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우리집 제사 지내는 모습

이바구아지매 2007. 4. 1. 11:28

 

 

시할머니이남순여사의 기일이라서

 

 제사음식준비하고 차리고 제사지낸다고

 

눈, 코 뜰새 없었다

 

울어무이가 이고 들고 온 푸성귀 소풀(부추)초불것(이것은 사촌도 안 주는 귀한 약이라고 함)

 

가느다랑한 소풀이 꼭 미친여자 머리 풀어헤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울어무이가 고번 손맵시로 칼커리 다듬어서 소쿠리에 가득 담아 놓으시고

 

취나물, 상추, 시금치, 버섯까지...

 

잘 다듬어서 신문지에 가득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

 

나는 성격이 희안해서 내가 맡은 일은 나 혼자서 해야 좋다 아무리 많은 일도

 

어무이가 제사음식 하는 것도 도와 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그 동안 푹 주무시라고 했다

 

오후 7시가 지나자 모든 음식이 끝나고 제삿상에  하나씩 올렸다

 

홍동백서 순으로 ~`

 

남편이 퇴근하여  오면 준비가 다 되어서 절만 하면 되겠금 해 놓으니

 

"우리각시 수고 했네"

 

하고  힘듬을 폭 사그러지게 해 준다

 

"나 참 잘 했제 이리 차린다꼬 며칠동안 준비 안 했나 옥 명숙 니 참 욕 봤다이"

 

'어이구 잘 한다 지가 지 칭찬을 해 삿코 웃기도 안 하네"

 

"어무이예, 바린말 해 보이소 지가 욕 안 밧심니까?"

 

'맞다맞다 욕 밧데이 참 야무지게 잘 채릿네 할메가 기분 좋것다

 

손주메느리가 채린 음식이요 마이 들고 가족들 우짜든지 돌바주이소?"

 

우리는 우리집 특유의 제사를 지냈다

 

어무이는 교회에 다니셔서 절은 안하고  나는 제삿상 앞에서 계속  기원을 드렸다

 

남편, 범일, 귀염, 가나, 그리고 내가 절을 하는데

 

가나는 절을 두번 하고 반절을 아주 야무지게 해서 할머니의 칭찬을 많이 들었다

 

"부산에서 열심히 공부 하고 있는 두 딸 지은, 소담이한테도 증조할머니가 굽이 살피소서

 

고생하는 그 아이들에게 꼭 꿈이 이루어지게 해 주십시오 아프지않게...

 

우리가나 아토피를 제발 사라지게 해 주시고 우리남편 허리 아프지 않게 꼭 할머니가

 

도와주세요  우리 범일이 키도 쑥쑥 커게 도와주시고..."

 

"아이가 무신 소원이 그래 많노 할메가 묵어도 부담가것다"

 

'아입니다 어무이예 이러면 효험이 있는기라예"

 

"보이소 나중에 ..."

 

'할머니예, 우리가나 밥도 잘 묵게 꼭 도와주이소 찌찌도 꼭 떼게 도와주시고예

 

할머니가 잘 도와 주시면 내년 제사땐 더욱더 정성 쏟을거라예

 

할머니가 좋아하신 음식도 더 많이 준비하고예"

 

"참 제사도 벨시럽게 지낸다 할메가 손주메는리가 어엽아서 놀래것다"

 

'아입니더 그래도 기분 좋게 잘 자시고 가실기라예  할머니, 맞지예"

 

"그라고봉께 니는 입으로 내 씨버림서 제사로 지내네?"

 

"즐겁게 지내모 안 좋심니까?"

 

"맞다 니 알아서 지내라 성의만 있으모 안 되나"

 

이렇게 해서 우리집의 첫 제사가 끝났다

 

실컷 묵고 밤 늦도록 불밝히고 어무이한테  밤새워 옛이바구 들었다

 

새 날이 되었고 별이네집에도 제사음식 갖다드리니

 

'와이구야 맛나것다 참말로 제사 음식 얻어 무 본기 옛날이다아이가

 

옛날에 제사지냈다꼬 누구집 제삿밥을 갖다주모 나물에다 쓱쓱 비비무모 얼매나 맛나던고

 

제삿밥도 새복에 여다 안 주나??? 제삿밥 가 오끼라꼬 잠도 안 자고 지달리고 안 했나?"

 

 회양적도 맛있것고 부치미,게기도 억시기 맛있거로 했네

 

 

 

 

"옛생각 함서 드시라고 안 가져 왔음니까  맛은 엄서예"

 

" 잘 무께이 나가 이웃을 잘 만내가 이레 대접도 잘 받네 "

 

별이네집 왕 불독들이 컹컹 짖어댔다 지도 묵을 거 좀 달라고???

 

우리 어무이도 이웃들과 갈라 드시라꼬 떡, 부침, 과일, 고기도 싸 드렸다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어무이예, 작다쿠모 또 오이소 부침거리랑 마이 있응께 또 부치 드릴게예"

 

어무이는  비가 긋는 사이에 송정으로 가셨다

 

오늘은 낮잠을 실컷 자야것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제사란 건 부담주는 의식임에 틀림없다

 

명절이 가까우면 명절증후군이 생기는 그것처럼

 

내 마음도 그런 부담이 생기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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