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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글] 숲 속에서 책읽기를 통한 가족과 하나 되기

이바구아지매 2007. 5. 23. 10:35
가족과 '통하는' 방법, 이런 건 어때요?
숲 속에서 책읽기를 통한 가족과 하나 되기
텍스트만보기   임현철(limhyunc) 기자   
▲ 바람은 잠시 머무르며 소통을 합니다.
ⓒ 임현철
서로 '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감(交感) 속에 느끼는 작은 행복은 그 정도가 더 클 것 같습니다. 그 대상이 나무든, 물이든, 지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간에 말입니다.

"산 속에서 숲 속에서 책을 읽어 보았는가? 다른 데서 읽는 것과 너무나 다르다. 산에서 읽은 책 내용은 잊어먹지를 않는다. …… 2주에 한 번은 산에 가서 가족들이 책을 읽자.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들고 가서 읽는 것이다. 엄마도 책 보고 아빠도 책을 볼 때 아이들도 당연히 따라 책을 볼 것이다. 오면서 서로 읽은 것에 대해 얘기도 나누면 표현력도 는다." - 구성애 <니 잘못이 아니야> 중에서

구성애님은 아이들 영혼의 조기교육을 위해 산행을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식을 싸가지고 '풍욕', '책 읽기', '음악 듣기' 세 가지 프로그램을 덧붙이길 요청했습니다.

▲ 전남 여수시 미평동 봉화산 산림욕장.
ⓒ 임현철
"여보! 얘들아! 오후에 삼림욕 하러 가자."
"어디로요?"

"자주 가는 산림욕장 말이야."
"아빠, 가본 지도 좀 됐는데 오동도로 가요, 네?"

"엄마 몸이 안 좋다니까 오동도는 다음에 가고 산림욕장 가면 어때? 거기서 책 읽으며 오래 있으면 엄마 몸이 좀 좋아질 것 같은데……."

"그럼, 그래요."
"자기가 읽을 책 챙기고."

20일 오후, 이렇게 전남 여수시 미평동 봉화산 산림욕장으로 나섭니다. 3년 전부터 가족 나들이 코스로 자주 들렀던 곳입니다. 처음 찾았을 때, '바닷가인 여수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 할 만큼 울창한 나무에 저수지까지 있어 포근함을 느꼈던 곳입니다.

그래서 지인, 친구, 가족 등과 동행하며 편안한 휴식을 권했던 곳입니다. 그러면 '이런 곳을 알려줘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알려져 훼손될까, 염려스러워 글쓰기를 아껴뒀던 소중한 곳입니다.

▲ 산림욕장에서 어울린 가족.
ⓒ 임현철
산림욕장에서 '책 읽기', '풍욕', '음악 듣기'를 시도하다

아내는 <가족치료 현장으로의 초대>를, 열 살과 아홉 살 아이들은 <헤라클레스>와 <그리스 로마신화>를, 내 몫으로 <니 잘못이 아니야>를 선택해 물, 간식거리와 함께 배낭에 넣었습니다.

구성애님의 말처럼 산행에 '책 읽기'를 더하는 그림도 예쁘겠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숲 속에서 책을 읽다 보면 '풍욕'은 자연스레 될 것이고, 새들의 노래 소리ㆍ바람소리ㆍ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ㆍ물소리 등은 '음악 듣기'가 될 것이 충분하기에 책 읽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산림욕장 초입에 살구가 탐스럽게 열려 있습니다. 돈나물은 예쁜 노란 꽃을 피웠고, 마가렛은 흰색 꽃을 틔워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있습니다. 돈나물은 천연 에스트로겐이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특히 좋다고 합니다. 그 덕에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아 북한에서는 김치를 담가 수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갱년기 여성에게 특히 좋다는 돈나물 꽃무리.
ⓒ 임현철
산림욕장의 흙은 거름지고 삼나무, 편백, 후박나무, 가래나무, 때죽나무, 상수리, 소나무, 왕벗나무 등은 쭈~ 욱 쭉 키를 키워갑니다. 또 청미래 넝쿨, 일명 맹감나무는 송이송이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산행을 즐기는 부부, 가족, 벗, 무리 등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빛이 감돌고 있습니다. 배낭을 진 아이들이 산림욕장 종합 안내도 앞에서 자신들의 산행 코스를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대견한 모습입니다.

산책 전, 내심 책 읽을 장소로 점찍어 두었던 곳에 다다르니 누군가 잠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옆 자리를 잡아 책과 간식을 꺼냅니다. 숲이라 그런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책을 읽다 말고 산을 오르며 벗었던 옷을 다시 챙겨 입기까지 합니다.

▲ 삼나무와 편백 등 다양한 나무들이 즐비합니다.
ⓒ 임현철

▲ 산행한 코스를 되짚어 보는 가족.
ⓒ 임현철
"어~, 책을 읽네. 보기 좋다"

떠들며 산행을 즐기던 사람들, '쉬~잇, 가족들이 책을 읽고 있네. 쉬~이~ㅅ' 배려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쑥스럽기도 합니다. 모른 척 책을 읽습니다. 옆에 누워 풍욕을 즐기며 잠들었던 부부는 '추워 잠을 못자겠다'며 일어나 앉아 몸을 움직입니다. 덩달아 우리 가족도 양지로 옮겨갑니다. 한쪽에 음식 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누가 쓰레기를 버렸담."
"저렇게 버리니까 어때? 너희는 어떻게 할 건데?"
"보기 안 좋아요. 먹고 다시 가져가야죠."

쉼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바람이 몇 차례 온몸을 돌아 지나가는 사이, 두 아이와 산을 찾은 가족 '어~, 책을 읽네. 보기 좋다. 우리도 다음에 책 가져와서 읽자!'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겸연쩍습니다.

몸이 물먹은 스펀지 같다던 아내는 맑은 공기와 기운 속에 어느 새 잠들어 있습니다. 후에 몸이 한층 가뿐할 것입니다. 아랑곳 않고 책 보던 아이들, 번갈아가며 엄마 등 위에 진드기처럼 바짝 달라붙습니다. 깜빡 잠든 아내 돌아누워 아이들을 꼭 안습니다. 참 행복한 표정입니다.

▲ 떨어진 때죽나무 꽃을 주워 시냇물에 띄웠습니다.
ⓒ 임현철

▲ 숲 속이라 서늘합니다.
ⓒ 임현철
새소리 대신 갑작스레 휴대용 마이크 소리가 숲에 울려 퍼집니다. 단체가 온 모양입니다. 무엇인가 설명하는 소립니다. 다른 때 같으면 그런가 보다 여겼을 터인데 무척 신경 쓰입니다. '이건 아니구나' 싶습니다. 숲에선 나무와 동물, 벌레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말소리조차 소곤소곤 해야 한다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다람쥐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구름사다리, 나무 벽 오르기, 징검다리 건너기, 균형 잡고 건너기 등의 놀이시설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시간만에 우리 부부는 짐을 챙깁니다. 녀석들 다람쥐랑 다람쥐 집을 봤다고 자랑입니다. 산을 내려오는 중,

"아빠, 안아 주세요."
"그래, 안아 줄게."

▲ 산림욕장 산책길.
ⓒ 임현철
'통하기' 방법, 한 번 찾아보세요

흔쾌히 안아준다는 말에 눈 깜짝할 사이 놀라더니 환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빠, 배낭지고 힘들어", "안돼, 걸어가" 등의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에 좋았던 모양입니다. 아이가 가슴팍으로 푸~욱 들어옵니다. 꼬~옥 안습니다. 예전과 다른 느낌입니다. 이런 것이 정신적 교감(交感)일까? 가슴에 안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빠, 고마워요."
"우리 다음에도 책 읽으러 올까?"
"네, 그래요."

'아빠 힘들다'며 내립니다. 그리고 슬며시 손을 잡아옵니다. 작지만 따스하고 정겨운 손입니다. 아내도 고마워합니다. 다니던 산책길에 책 하나 더 얹었을 뿐인데 변화는 여러 가지입니다. 인생살이, 자연 속에서 서로 교감(交感)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입니다.

수많은 인간관계 중,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통하기' 방법, 한 번 찾아보시는 게 어떨는지요.

▲ 통하는 길은 찾기 나름이겠지요.
ⓒ 임현철
이 기사는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5-21 15:37
ⓒ 2007 OhmyNews
출처 : 풀꽃향기 머무는 자리
글쓴이 : 서영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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