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오월이었제
온동네가 모를 심고 안 있었나 나는 서방이 시집오자 안 해 군에 붙잽히 가삐고 나는
스무살짜리 야무진 새댁으로 마실에선 인기가 좋았는기라
그 날은 우리 앙살시런 어무이가 새복부터 논에 모심으로 가라고 꼬신 잠을
새복4시부터 깨아가 들도, 논도 안 뵈는 논구디로 나가라케가
하기사 해가 길어징께 쎄기쎄기 아침이 오데
배가 촐촐하이 고푸더마는 보쌀밥이라도 나가 끓이야 안 뭇나
어이구 문디 할마시 우찌그리 독해시꼬 쇠도 미기감서 일로 시키는데
모로 찌다가 날이 밝아지는 걸 보고 와가 밥끓아가 시누랑채리주고 나는
품앗이 모심으로 안 갔나
그 날은 용해네집 모숭그는 날이라가 고마강께 모숭굴 사람들이 몸빼로 해 입고 줄줄히 오데
다 모이가 논에 가서 못자리꽝에 가서 모를 찌고 중참을 묵고 다린논으로 인자 모숭그로 안 갔나
넘의 일은 심들기는 해도 여럿이서 웃기는 이바구도 하고 노래도 해삼서 항께
참 재미나데 못줄잽이가
"넘어가요. 의, 의"
이라는데 웃기는 혜개이네가 싱겁은 소리로 자꾸항께 우리는 우스바서 서리 일라지는 몬하고
궁디를 킥킥 부디침서 안 웃었나
모를 새춤이나 네춤씩 잡고 한 발씩 늘어서서 심고 있는데
"점심자시로 오소" 하고 용해가 둑에 서서 고함을 치대
얼매나 반가번지 씰룩거리던 궁디를 다 오마가 좋아사서
뻘구덕을 탈탈 텀서 나와가 용해네로 점심무로 안 갔나
맛난 점심을 묵고 다린아지매들은 다 청끄터머리에 벌렁 드러누가 낮잠을 한 심석 자는데
참 말로 볼만했띠라 몸빼랑 다리에 논바닥 써댄 진흙들이 살에 올라붙어가
삐덕삐덕 모리고 캣구녕에는 포리가 흙냄시, 땀냄시로 맡고 무신 꿀맛이라꼬 포리가 떡 올라붙어가
다리 두개로 살살 비빔서로 콧구녕에다가 알로 까는지 피로 빨아 묵는지 뱅을 앵기는지
그래도 잠서로 한 쪽 폴로 휘휘 젖어감서 자는 잠이 꿀맛아이더나
그 시절에는 새복2시부터나 안 일났나 고치거치 매번 시집살이로 할라쿵께 시어매가 어데 잠을 재우나
요새겉으모 그래가 안 산다 매느리눈치로 봄서 사는 세상아이가
나는 그 때도 낮잠을 안 자고 나맹쿠로 젊은 각시 서넛하고 나매 몇하고 심심항께
고마 널널이(술래잡기)로 안 했나 여자들은 숨어로 가고 나매들은 찾으로 댕기고
그라는데 나가 고마 목운네아제한테 들키가 붙잡힛는기라
목운네아제가 나 궁디쪽 몸배로 잡아 끌고 마다로 나가는 거로 담부랑에 숨어가
시어매가 보고 있었는기라
"서방 전장에 내 보내놓고 인자 시집온기 잘 한다 어데서 더럽거로 널널이로 하노
우떤놈하고 그리 다정시리 그라고 자빠졌노 문디것은년 행사 더럽네"
이람서 입에 몬 담을 욕을욕을 해도해도 너무하게 해서 부끄러바서 몬전디것는기라
그래서 고마 모심다가 집에 와서 입은 옷에 서방 찾아 간다꼬 행하니 안 가삣나
얼매나 시집을 독하게 살리는지 '삼청교육대'라캣나 그런거하고 얼추비슷해싯까
길로 가다가 냇고랑이 보이가 가서 야무지게 씻고 장싯포 세이집에 걸어서 안 갔나
20리길을 걸어서 갔더마는 저녁이 다 된기라 장시포세이는
"말순아, 우짠일이고 "
그래서 도저히 몬살것태서 서방 찾아 강원도에 갈라꼬 차비 얻어로 왔다캣다
우리세이는 방앗간을 하고 어장을 해서 얼매나 잘 살았노
행부가 그 소식을 듣고 나한테 제북 큰 돈을 줌서로 논도 사고 밭도 사고 해서 잘 사라고 했는데
나는 그 돈을 가이고 어만집에 개기몇바리 사 들고 가서 주고 안 날 어만집아랫방에 세들어 사는
피란 온 부산아지매를 따라 안 나섰나
'니 고마 부산가서 식당에 취직을 해봐라 돈도 버리고 니 손끝이 야물아서 돈도 버리고 잘 살것다
그라자 그래가 돈 버리모 부산서 터잡아 살모 된다"
그래서
'아이요 서방 찾아가서 살끼요"
이래가 드몰목에서 부산 가는 배로 타고 배안에서 또 사촌시누냄편을
만나가 서방이 있는 강원도 춘천 주소를 뵝께
"여자홈차서 군대로 가모 군인들이 놀리서 큰일나요 안 돼요 남자하고 같이 가소"
이라는기라 그래도 억지로 부산역에 가서 춘천가는 기차로 안 탔나
어떤 아지매가 오더마는
"나 자리 하나 잡아주시오 우리 아들이 셋 있어가"
그 아지매는 가마이다가 맹주포목을 국제시자서 띠가 강원도에서 파는 아지매였는기라
아지매는 짐이 많고 아들도 셋이나 있었고 나는 입은 옷에다 강께 그 아지매는 얼매나 좋앗시꼬
나가 입은 옷에 간 거는 그 당시에는 살림을 마자하모( 갈라서는 것)옷을 챙기고 가모 죄가 훨씬
무거바서 나가 딱 잘몬한 사람으로 되삐는세상이었는기라 그 아지매가 나보고 춘천에 간다꼬항께
주소로 보더마는 시누냄팬이 핸 말맹키로 군인들이 놀리서 혼자가모 큰일난다고
저거집에 가서 아저씨랑 같이 가라케서 춘천에 가가이고 포목재이 아지매 집에 가서
밥도 묵고 잠도 안 잤나 그 집아저씨는 낚시를 좋아해가 강에 낚시하로 가가 안 오는기라
할 수 엄시 저녁밥을 또 문는기라 강원도는 감자하고 보리쌀로 밥을 하대
쌀 구경을 몬하는데대 우리거제도는 쌀밥도 마이 문는데 머들머들한
보리밥이 잘 안 넘어 가더마는 밤이 됭께 그집 아저씨가 와서 또 주소로 뵝께
"수송부네요 참 좋은뎁니다 같이 가요"
그래가 부대로 안 찾아갔나
소문을 듣고 서방이 나와가 이어마이집에 안 데리고 가나
"말로 왔노 집에 있으모 나가 갈낀데 "
첫 인사가 그렇데 시어매가 너무해가 고마 왔다꼬 하니
할 수 없는가 이어마이한테 인사로 시키데
"우리각시요"
"총각이라쿠더만 새빨간 거짓부렁이구만 잘 생긴 총각이라서 중매할라캣더만
아이되것구만"
그래가 강원도 춘천의 멋진 도시에서 살게 된 기라 방을 얻어가이고...
그서 신혼생활로 항께 얼매나 좋던지 군에서 맨날 허연 쌀밥하고 반찬을 갖다주고
군인가족이라꼬... 얼매나 좋던지 고마 말여이 출세로 했는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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