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제사지낼 준비하기

이바구아지매 2007. 3. 30. 09:35

내일은 음력으로  이월 열사흘 (2월13일) 시할머님 기일이다

 

올 해  첫제사가 시작 된다

 

늘 촐랑거리는 나도 이 제사때만큼은 마음도 몸도 차분해진다

 

우리집엔 제사가 다섯개고 설, 추석차례까지 포함하면 일곱번의

 

제사가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멋모르고 엉겹결에 제사를 모시게 된 나

 

그 제사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꽤 철이 든 모습을 한다

 

항상 제사를 지낸 후 깨끗하게 씻어 잘 닦아서 보관 해 놓는  놋그릇과 놋촛대

 

향로며 향을 깎아서 담아 놓는 작은 보시기며 제사를 지내는 여러가지 그릇들이

 

아직 우리집엔 놋그릇이다

 

물론 나의 욕심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꼭 보관하다가 내 내며느리가 될 새로운 여인에게 물려 줄 귀한 유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쯤 되면 나는 고리따분한 여인네일까?

 

놋그릇은 아무리 잘 보관해도 파란 녹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어린시절 우리 엄마는  제사 보름전부터 제사 지낼 준비에 바빴고 나도 어린 조막손으로

 

놋재기며 놋대접이랑 밥그릇을 짚에다 재를 묻혀서 박박 문질러 딲은 기억이 있다

 

하루종일 닦아도 엄마가 딲은 놋그릇은 윤이 반질반질 났지만 내 것은 반질거리는 윤기가 나지 않아 속

 

상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병풍이며. 돗자리, 사진 일일히 챙겨 놓고 그릇은 다시 물에 담궈서 트리오로 헹궜다

 

그런데 나는 병풍만 보면 속이 상한다

 

누가 휘감아 쓴 글씨인지 모르지만 날아가는 초서가  내용도 알 수 없을 정도다

 

 어린시절  우리집 제사땐 병풍도 신사임당이 쓴 글씨에다 그림이며

 

얼마나 멋드러졌는지 모른다

 

지금 그 병풍은 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다고 들었다

 

집안 대청소며 나물종류도 미리 말려 놓고 자반고기며 키우던 닭도 한마리 제삿상에 올라갈 준비로

 

모이를 덤뿍 주었다

 

제사 지낼 날엔 아침부터 얼마나 바빴던지 어린 나는 부억 옆에 넓적한 야외주방에서

 

넓적한 무쇠솥 뚜껑을  야외 아궁이에 얹어 놓고 아랜 불을 피워 올리고

 

그 불을 살리느라고 눈에 눈물바람은 또 얼마나 냈는지

 

불 조절을 아주 잘 해야 부칠 부침개도 맛이 좋고 또 타지 않고 ... 부치는사람과 불을

 

때는 사람은 서로 호흡이 딱딱 맞아야 했다

 

구수한 맛을 내는 부침개들을 한 산대미했는데 물론 고기며 다른 부침 종류도 따로 한산대미 하여

 

엄청난 양을 했다 치자물 풀어서 노란 색깔물을 입혀서 생선도 굽고 회양적은 또 알록달록하여

 

모양새가 얼마나 좋았는지 구우면서 시식을 많이 하고 냄새를 많이 맡아서 배를 불리고

 

제사는 또 얼마나 엄숙하게 지냈는지 다섯오빠들과 남동생 그리고 언니, 나

 

엎드리면 긴 마루세개가 넘쳐 났다

 

안청이란 제사 지내는 곳도  따로 있어 가히 볼 만 했다

 

우리집엔 다른 집과 달리 여자들도 제사 때 절을 꼭 했다

 

아버지께서 남자와 여자가 다같이 제사에 참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셨다

 

훗날 며느리들도 절을 함은 당연했다

 

제사의 하이라이트는 '음복'이다 제사를 중반정도 지내면 잠시 제사를 쉬면서

 

갖가지 음식을 맛보며 조상을 회고 하는 시간을 가진다

 

울아부지는 참으로 멋쟁이고 재미있는 분으로 꼭 조상의 멋진 에피소드를 꼭 말씀하시며

 

한바탕 웃음으로 제사를 장식하셨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으시고

 

제사가 끝나고나면 상을 물리고 한 숨 잠 자고 일어나서 아침이른 시간에 집집마다 돌며

 

우리집 제사음식 드시러 오라고 다녔다

 

그 날 온 종일 손님을 치는 것이다 혹 연세가 많아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계신 댁에는 음식을 일일히 갖다 드리기도 하고...

 

이러자니 여자들은 특히 도회지에서 온 올케들은 짜증도 많이 났을 것이다

 

얼마 후 우리집은 오빠들이 결혼을 하나, 둘 셋 하니까 번거로운 그 일을 정리하시고

 

제사 중 하나만 동네를 갈라 먹게 하셨다

 

다 며느리들 생각해서였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내가 지내는 제사 이 정도 일은 일도 아니다

 

그래도   이번 제사엔 어머니께서도 참석하시라고 말씀 드려 놓았기에 내 마음이 좀 부담스럽다

 

행여나 소홀한 그 무엇이라도, 우리 어무이맘에 안 드는 게 있을까 봐

 

그러지 뭐 푸짐하게 음식 장만해서 어무이가 들고 가서 동네 사람들에게 내 놓을 수 있도록

 

조금 더 음식 장만해야지

 

뒷집 별이할머니랑 이웃에도 좀 갖다 드릴까?

 

 나는 시골에서 커서 그런지 시골 풍습을 서울에 가서도 써 먹은 사람이다

 

서울에서 살 때도 동네 집집마다에 음식을 나눠 주던 그 일을 생각하면 많이 우습다

 

그 덕택에 이웃들이 명랑하고 싹싹하고 애교 많은 경상도 새댁이라고 했지

 

사실 왕짜증도  많이 내는데

 

이번제사에 또 내 실력을 한 번 뽐내 보지 뭐

 

제사는 또 내가 주도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남편 보다는 우리집에서 더 격식을 차리는 집안이었기에

 

우리남편은 제사때 인터넷을 뒤져 가며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고 나는 제사 절차를 다 알기 때문이다

 

제사상 음식도 내가 차리고 절도 똑 같이 친정에서처럼 그리 지낸다

 

우리 친정아버지가 아마 보시면 흐뭇하게 생각하실게다

 

딸이 시집가서 제사 지내는 걸 보시면 밉지 않겠지 배운대로 한다고!!!

 

제사때 가장 중요한 일 한가지가 더 있다

 

조상님께 정성을 다하여 비는 것이다

 

우리가정이 평안하게, 하고자하는 일이 꼭 이루어지게, 건강하게

 

이런 기원을 드릴 것이다

 

시장에 가 보아야겠다

 

제사 때 쓸 술이며 초를 비롯해서 음식준비에 필요한 그 모든 것을 빠짐없이

 

준비하려면 내가 무지 바쁘다

 

다행히 토요일이라서 귀염이랑, 범일이가 가나랑 놀아주겠지

 

 

 

우리 시할머니 손주며느리가 차리는 제삿상을 반가히 받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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