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옛날에 옛날에

이바구아지매 2007. 5. 8. 07:35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응 엄마다 집에 댕기가거라"

 

'예 알겠습니다"

 

날씨가 하도 더워 브라운색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고 준비한 홍삼엑기스를 들고

 

친정나들이를 갔다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엄마한테 드릴려고 준비한 홍삼엑기스를 또 마다할게 분명하다

 

엄마는 우리한텐 아무것도 받으려하시지 않는다 아이들도 많고 사업에 실패하여 여유도 없다고

 

그냥 안타까워 하시는게다 어떨 땐 너무 그러시는 엄마가 오히려 짜증까지 난다

 

"그냥 받아요 자꾸 그러니까 자식이 엄마한테 기대게만 된다구요 주면 고맙다 하고 받아야지

 

꼭 도로 주어서 딸네미 기분을 상하게 하세요?"

 

이런적도 몇 번이나 된다

 

오늘도 그럴것이 분명하다 그래놓고도 딸네미한테 대접못받은 것이 서운할지도 모른다

 

30분 차로 달려 내리니 땡볕이라 쓰고 온 보릿대모자가 얼마나 상쾌한지...

 

가나와 엄마집 너른마당으로 들어서니 온통 꽃들땜에 현란해서 눈이 어지러웠다

 

"안녕하세요?"

 

"오야, 맹수기 오나?"

 

'아저씨, 아지매 별일 없었어요?"

 

마슬 온 갑수오빠아부지랑 정연이언니엄마가 엄마랑 마루끝에서 한창 열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모녀에게 함박웃음으로 안부를 물었다

 

"아이고 가수내그거 참 야무지다"

 

"야무지고 키도 마이 컷네 안 낳아서 그렇제 놓기마하모 똑 죽신커디키 커네"

 

아저씨랑 아지매가 우리가나에게 이야기를 옮겨 오는 듯 하더니

 

우리가 방으로 들어가니 또다시 우리는 아랑곳않고 이바구에 열을 쏟았다

 

"참말로 옛날에는 우찌그리 배가 고푸던고?"

 

우리엄마가   한 마디 하니 아지매가 거들고 나서서

 

'하모요 너무집 제사는 다 외우고 제삿밥을 안 지달릿소"

 

'저건네 중길이 제사때까지 그 집 제사는 글기지냉께 얻어 무로 갔다가 십겁도 했제...?"

 

우리엄마가 난생처음 하는 신기한 이바구를 귀에 담기 시작했다

 

"중길이는 왜놈들 폭격기에 맞아 현해탄 바다에서 즉사안했나 일본에서 공부하는 중이었제

 

집에 댕기로 왔다가 그래 죽고 낭께 외동아들이고 부잿집이던 중길이 어마이가 아들제사로 글기 지냉께

 

동네사람들이 막 가서 그 푸짐한 제삿밥을 무보끼라꼬 늙은 할마시들가지 안 갔더나

 

그 때는 해방도 되고 어수선한 시기로 빨개이들이 판치던 때 아이가

 

총각이 죽었는데 할마시들이 그 제삿밥을 무로 간 거는 참 염치도 없는기고

 

그래 밥을 묵고 있으모 순사들이 와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빨갱이요? 함서 빰을 내리치고

 

참 어엽앗다꼬 나는 딱 한 본 가 봤고 오해는 안 하더만 그 때 우리동네도 빨갱이짓 한 사람

 

안 많나"

 

"맞소맞소 안 그랫소"

 

 하고 아저씨가 엄마의 말에 장단을 맞추더마는

 

그 때 나는 어깨가 몽창시리 아파서 꼭 죽것더마는 채규병원에 가서 침을 맞고 안 나삿소

 

채규병원이 그 때 거제도에선 젤 잘 핸느기라요 채규 그 양반 참 침 잘 놓데

 

대통령 어마이도 안 고칫소? 그라는거 보모 살아있었으모 우리나라 젤 가는 명의가 되엇을거로?"

 

"우리시누 냄편이지만 참 잘 했지요 인물도 얼매나 좋습디까? 그래농께

 

돈 잘 벌제 인물좋제 실력있제 우리시누도 함초롬하이 인물이 마이  고밧는데

 

참말로 그 당시에 거제에서 젤 잘 나가던 배과부가 고마 우리시누냄편을 딱차고 들어앉았는기라"

 

"그 배과부 참 유명했지요 남정네들이모 다 그 배과부를 맘에 다 담아 볼라꼬 했시니

 

나도 남자지만도 우찌그리 예뿐고 아메 황진이가 그리 생깃을끼요?"

 

이리 옛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나도 그 고모부를 낚아 챈 배과부네집에 멋모르고

 

놀러 간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 배과부는 자식이 없었다

 

내가 가면 맛난 것도 해 주고 돈도 주고 예쁘기도 했다

 

나는 그 사람이 고모의 자리를 뺏았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어리기도 했고 고모부가 날 귀여워해서 언니랑 나랑 자주 데려 갔었다.

 

우리고모부는 그 당시에 돈을 참 잘 버리고 날마다 맛있는것을 묵고

 

그 배과부랑은 날마다 사랑놀이를 했다

 

"우리 숙이 오나 아지매가 머해주꼬???"

 

이렇게 귀여워해주니 우리고모의 원수같은 마녀인지도 몰랐다

 

그 때 고모는 배과부가 하는 꼴을 눈꼴이 쉬어 못 보고 마산으로 이살 가버렸고

 

고모부는 집안을 돌보지 않고 여자에게 빠져서 재산을 탕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과부 품에서 돌아가셨다

 

엄마가 배과부라고 오늘 말하지 않았더라면 배과부의 기억은 해내지 못했갰지

 

고모부는 애교많은 여자를 좋아하셨다

 

교태를 부리고 나긋나긋한 그런 여심을 좋아하신분이다

 

에고 고마 고모부가 잘 했더라면 돈도 잘 벌고 자식들도 훌륭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나 정주영이 이바구도 하나 해보께요'

 

하고 아저씨가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참 그 양반 난사람이라  그 양반은 처이만 좋아핸는기라요 하리는 처이하고 하릿밤 보내고

 

백지수포로 줏다꼬 안하요 그래 그 처이가 내 요 영감탱이 함 놀리무야제 하고 백지수포에

 

1억이라고 써가이고 은행에 가강께 은행에서 보고 정주영 이레 적히있응께

 

은행에서 정주영이한테 전화로 해가 수포에 적힌 금액을 이야기항께

 

1억이 아이라 2억3억이라도 적힌대로 주라 이랫다꼬 안 하요 참말로 통도 커지요

 

내친김에 정주영이 이야기 두개 더 해 볼라요

 

강을 지나가던 정주영이가 물에 빠져서 나부대고 있었는기라요 나 놓았으모 딱 죽을판인데

 

그 때 지나가던 젊은이가 그 물에 뛰어들어가가 구해줏다꼬 안 하요 그랑게 정주영이가

 

주소로 하나 적어놓으라꼬만 하고 고맙다는소리도 안 하고 가 보라캐서 그냥 지베 돌아간 청년은

 

생각항께 고마 부애가 나서 고놈의 영감탱이 살려주었는데 고맙다꼬도 안하고...

 

아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아 고마 연락이 왔다꼬 안하요 그래서 가봉께

 

유명한  회사의  정주영회장이더라꼬 안 하요

 

정주영이가 소원한가지만 들어주꺼마꼬 해서  고맙다쿰서 그랑께 회사에서 나오는

 

고물들을 다 질로 도라캐가 그라꺼마꼬 했더마는 나중에 봉께 이 젊은이가

 

정주영이보다 더 똑똑하고 한 수 위더라꼬 안 하요 ... 허허허

 

항개만 더 해 주께요 부산 UN묘지있지요 그 참 안 좃십디까 그게 때를 입힐라쿵께

 

잔디로 몬 구해가 골치로 앓고 있응께  미군부대로 보고 정주영이가 한마디 또 안 했소

 

나가 그 때로 함 입히보낀께 그 일로 나한테 마끼주소 이랫거던

 

그래가 그 때 치벌땐데 잔디로 우찌구하낀고 정주영이가 고마 들판에 나가가

 

보리밭에 보리로 잔뜩 파 와가 UN묘지에 심어농께 파라이 참 좋더라꼬 안 하요

 

미군들이 원드풀원드풀이라꼬 한 유맹한 이야기 안 재미있소?

 

'아저씨가 한 말들이 정주영사서전에 나오는 이야기라예"

 

""정주영이가 거제도 피난와서 대학교수들 앉혀 놓고 연설한 이야기도 있어요"

 

그러케 대단한 사람아이더나

 

나는 엄마한테 가서 옛이바구에 시간을 다 보내고 그 길로 시간이 많이 지나서

 

옛이바구에 하루해가 다 흘렀다

 

그래도 재미있다

 

또 들으러 와야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