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루핑아지매

이바구아지매 2007. 4. 11. 07:05

"안녕하세요. 사장님 바꿔주세요 나 루핑이에요"

 

이렇게 아침마다 모닝콜처럼 전화를 해 대는 여자가 있었다

 

허허허 꼭두새벽부터 잘 모르는 외국여자가 우리집에 늘 전화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대부분의 주부들은 고마 이유 불문하고 화를 낼만하지 않는가?

 

그것도 2년동안 거의 매일 그 전화를 받았으니 우리집 아침모닝콜은

 

참으로 진기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그려보며 아침이 시작되었다

 

루핑, 그녀는 누군가? 국적은, 나이는, 하는일은? 전화를 하는 이유는?

 

그녀의 전화를 받는 울신랑

 

"루핑아지매, 7시15분경에 남문정류장에 서 있어요"

 

그렇게 시작 된 모닝콜의 주인공 루핑을 상상해본다

 

어느날부터 남편의 휴대폰에 모닝콜이 시작되었고 어쩌다가 내가 먼저 폰을  받기도 하는데

 

폰에 찍히는 이름은 '루핑' 그녀의 이름이 찍힌 첫날의 기억은 얼마나 묘하고

 

 아리송하고 야시꾸레한지...

 

"이 여자 누구야, 왜 남의 남편폰에 자기 이름을 마구 찍어 어디 몰상식한 여자가 이러냐구?

 

그것도 새벽부터 무식하게말이야 누가 이런 짖을 하냐구?"

 

'아, 그 여자 중국여자야 우리회사에 와서 용접을 하는 며칠 안 된 중국여잔데

 

사정을 듣고 보니 딱했어 집이 대우조선소앞인데 하필이면 삼성조선소쪽 일을 하게 되었지

 

현장에서 일하는 다른사람이 날 이야기한모양이야

 

장승포에서 출근하는 과장님이 계신다고 그래서 부탁을 하는데 딱한 사정이어서

 

남편은 대우조선소에서  용접일을 한다던데 살기가 어렵데

 

아이들은 중국에 다 있고 부부가 돈 벌러 왔는데 아마 루핑이라는 여자는 비자도 없다든가?

 

불법체류자인셈이지 관광비자로 들어온 것 같애 그래도 그런사람들은 돈을 적게 주고 쓰니

 

업주쪽에선 몇달 그리 쓰는 게 나쁘지도 않아 3개월단위로 관광비자를 갱신하는건

 

우리가 외국어학원 할 대도 많이 본 흔한 일이었잖아 옛일을 생각해서 박절하게 못하겠더라구

 

게다가 아이가 넷이라네 그 점이 안타갑게 했고?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데 그냥 태워주지 뭐"

 

"그 여자 예뻐? 날씬 해"

 

'아니 뚱뚱하고 희안하게 생겼어 "

 

"그래 그럼  더 이상 동정은 안 돼?"

 

이리해서 중국여자 루핑은 아침마다 모닝콜을 하게 되었다

 

슬쩍 시작한 것이 2년여동안이나 아침마다  남편이 출근하면서 우리차로  태워다  주었는데

 

어는 날 저녁 퇴근 해 오던 남편이 딸기한박스와 몽키바나나를 가져 왔다

 

 

 

"이거 루핑아지매가 준 거야"

 

"아니 이런 선물을?  돈이 어디있다고 먹고 살기도 힘든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

 

"허허 늘 아침저녁으로 차를 타고 다니기가 미안했던 모양이야"

 

'아니, 이게 어찌된게야 먹을 수가 없어 다 곪아 터지고 상하는중이야"

 

"선물을 하려면 똑바로해야지 이게 뭐야 혹 과일가게에서 버린 거 주어다준건 아닌가?"

 

"그럴리가있나? 늦게 마치고 내 차 타는 것 밖에 없으니 훼밀리마트같은데서 급히 사서 그럴거야"

 

어쨋든 그날 과일 선물앞에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고의는 아니었겠지 과일은 먹을만한게 없었고 마음은 우울해졌다

 

사람사는 게 뭔지 싱싱한 과일사러 시장에나 마트에 들릴시간조차도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딱하고 ...

 

 

 

난데 없이 오늘아침에 그 루핑아지매가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루핑이에요"

 

중국에서 다시 들어왔다네

 

뭐가 좋은지 아이들은 다 시어머니가 맡아서 키운다나

 

남편과 또 열심히 해서 돈좀 벌어볼끼라고???

 

재미붙였네

 

조선소에 들어온 외국사람들 우리 거제에도 외국근로자가 10000명넘게 들어와서 일하고 있다

 

그들이 쏟아져 들어옴에 별별 이야기와 풍속이 그려진다

 

'그런데 왜 루핑아지매는 자기더러 사장님이라고 불러?"

 

"중국에서는 그런모양이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존칭이라고?"

 

"피~~ 자기는 사장님을 한 적도 없는데?"

 

"원장님이나 사장님이나?"

 

어쨋든 루핑아지매 살림살이가 좀 좋아진 것 같단다

 

살림살이가 좋아지면 느낌부터가 달라진다

 

나도 오늘 하루 기분좋게 희망을 가지기로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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