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다시는 이라지맙시다

이바구아지매 2007. 3. 24. 10:04

"야야이 오늘은 막걸리가 한 잔 묵고 싶다 "

 

"예 제가 마트에 가서 한 병 사올께예"

 

"막걸리는  파전하고 묵어야 제맛이제"

 

"파전금방 구워서 한 잔 하입시다"

 

이렇게 졸지에 울어무이랑 막걸리 한잔을  주고 받았다

 

"참 어무이, 옛날 막거리 술 치러 온거 알지예?"

 

그라모 알다마다 참 재미난 일이 있었제 한이바구 해 주낀께 들어보거라

 

우리집에 옛날에 방앗간을 할 때였는기라

 

그 때 윤뱅유이아제네랑 김성수아제랑 우리셋집이 카부시키로  방앗간도, 그라고 술도

 

카부시키로 담아 뭇는기라

 

그날도 방아를 찡음서 목이 칼칼 해 온께

 

"막걸리 좀 가 오소 다 뭇소? 요번에 술 담글차례는 성수네아이가  창화네 술 다 떨어지가제

 

누룩 준비는 다 됐나 조심하고요 요새 술 치로 올 때가 다 돼 갈낀데"

 

"안 그래도 술이 다 돼가 술채에 다 짜서 곡조가 든 거는 다 돼지로 주삐고 술만 서너잔 있소

 

묵고 하소"

 

그라고 나가 부석에 안 갔더나 술상 볼라꼬

 

부석에서는 고메도 좀 삶는다꼬 장작불을 대 놓고 안 있었나

 

불을 밀어 너 놓고 술로 딸코 있응께

 

저 아래 사는 송원네아제가 헐레벌떡 올라오더마는

 

"아지매요 저 아래 술치로 오고 있는기라요 쎄기 술 숭기소 술치이모 벌금이 에사로 안된다요 "

 

"그렇소 그라모 마 이 한잔 아제가 홀랑 마시삐소 술 치로 와도 곡조가 든기 엄시모

 

증거가 엄서가 괘안소 자 어서 마시소?"

 

"아이요 고마 저 부석아궁이에다 부우삐소 어서요?"

 

"참 내 아제도 간도 작다 마시삐모  배도 부리고 증거도 안 남는데 왜이라요 빨리 마시소"

 

"고마 부석에 뿌리삐라쿤께?"

 

이리실랭이로 치고 있을시 세무소 직원이 우리집에 다 올라오는기 보이는기라

 

급해서로  정지문앞에 나 논 구정물통에 안 붓삣나 똑 아까바죽것더마는

 

송원네아제가 겁을  내는바람에  급하기는 급하제 우찌끼고 그라고 구정물통을 휘휘 젓어삣다아이가"

 

그세 세무소술치는사람이 들이닥치데

 

"아이구 술냄새야 아지매 술 좀 내오소 술담아놓은 사구채로 가 오소"

 

'아이가 짓구져라 술이 어데있다고 이라요 우리는 술 안 담아 묵소 "

 

"이 아지매가 겁도 엄시 벌금 한 번 맞아 볼라요?"

 

"참 내 술은 무신 술요 벌금이 겁나서 몬해묵소"

 

"그라모 나가 착착 치께요"

 

이리해서 세무소아저씨는 방에 들어가서 농안, 농밑 다 디지고 구새까지 가서 다 디지더마는 곡조가 안

 

 나오거던  다시 부석에 오더마는 찬장이랑 백솥, 나뭇단밑까지 다 디져 봐도 안 나오거던

 

술냄시는 퐁퐁나고 송원네아제는 벌벌 떨고

 

세무소직원은 부석짝대기를 줏더마는 구정물통에까지 코로 들이다가 부석짝대기로 구정물통을

 

뒤비고 난리로 지더마는

 

"아지매요 이라지맙시다  담에는 구정물통에 넣지 말고 뱃속에 넣소 와 사람 물것도 없는데

 

구정물통에 넣소  곡조가 없어가 벌금은 몬물리고 누룩도 빗지 마소

 

다음에는 참말로 이라지 마소"

 

하고 갔다아이가 참말로 바보겉은 겁재이 송원네아제아이더나

 

"하하하 우습다 우리할부지는 술치러 옹께 술이 복딱복딱 익는 술독을  구새에다 고마 탁 던지가 깻빗어

 

예 그라고는 자 곡조가 있는가 니 맘대로 구새서 건지가라" 이랬어예

 

 

"너그할부지도 참 멋지네 "

 

"참말로 사람들이 세무소직원을 놀리무꼬마는예

 

어무이예 우리 다시는 이라지 마입시더"

 

우리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옛추억을 더듬으며 함박 웃음을 날렸다

 

 

 

 

 

 

 * 밀주단속반이 밀주를 찾아 내기에 열을 올리던 시절에 집집마다 이런 추억이  한줄꾸러미에 가득할 것

 

 추억은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차~~~암 그리운  설레임 쫒고 쫒기는 밀주단속반 아저씨들이랑

 

실랑이는 삶의 지혜조차 가득 남겨 주었다*

 

 

 

두 배로 즐기기

 

*술치는사람 ~~~밀주단속반

 

*카부시키~~~동업

 

*곡조~~~ 막걸리의 주성분

 

*복닥복닥~~부글부글 (익으면 발효가 되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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