어엽았다고
나는 우리집이 통영아이가 우리집에 어장을 했는데
그 때는 상어도 마이 잡아묵고 개기를 잡아가 마이 몰라서 맨 날 개기를 입에 물고 댕깄는데
배가 고픈께 개기 몰란거로 맨날 뜯어 안 뭇나
6.25가 터지고 우리는 피난을 가는데 배를 타고 안 갔나 섬으로 해금강 옆으로 있는
섬 요새 봉께 매물도, 가자도 이런섬들이었제
나는 우리삼촌들이랑 고모 나가 그 때 일곱살이었는데 내 입이 야물고 기억력이 좋아서
세살때부터서 기억이 다 나는기라 해방되기 전에 왜놈들이 날뛰고 폭격기로 떨어뜨리는거랑
해방되고 나서 좌익이니 우익이니 함서로 꼭 팬가르기맨쿠로 또 살벌어서 맨날 피난 가는기
일이었는기라
그 때 피난간다고 어느섬으로 가는데 배 두척에다가 한 척에는 물꺼, 입을꺼, 덮을꺼 이런 거로 가득 싣
고 또 한 척에는 우리가 탔제 우리집은 어장을 해가 잘 살았는데 아부지, 엄마는 우리만 피난을 보내고
폭격을 맞아도 집을 지키꺼마쿰서 우리만 배에 태아 안 보냇나
우리 고모들은 머리로 치렁치렁 따아가 있고 내 동생 머스마는 어리가 세살이었는데
어느섬까지 노를 저어 가가 섬젙에 배를 대고 있응께 사람죽은 시체가 줄로 엮이가 뱃전에 턱 부딪히는
기라 얼매나 무섭던지 나는 그 사람들이 자는 긴줄 알고 삼촌, 이 사람들이 술레잡기 하다가 잠들었나?"
"아이다 죽은기다 총에 맞아가..."
"얼매나 무섭던지 고모야, 누가 이레 다 쏴 지깃노 무섭거로 "
"으 군인들이랑 뺄개이들이 그란다 우리도 조심해야 하는기라"
시체는 곳곳에서 떠밀려 왔는기라 그 꼴을 보고 동생은 놀래가 갱을 해가 우리는 몇날 며칠을 배욱에서
만 생활로 하다봉게 아 한테 우찌됐것노 고마 죽어도 집에 가자 그래가 도로 집에 간께
우리엄마가 죽으로 왔느냐고 머라쿠는데 동생이 아파서 왔다고 항게
할 수 엄시 집에 들오라캤는데 총소리가 가심을 쿵쿵거리게 하고 우리삼촌은 군대갈 때가 된께 만날 잡
으로 오는데 군에 가모 죽는다고 무서버서 맨날 숨어있었다아이가 삼촌친구도 같이
안청밑에 굴로 파 놓고 그게로 싹 내려 가서 굴로 해서 산으로 도망도 얼매나 마이 갔는지
그라다가 순갱이 가고 나모 집으로 오는데 삼촌은 날로 망을 보게 대문앞에서 딱 서 있으라고 안 했나
우떤 날에는 급하게 순갱이 오몬 삼촌은 장농 뒤에 숨어서 순갱이 장농을 두드려 보고 밀쳐도 봤는기라
그라다가 이상하모 딱 사람이 있다는거로 눈치로 딱 채가 붙잡아 가기도 했제
우리삼촌도 결국 붙자피가가 군에서 뱅을 얻어가 안 죽었나
우리집에는 폭탄에 불이 나가 우리아부지, 엄마도 죽어삐고 집도 다 타내리 앉아삐고
그런 세월을 살았다
똑 살끼라꼬 몇날며칠을 바다욱에서 둥둥 떠 있고
배는 노를 저어서 댕기고 참말로 사는기 무서벗째 그기 6.25아이더나
왜놈들이 가고 낭께 또 전쟁이 나고 그때겉으모 이레오레 살것도 안것더마는 참 맹도 찔기제
허허허 "
또 밥 묵고 옛날 이바구 함 해 보자 밥심으로..."
이런 세상을 산 우리어무이들세대 보상은
못해줘도 함부로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이웃에는 할매들이 다 이런 한을 안고 살아간다
부모의 죽음, 삼촌이 끌려 가서 결국 죽고 그리고 오늘에 이르럿다
세상은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더 서글픈 일이 일어난다
'가족해체' 가 그것이다
아들이 장가를 갔고 할매는 할일을 다 했다고 푹 맘을 놓고 있는데
아들네는 아이둘 낳고 무엇이 문제인지 이혼을 하고 아이들만 딱 갖다 맡꼈다
또다른 아들네도 딸아이 하나 두고 이혼 해서 할매가 데려다 길렀다
그 뿐이 아니다 친정집 조카들도 둘을 데려 와서 학교에 보내고 있다
다 가정해체가 그 원인이다
우리들 부모님들은 이중삼중의 힘듬도 다 감싸 안으신다
참 마음도 넓으시지 ...
나는 그리 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부모님은 업보처럼 이 가혹한 일들도 감내하신다
이런모순이 어디에 있을까???
우리들의 부모님이 사신 한의 세월은 그냥 이렇게 세월속에 묻혀버리고 말것인가
안타깝다 열심히 사신 희생의 세월들을...
나는 희안한 취미가 있다
할머니들한테 옛날 이바구 듣기 ㅎㅎㅎ
요것이 내 특별한 취미다
사탕 한 조매이만 딱 들고 가모 고마 꼬장주이야기에다
희안하고 한 맺힌 노래까지...
가능하면 들려 주는 그대로 적는 것이 매력이다
낼 또 가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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