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 남편이 고민스럽게 무거운 입을 연다
"오늘 슈퍼바이저 (감독관)이 오는 날이다 또 까다롭거로 해삿컷네
그것들은 참말로 깐깐한기라 아 가기 싫다"
에엥 오늘도 군기잡히는 날
"오늘은 어느나라 감독관이 오노?"
"노르웨이나 영국이지"
'얼매나 깐깐한지 오늘 또 살빠지는 날아이가"
우리신랑이 회사에서 긴장하는 날이다
배 한 척 만드는데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된다
마킹, 취부, 용접 이런 현장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기 위해선 먼저 설계를 하고
도면을 그리며 이런 일이 진행되고 나면 현장사람들이 도장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
우리신랑은 해양설계부에서 설계도면을 그린경력이 8년이고
그 후로 조선소를 그만 두고 공부에 매달렸는데 이런저런일로 다시 조선소에 되돌아와서
하는 일은 품질관리다
현장에서 직접 뛰는 날이 많다
설계도면대로 잘 하고 있는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검사와 관리가 이루어져야한다
그리고 오늘처럼 외국선사의요구에 의하여 외국계 검사관이
투입되어 또 철저하게 검사가 이루어진다
배는 크루즈선을 만들어내는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순으로 이런 나라들이
배기술의 최고선진국이다
우리나라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크루즈선은 아직 멀었고 엘엔지선을 만들고 있는데도
선박감리사에서 꼼꼼하고 까다롭게 굴어서 신경이 곤두서서 갔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우선 영어실력부터 뛰어나야 한다
현장일을 하러 오는 필리핀 산업연수생들도 자국에서 일류대학 출신들이라고 한다
우리신랑은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만나는 외국인들이 많다
그 사람들의 국적은 다양해서 루마니아, 필리핀, 중국, 우크라이나, 독일 이런 순으로
다국적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사람들은 다 조선소에 취업하여 우리나라사람들이
꺼려하는 힘든 일을 다해내기도 하는데 돈도 잘번다
그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중동에 돈벌러 간 적이 있는 그때랑 비슷하다고 한다
그들은 여기서 돈을 벌어 자기나라에 가면 3년만에 좋은 주택을 마련하고
급여도 대학교수의 급여보다 훨씬 고임금이라고 하니 이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한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영어라는 무기를 들이대고 있다
우리가 언어로 허덕일때 그들은 힘든 일이지만 강한 무기인 영어를 사용하기에
때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근로자라며 낮추어보면 오해다
내가 살고 있는 거제도의 외국근로자들은 참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며
필리핀쪽 근로자들은 높은 학력을 이용해서 한국처녀와 결혼에 골인도 하여
돈벌고 결혼해서 한국국적까지 취득한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우리신랑 집에 오면 아이들이만 보면 영어로 무장하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취업이 안 되면 넓은 세상 어디로 가도 영어를 하면 살 수 있다
돈도 벌고 그것이 실력이다
이리 부르짖으니 아이들은 실감이 안 나고 세상은 무섭게 외국인이
영어의 무기를 들고 달려드니 몸도 마음도 혼란스럽다
바쁘기도하고 이리바삐 살다가 죽을 시간도 없겠다
우하하하 원 세상에 우리동네에 아주 오래전을 생각 해 보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 바다와 그 바다에 고기잡는 사람들이 한가히
노니는곳처럼 유유자적하던 그 옛날이 기억속에 맴돈다
그래 조선소사람들 대단하다 그 옛날 장보고의 야망처럼 지금도
커다란 배만들어 바다를 장악해 간다 무역을 한다 기름을 실어 나른다
호화여객선이다란 이름으로 바다란 큰 세상에서 많은 일을 해 내고
경제적인 부를 엄청나게 낚아 올린다
오늘도 우리신랑 조선소사람이 되어 일하러 갔다
늘 보는 배지만 언제부터인가 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일이 또 나의 상식이고 지식이 되는 것이다
별일없이 감독관들과 웃으며 악수하고 헤어졌으면 좋겠다
저녁엔 따뜻한 저녁상을 봐 놓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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