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딸 귀염이가 3박4일 일정으로 남해로 수련회를 간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날엔 김밥과 초밥을 주로 싸는 데 오늘은 간단하게 김밥만 싸기로 했다
낮기온이 좀 올라가는 날씨라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분주하게 김밥속을 만드는라고
눈, 코 뜰새 없이 오른손과 왼손이 기계적으로 착착 돌아가야 시간이 절약 될텐데
요즘은 전과 다르게 금방 부친 계란지단을 어디 두었는지 찾는다고 우왕좌왕하고
시금치도 잘 변하는 성질이라서 새벽시간에 다 맞추어 하려니 얼마나 바쁜지
우엉이며 단무지, 오뎅, 당근, 상추, 김치도 넣고 햄한조각 넣고 속만 많이 넣는다고 맛난 게 아니고
간이 딱딱맞아야 제대로 된 김밥인데...
가나가 자는 사이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이쁘고 맛나게 하는데는
정성이 한몫... 그런데 이 바쁜중에도 내 머릿속은 김밥속마냥 복잡하지만 재미났던
오래전의 김밥에 대한 추억이 서너개가 팍 떠올라서 김밥싸는데 즐거운 기분으로 업 되는게
아닌가 슬몃 웃음나는 추억속의 김밥말기 풍경속으로 거슬러 가 본다
"선생님 , 제가 선생님들 도시락은 책임지겠습니다 걱정마이소 담임아닌 선생님들 여섯분이지예?"
'그럴래 미안해서 우짜꼬?"
"아이라예 지가 할 수 있어예 그런데 맛은 별로 없어끼라예"
"괘안타 고마 산에 가서 묵으모 산맛, 들맛땜에 맛이 좋은기라"
우리의 수학을 맡고 계셨던 장병기선생님, 선생님은 내가 자취를 하던 바로 옆방에
계셨다 늘 집에 오면 보는사이로 선생님은 진주가 고향이셨는데 우리학교에 발령 받아 오셨고
우연히 다른친구들보다 빨리 알게 되어서 선생님께서 거처할 방을 알아봐 달라시기에
알아보다가 나랑친구가 함께 있던 방 바로 옆에 빈 방이 있어 그기가 어떻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하셨다 이렇게 특별한 인연으로 엮이게 되었고 난 고3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늦게
오면 선생님의 식사와 방청소며 빨래가 걱정되기도 하는 이상한 관계로 변해 갔다
여자는 나이가 많으나 작으나 남자보기를 일단 여자의 관점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
나 또한 우리들의 어머니나 언니처럼 어느새 그런 모습을 닮아 있었다
고3이면 대학입시땜에 얼마나 바쁜 시기였는데 학교에서도 수학수업시간에 혹 넥타이라도 삐뚤어져
있거나 머리가 지저분하기라도 하면 내가 잘 챙겨 주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하고 하여튼
심한 착각을 하였다 여자의 심리란 건 그런 것이었다 ㅎㅎㅎ
우리수학선생님 외모는 전혀 아니올씨다였다 꼭 생긴 것이 동네 마을이장님처럼 생겼고
그기다가 산불예방 모자나, 새마을운동 모자하나만 딱 눌러 쓰면 누가 보아도 학교
소사모습에도 미달되는 좀 그리 생긴 선생님이었지만 사람됨됨이를 외모로 판단하면 절대로 오해였다
선생님의 외모는 촌발날리지만 내실은 참으로 실속이 가득찬 훌륭한 분이셨다
역사적인 인물로치면 꼭 강감찬장군이 비슷할 것이다 선생님을 가까이서 매일 만나다보니
선생님의 품성이나 가정생활이며 모든 것을 쏙쏙드리 알게 되었는데 가난한 집의 장남이라
공부를 잘했지만 서울로 진학하지 못한 사연으로 돈에 대한 집념도 강하여서 우리몇몇에게
수학과외도 한두달 하게 하셨는데 그곳 아이들은 그당시에 도회지의 아이들처럼 과외라는 걸 늘상
하며 학교공부에 열을 올릴만큼이 아니었고 또 과목이 수학이다보니 공부 좀 하자고 한 친구들도
어려운 수학을 오래 과외로 버티지 못햇다 재미없는 과목에 불과 한 것 기초가 안 되어 있던
우리들의 수학실력은 과외는 하나마나였다
나는 우리오빠같은 수학선생님덕택에
못하는 수학시험성적에 어떻게 하던 성적을 올려 보기로 했다 한집에 살면서 체면상
수학셩적이 형편없으면 웬지 입장이 난처할것 같아서... 그렇다고해도 달리
방법이 없어 시험범위를
외워서 시험을 쳤다 그 첫 시험성적이 놀랄만큼 높은 성적인 95점을 받았다
나는 원래 수학을 무슨 벌레보듯 싫어했는데 그런 시험점수들로 인해서 친구들은 내가 수학을
잘하는 줄 알게 되었는데 그건 오해였다
그런 성적에 당당함 후에 소풍이 있었고 나는 선생님들의 도시락을 내가 싸는게 당연한 일이라고
착각을 했다 여섯분의 도시락 학교에서 내일 소풍의 도시락싸는 것 땜에
공부가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어떻게 학교를 파하고 내 생활비로 시장에 가서 온갖 반찬거리를 샀다
고마 내가 한 모습은 시집온 새댁이 집들이하는 모습이었다
그날 밤을 새워 김발에다 놓고 밥과 여러가지속으로 예쁜 김밥을 스무줄이나 쌌고
여러가지 반찬까지 준비했다 멸치조림, 갈치조림, 엉터리로한 갈비찜까지
하여튼 내 평생에 가장 뜻 깊은 훌륭한 도시락찬을 고등학교 때 싼 것 같다
층층히 찬합에다 쌓아올린 도시락, 물 과일까지...
소풍 날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셨다
"아니 무얼이리 준비했지?"
그날 내가 준비한 도시락의 맛이 어떠했을까???
참 당돌했다 무슨 배짱으로 내손으로 도시락을 준비한다고 했는지?
맛은 어떠했는지 먹을만 햇을까???
원래 우리엄마가 요리 실력이 없어서 내가 엄마를 닮았다면 맛은 고사하고
그날 선생님들께서는 내가 싼 도시락을 드시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생각만 해도 민망하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이젠 그 때처럼 그런 용기는 내지 못하리라
우하하하 나의 별난 도시락싸기 체험기
오늘김밥은 간이 잘 맞다
셋째의 친구것도 한통 싸 주었다
즐거운 수련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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