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정윤이오빠네

이바구아지매 2007. 3. 25. 13:48

정윤이오빠!!! 나 기억나지 맹수기야  오늘 오빠를 생각해 냈어

 

잘 살 고 있지 ??? 보고 싶다  오빠야!!!

 

 

 

 동네오빠였던   정윤이오빠네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없다

 

 

 

엊그제 친구 은순이랑 전화통화를 했는데 뜻밖에도

 

정윤이오빠랑 이종사촌지간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윤이오빠, 정률이오빠, 정민오빠 그 위에는 정혜언니 ... 다 보고 싶다"

 

'너그동네에 살았제"

 

"응"

 

전화를 끊고  한동안 생각 해 보니 정윤이오빠는 오늘의 내가 있게 해 준 고마운 사람아닌가?

 

그 동안 잊고 있었다 나 , 나쁜 가시내였다  은혜도 모리는...

 

 

 

정윤이오빠네는 여섯형제가 있었는데

 

머리가 좋아서인지 , 노력을 많이했는지  하여튼 그 집 오빠넷이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정혜언니는 경기여고를 졸업했는데 아파서 일찍 죽었고 정윤이오빠만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미국에 가서 우체부가 되었다고 했다

 

정윤이오빠는 나 보다 여덟살정도 위다 오빠가 고등학생일때 내가 나는 국민학생이었다

 

어느 여름 날 비바람이 몹시 치던 날 어린내가 학교로 가기엔 날씨가 참 사나워서

 

걱정하며 집을 나섰다

 

우리학교에 가려면  큰길에 아주 큰 내가 흐르고 있고 큰 다리를 지나가야 했는데

 

그 다리밑의 엄청나게 불은  흙탕물을 보며 건너가기가 무서워서 다리가 덜덜 떨렸다

 

참 어이없게도 내 키는 작고 가냘퍼서 꼬마라고 불리었는데 작은 꼬마가 막  다리위로 지나가려는데

 

어디선가 회오리바람이 마구 몰아쳐서 작고 가냘픈 가시내를 옴싹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게 아닌가

 

"옴마야,  옴마야, 나  날아간다 옴마야. 무서워.."

 

하고  고함을 마구 치며  바람광주리에 실렸다 다리밑으로는 하마입같은 황톳물이 무섭게 흘러 가고 있었고....

 

때마침 학교로 가느라고     다리를 지나고 있던  정윤이오빠가 그 광경을 보고 책가방을 팽개치고선

 

"숙아, 오빠 단디 잡아 눈을 꼭 감고 오빠한테 앵기거라 괘안타 괘안타 울지말고

 

괜찮아 울지말고 집에 가서  있어 비바람 멈추모 학교 가거라"

 

 그 날 나는 비바람이 너무 무서버서 학교에 몬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빠는 나를 집에까지 업어다 주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오빠는 그날 학교에 우찌 갔을까?

 

  지각은 안 했을까?선생님한테 혼나지는 않았을까?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나는 정윤이오빠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오빠가 그 날 보지 못했으면 나는 흙탕물에 실려 물귀신밥이 되었을것 아닌가?

 

오빠는 고등학교를 다닐때도 밥을 직접 해 묵고 다녔고 아부지랑 둘이서 살았다

 

다른 오빠야들은 공부한다꼬 서울에서 살고 있었고.

 

정윤이오빠야는  엄마랑  따로 살았다

 

공부를 마친 그 집 똑똑한 오빠들은 다 미국으로 가서 의사와  법조계사람들이 되었다고 했다

 

정윤이오빠가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동네 민정이언니의 친구를 무지무지 좋아했는데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슬픔에 빠져지내다가  미국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긴 했다

 

착하기만 했던 정윤이오빠를 울린 그 여자가 참 미웠다

 

그리고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기억속의 들꽃처럼 생각나게 해 준 친구로부터 오빠네 소식을 들었다

 

미국에서 우체부가 되었고 결혼해서 잘 산다고 했다

 

"은순아, 혹 니가 언젠가 정윤이오빠 만나면 내 이야기 해 줄래

 

비바람칠때  붙잡아 주어서 고맙다고  정윤이오빠 아니었으모 나 물귀신 되삣으끼다

 

꼭 전해 줘"

 

"응 알았다 그런데 나도 만나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애"

 

"피 믿음이 있으면 이뤄진다꼬 나는 꼭 만날끼라꼬 생각되는데?"

 

정윤이오빠? 참 좋은 일 하는 사람이네 좋은소식을 갖다주는 일이 얼매나 좋아?

 

지금은 사라진 정윤이오빠네 집을  나는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우리집 옆으로 골목길을 쭉 따라서 서쪽으로 가면

 

광얼이오빠네, 미자언니네 길다란 돌담길을 지나고 작은샛강의  나무다리를 건너서

 

종모오빠네 큰 마늘밭을 끼고 돌면 담부랑담축대가 엄청 높은  상우네집이 있고 약간 경사지고 둥그스럼

 

한  담부랑길이 버티고 있었고  양 옆으로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날카롭게 서 있있었다

 

조심조심 탱자울타리를 지나면 마당넓고 감나무가  많은

 

종낙이오빠네가 나온다

 

대문도 크고 내 생각엔 종낙이오빠네도 좀 부잣집이었다

 

여기서 바로 옆으로 작은 소로길이 하나 나 있었는데 그 소로길은 항상 반들반들하였다

 

풀한포기 없이 꼭 하얀 한산모시 옷 정갈하게 손질하여 입고 고운머리 쪽틀고 앉아 있는

 

우아하고 정갈한 양반집네 마님같은 기품이 있던  그 작은 소로길로  20m정도 들어가면 측백나무 울타리

 

가  반듯하게 나무냄새 풍기는  정윤이오빠네 마당이 나왔다

 

정윤이오빠네는 아부지랑 어무이는 무신 이유인지 늘 사이가 안 좋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참 찹은 다라이아제하고 깔끔시럽고 얌전키만한 아지매는 원진살이 들었는기라"

 

"안 웃습소 하리해가 만장것는데 한마디도 안하고 사는기라요"

 

"와그럿시꼬?"

 

"나가 한 본 웃기고 말하거로 해 볼라꼬 핫대에 걸리있는 아제저고리하고 아지매저고리로

 

한데 뭉기가 나란히 해 농께 고마 다라이아제가 오더마는 훽 안풀어삐나

 

얼매나 놀랬다꼬?"

 

"참말로 찬바람 난데이 그랑께 저리 따리 안 사나  원진살이 들모 그렇다쿠더라"

 

동네아지매들은 모이기만 하모 이리 씨버리재낏다

 

"그런데 우찌그리 똑똑한 아들로  낫싯꼬 하나거치 안 똑똑하요

 

참말로  부럽소 아제는 또 집을 공단거치 치우고 밥해묵고 농사도 야무치게 짖고

 

우찌그리 야무지요"

 

" 자슥 똑똑제 살림 잘 하제 논도 보소 논둑이 얼매나 칼컬은지

 

우리집 방보다 더 맨들거리는기라"

 

"그랑께 아지매는 서울서 아들 공부하는데 밥해 주고 그래 따리 안 사나"

 

정윤이오빠네 논은 우리집 미막배미논 옆에 딱  붙어 있는 논으로 반달배미라고 불렀다

 

논일이라도 하로 가서 중참을 같이 묵자고 엄마가

 

"아제요, 오소 중참좀 자시보소 야 막걸리도 한 잔 하고요"

 

이러면

 

"괜찮소"

 

이람서 아무것도 안 드시고 일만 했던 아저씨

 

내가 결혼하기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세상은 공평하다는 말이 그집을 빗대는 말로도 아지매들사이에 회자했다

 

"자슥들이 똑똑고 아밤, 어맘이 너무 야무지더마는

 

원앙금실은 하늘이 안 준다아이가 그집에만 만천거로 다 주모 안 고리다꼬?"

 

"맞다맞다"

 

참말로 그렇다 그 말이 맞다

 

세월이 팍팍 흘러갔다

 

정윤이오빠 어무이도 몇 해 전에 돌아가셨다고 친구가 전해 주었다

 

다 세월속에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언젠가 정윤이오빠를 다시 만나면

 

"오빠, 나 살려 줘서 진짜 고맙데이 나가 밥한그릇 사꺼마

 

아이모 우리집에 가자 나가 오빠야한테 도다리쑥국 하고 김치겉저리 맛나게 무치 주께"

 

꼭 이렇게 말할끼다  오늘따라 정윤이오빠야가 마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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