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우 리 할 부 지

이바구아지매 2007. 5. 4. 11:56

어젯밤엔 할부지의 기일이었다

 

우리할부지 내가 국민학교2학년때까지  사시다 하늘나라로 가셨다

 

내 기억속의 할부지는 얼매나 우렁차고, 당당하고, 확실하고 근엄하고, 호탕하신분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할부지의 존함은 '옥극정' 아호는 동호 아주 오래전  역사속에 살다 가신 분이다

 

 1800년 말기쯤??? 그러니까 조선시대 고종황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역사속인물과

 

만나 보는 그런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70~80세를 산다고하면  짧은 역사가 되고 이어져 내려오면  유구한 역사로 됨을

 

나는 피부로 느껴보며 경험을 하고 산 그러니까 나도 어찌보면 역사의 한 삶의 증인이기도하다

 

그렇게보면 우리인생을 함부로 살 일이 아니다

 

어쨋거나 나는 원래 신중한 사람은 못되어서( 얌전치 못함)

 

아무리할부지의 기일이라도 그렇다 제사상앞에 엎드려도 즐겁게 또 할부지를 추억해

 

 보는 자리에서도 그 호탕한 기억들을 앞세워 이야기한다

 

참 내 우리할부지의 성함은 그 유명한 임꺽정이와 같음으로 이름조차 해학적이고...

 

옛날엔 양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된다고 해서 아호를 사용했는데그 아호가 '동호' 그냥 들으면

 

멋지고 세련 된 이름아니가? 그런데도 경상도사람들은 성질급한게 이윤지 똑똑해서 그런지

 

고마 좋은 아호를 그대로 부르면 좀 좋은가 꼭 그기다가 토를 달고 코믹하게 놀려먹으려고

 

안달이었다 그러니' 동호'라는 이름은 고마' 도' 라고 발음을 했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그 이름을 함부로 고쳐부르면서  우리할부지 안 듣는데서 양반의  근엄함을 빗대어서

 

비아냥거리는 뜻으로 그랬다는 것을 어린 나도 잘 알았다

 

동네사람들의 놀림대상으로  우리가족은  고마 장꼬방의 장독, 도가지들이 되어버렸다

 

울 아부지는 큰단지, 큰오빠는 수티, 울엄마는 도랑사구, 이런식으로 장꼬방의 이름이

 

가족들에게 붙어서 나랑 언니는 깍지자매

 

사람들은 늘 호령하는 우리할부지께는 옴싹달싹을 못햇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쯤은 우리집은 고마 몰락해가는 양반가였다

 

양반??? 우리시대 그런게 있었냐고???

 

우리집은 할부지도, 아부지도 늘 양반이라서 그러면 안 된다 쌍놈과는 어울리면 안 된다

 

그리해서 나는 양반가의 마지막 허세를 부리고 그것은 객기라고 생각했다

 

우리할부지는 훌륭한 집안의 자식으로 사는 것도 아주 넉넉했었다

 

내가 어릴 때 본 기억나는 몇 가지 풍경속에서도 조모는  늘 머리에 동백기름 자르르

 

바르고 곱게 쪽진 머리를 하고 얌전하게 안방에 앉아서 책을 읽으셨다

 

물론 부엌일을 하는 부석할망구랑 아기를 돌보는 아기담살이와 머슴이 서넛

 

우리 할부지는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또 통영에서 거제외포까지길을 담당하는 도로감독을 하셨다

 

그 시절은 내가 모르고 들었던 이야기고 사진속에서 흔적을 발견하는 정도...

 

그 시절 그러니까 할부지가 도로감독이셨던 그 때는 거제군이 아니고 통영군 연초면 이런식이었다

 

내가 훗날 면사무소에 가서 호적에서 사망한 할아버지의 사신 연대를 살펴보니 그랬다ㅋㅋㅋ

 

나는 역사속을 살펴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쾌쾌묵은 사진 한 장도 아주 꼼꼼하게 살펴보고...

 

내가 본 사진속 할부지는

 

 

  일본복장을 하고 다보탑위에서도 사진을 찍으시고 , 석가탑앞에서도 폼을 잡고 , 그 때 우리나라는

 

나라잃은 슬픈 민족이었다 식민지민족의 슬픔을 할부지의 옷에서, 다리에 찬 각반에서, 일장기에서

 

보고 느껴 보는  비애는 할부지의 호통속에 울화처럼 고여 있었을까???

 

하여튼  그 시절   할부지는 돈도 잘 버셨다고 아부지한테 들었다

 

그런데 운수나쁘게 노름에 손을 대셨고 노름에 이기는 장사가 있겠는가?

 

가산을 탕진하여선 울아부지가 일본에서 대판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에 눈도장을 찍을즈음

 

그만 할부지는 아들을 기어코 자신의 집으로 억지로 불러들이고 말았다

 

재산이 할부지의 손끝에서 홀랑홀랑 날아갈즈음 6.25가 터졌다나 그 때 우리집은 또 한 몫

 

보는 부자의 길로 접어드는가 했단다

 

전쟁은 수 많은 사람들을  피난민이란 이름으로 거제도로 몰려오게 만들었고

 

우리집엔 열여천이란 큰 산이 있었는데 그 산자락에 한 마을이 생겨 난 것이다

 

우리할부지는 당연히 대저택의 주인할배였다

 

그러나 우리할부지는' 주인집할배'라는  말을 싫어해서 듣는데서는 감히 그리 못했단다

 

주인할배, 호랑이할배... 안 듣는곳에서 피난민들은 그리 불렀고 할부지도 아셨겠지

 

훗 날 그 산자락에 살던 피난민들중에 나랑 함께 학교에 다닌 친구도 있었다

 

나는 늘 평범했고 얌전했고 있는 듯 없는 듯...

 

우리할부지는 무엇이든 하면은 끝장을 보시는 성격으로 사람들은 많이 무서워했었다

 

내가 국민학교 1학년때 마루끝에 앉아서 놀고 있을 즈음 세무소의 밀주단속반이 들이닥쳤는데

 

마침 방에 밀주가 보글보글 끓어서 발효되는 중에 방안은 술냄새가 빙글빙글 돌았다

 

밀주단속반이 너무 급하게 드리닥치는 바람에 술한독을 숨기기는 시간으로 보아도 그렇고

 

양반인 할부지가 우찌하긴 이미 틀린 시각이었다

 

나는 그 날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우리할부지가이기나 밀주단속반 아저씨가 이기나  양쪽을 번갈아보며 눈싸움의 기가 어느쪽으로

 

기우는지를 지켜보았다

 

누가 이길까???

 

우리할부지의 고함에 이길자는 세상에 없었다

 

우리할부지는 세상이 다 자기것이고 지는 일은 없는 강하고 승부근성도 확실해서

 

밀주단속반과의 한판승을 어떻게 결론낼 것인가로 나는 이미 우리할부지가 판정승을 할끼라고

 

생각했다 물론 밀주를 담아 묵는 우리가 더 큰 잘못이긴 하지만 다 그라는데...

 

집집마다 다 담아 묵는데...

 

"영감님 아실만한분이 이르시면 됩니까?"

 

"허허 이 젊은양반이 멋이라 지금 니 핸 말뜻이 그기 머꼬?"

 

우리할부지 작전이 고마 말꼬리물고 늘어지기로 작전을 세운모양???

 

밀주단속반은 늘 그렇듯 한사람만 오는 게 아니었다

 

2~3사람이 왔는데 한 사람이

 

"흠흠 아이구 냄시야 , 봉창문사이로 술냄시가 솔솔하네 방에 함 들어가봐야제"

 

"아니 이 버르장머리 없는, 어데서 감히 이라노 요가 어덴고아나?"

 

그 때까지도 우리아부지는 총무계장으로 불리고 있었다

 

"예 압니다 총무계장님댁아입니까?"

 

"그라모 나가 누고?"


 

"아버님아입니까?"

 

"그라모 됐다 가바라"

 

'안됩니다 방에 가봐야 되는기라예"

 

"허허허 어른이 안된다꼬하모 안 되는기제"

 

"공과사는 분맹히 해야한다꼬예"

 

억지로 한 아저씨가 방에 들어와서 보글보글 술익는 단지를 들고 나온기라

 

"자 벌금을 때리야지"

 

"허허허 지금 멋이라캣노 그 수티를 들고 나가 오라쿠는대로 따라와바라"

 

"예, 알겠심더 "

 

"아이구 요가 구새아임니꺼?"

 

"그래 니가 저 구새에 들어갈래 술독을 빠자삘래 두 개 중에 한개 골라라 어서 좋은말 할작에"

 

"아이구 영감님 이라모...?"

 

'허 죽고 싶나 빨리 두 개 중에 하나를 고루라쿤께"

 

이렇게 해서 우리집 술독은 구새에 톡 빠졌다

 

"인자 됐다 곡조가 우쨋다꼬? 술이 어데있노?"

 

이렇게해서 우리할부지가 밀주단속반을 한판승으로 이겼다

 

순전히 억지로...

 

우리할부지는 이런분이었지만 한석봉을 빗댈만큼 글을 잘 쓰셨고 손자사랑이 하늘에 닿앗다

 

우리형제들에게 단지, 수티 도랑사구손자라고 부르던 동넷사람들의 기억에도 멋진 할부지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머라캐사도 그 집에서 우리 다 밥 얻어묵고 안 살았나

 

참말로 밥도 그리번때아이더나  도 할배네집에서 밥 묵고 안 산 사람이 벨로 있나???"

 

 

 

세상은 마이 바뀌어 우리집은 지금 잘사는 집도 아니고 양반이란 말도 이미 오래전에 사장되었다

 

꼭 옛날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우리할부지...

 

 

그래도 그립다 우리할부지 함 보고 싶다 꼭 한 번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