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문을 여니 새소리가 가득하다
지지배배 초초치치 무슨 새소린지 모르겠다
해마다 요맘때면 새벽부터 이 새소리에 늦잠을 자다간 새보다
못하단 소리를 들을지경이다 어쨋거나 새소리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봇대위를 바라 보니 새들이 옹기종기 앉았다
브라운색과 노란색이 적당하게 섞인새는 뾰족부리로 쫑알대는 모습이 미소짓게 한다
하늘도 푸르고 높은 날이다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간다
혹 저 비행기에 우리 큰 딸이 탓을까?
필리핀에 간 큰 딸이 돌아 오는 날이다
졸업여행을 갔는데 즐거웠는지 여러가지로 궁금하지만 당장은 만날 수 없다
그냥 푹 쉬고 학교에 나가야하니 배 타고 왔다갔다 하기엔 여러가지 번거롭다
올 해만 지나면 졸업하고 취업을 하게 되는데 제때 원하는 곳에 취업하려면
준비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
딸아이는 전공을' 호텔카지노과'로 졸업후면 카지노딜러가 된다
카지노딜러가 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거쳐야 될 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하나씩 하나씩 실타래 풀어가듯 조용하게 해결해 간다
딸아이가 이렇게 이색학과를 선택한데는 고민도 많았다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던 딸은 여러가지 조건으로 졸업 후 스튜어디스가 되기가
쉽지 않으리란 판단이 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목표로 하였지만 벌써 키에서 못미치는 164cm 이 정도면
두 항공사는 자격에서 미달이다 속상해하면서 눈을 돌렸다
딸아이가 대학의 학과선택에 고민 할 때 좀 앞서 TV에서 '올인'이란 송혜교와 이병현의 열연으로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혹은 제주도등을 무대로 도박세계를 드라마화한 '카지노딜러'란 이색직업을
보게 되었고 스튜어디스의 차선책으로 이 과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도박세계에서 일하는 직업을 좋아해서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직업에 대한 도전도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도박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는 글을 쓸 수도 있겠다는 게 딸이 꿈꾸는 욕심이다
어릴때부터 글을 써 온 딸은 대학진학때 문창과를 갈까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어차피 순수문학을 하는데는 문제가 있을것으로 보고 지금은 경제적인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이렇게 결정하게 되었다
학과선택이 100% 만족이란 세상에 있을까???
홍콩의 마카오를 다녀 왔고 졸업 후엔 라스베이거스로 가려고 계획중에 있다
늘 바쁘게 산다
훗날 새로운 경험 많이 해서 아버지와 딸이 공동으로 글쓰는 일에
매달리는 날이 와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얌전하기만 한 게 답답하고 여러가지 속시원하게 당당하지 못한 딸아이의
태도 일부분이 거슬리긴 했지만 이젠 갈 길이 확실히 정해졌다
두개의 직업을 위해서 노력하는 딸아이에게 성원을 보내주어야지...
조금더 이야기 보태어~~~ 꿈을 이룬다면~~~어릴적 추억속의 선생님을 찾아서~~~
외국어학원을 할 때 학원에 선생님으로 온 캐나다의 로렌선생님을 못 잊어
어린 가슴에 그리움을 담고 앓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난 열심히 공부해서 스튜어디스가 되어 캐나다로 갈꺼야 가서 로렌선생님도 만나고
빨강머리앤의 작가 몽고메리여사의 저택에도 가 볼 거야 꼭 꼭 그리할거야"
하며 울던 딸 로렌선생님은 우리 딸에게 참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었다
늘 함께 놀아주고 빨강머리앤의 원서는 물론이고 빨강머리앤의인형, 연필, 이 밖에도
저글링을 주며 놀이하는 법이 상세하게 적힌 책까지 선물로 준 마음 따사로운 선생님이
아직도 딸아이의 마음속에 고운 추억으로 자리 하고 있는 것을 안다
딸 아이의 앨범 맨 앞쪽에 빨강색의 지프위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
로렌선생님은 지금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계실것이다
혹 딸 아이가 라스베이거스로 가면 케나다에도 가끔 가서 선생님을 만나 뵈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인연'이란 피천득님의 수필을 보면 세번째 만남은 아니만나야 했었다는 실망감
우리딸의 마음속에는 로렌선생님은 빨강머리앤의 남자친구 길버트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을까
참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딸이 이국생활을 하게 되면 함께 만나봐도 좋지 않을까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
우리딸이 초등학교 4~5학년 때 일이다
지금 비행기를 탔을 시간이다
엄마가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서 딸을 염려하고 있는지 알까?
나도 친정엄마처럼 멀리 보내 논 딸아이의 꿈과 희망을 기원하면서도 염려한다
"그래 가장 높이 날으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고 했어.
너는 날 수 있어 꿈이란 고운 날개가 달려 있으니까 멀리, 높이 날아오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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