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오디션이 있었다
곽경택 감독이 '친구'란 영화를 들고 나와 관객몰이에 성공 한 후 잠시 휴식 뒤 다음작품
'똥개' 란 작품을 만들려고 준비중이었다
'똥개'는 밀양이 무대로 건달아들과 교도소를 다녀 온 건달아비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예정이라고 했고
그 날 주인공 철민이란 역의 아역을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고 경상도사투리를 잘하는
9~13세인 어린이를 뽑는다고 부산, 경남 어린이들이 제법 모여들었다
우리 범일이는 그 때 7살로 진인사필름으로 문의를 해 보았다
"나이가 작은데~~"
"경상도 사투리를 잘 해야합니다"
이렇게 해서 사진과 프로필을 가지고 오라는 대답을 듣고 샌텀시티로 갔다
경상도말에 자신이 있거나 출연을 한 적이 있는 쟁쟁한 아이들이 많이 몰려 왔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란 작품에 출연한 이이들도 있었고
나름대로 TV나 영화쪽으로 얼굴을 내민적이 있는 아이들이 다수 있었고 다들 자신감에
넘치는 아이들로 우리범일이는 오디션이 무엇인지 여기에 왜 왔는지조차도 잘 모른채
평소대로 지껄이는 순수토박이 경상도말을 지껄였다
진인사필름측 직원들이 나와서 대본을 나누어 주었고 다들 연습하느라고 정신이없었다
우리범일이는
'엄마, 이기머꼬? 머하는기고 와이라노?"
'그 녀석 경상도말 기막히게 잘 하네"
"엄마, 무신소리고 이거 읽고 나모 축구공 주나? 이천수맨쿠로 축구차고 싶은데
아이다아이다 박지성이맨쿠로 찰란다 박지성이 억수로 잘차제?"
"몇살인데 저리 잘합니까?"
'일곱살이에요"
"나이로는 아닌데? 키도 140cm 이상이니 많이 미달이고 ..."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은 나름대로 집에서 많은 연습을 시켜서 데리고 왔고
경상도 지역의 부산, 김해, 양산, 울산, 밀양쪽 아이들이 참여했고
거제에선 우리 범일이가 나이와 키를 극복하고 오디션에 참가했다
엄마들은 꼬맹이의 사투리에 같은 경상도사람이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절대강자가 생겼다고 난리가 났었다
아역 철민이는 누구에게로 돌아갈 것인가?
철민이의 성인역은 정우성이라고 했다
연습을 하는 중에 시간이 다 되어 우리범일이 차례가 되었고 범일이는 다른 아이랑
들어가서 오디션을 보았는데 연습하나 않고 들어가서 평소대로 오디션을 보았다
물론 특기도 없고 오로지 사투리하나 평소대로 한 거 밖에 없었다
오디션을 마치고 나온 범일이에게 물어보니
'움마, 떨리서 십겁했다 그라모 인자 나 했응께 축구공 주나?"
"응 차속에 있대 곧 줄거야 그런데 무얼 물어봤어?"
" 적혀있는것 고마 읽었다아이가 그라고 니 머잘하노 해서 축구 잘 차는기라예 축구선수 누구 좋아해?
그래서 박지성이 억수로 좋은기라예 그라고 이천수도 좋고 안정화이선수도 좋은기라예"
"그럼 축구선수 되고 싶어?"
'하모요 그런데 울엄마가 그라는데 요게서 축구공 준다켓다는데예 안 주는가예
빨리 차고 싶은기라요"
........
우리는 돌아오는 배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돌아왔다
누나들이 여러가지 오디션에 많이 참가해보아서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똥개' 영화는 진작 상영되었고 철민이란 아이는 누가 했는지도 모른채 세월이 흘렀다
경상도 그 독특하고 재미 난 말품 좀 팔아묵어보려다가 우리아들 인생의 쓴 맛 일찍부터 보았던
오디션 경험 ㅋㅋㅋ
대본은 지금 기억이 하나도 안 나지만 5학년이 된 아들녀석은 아직도 '똥개' 에서 출연해 달라는 소식이
올까 한 번 씩 말을 꺼낸다
축구공도 그기에 함께 오디션을 본 아이의 엄마가 주겠다고 한 것이었는데
그것도 깜박하고 못받아왔다 아들녀석은 축구공도 거기서 주는 상품인줄로 알고 안 받아왔다고
받으러 가자고 많이 조르기도 했는데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특별하고 색다른 추억
어른이 된 후에도 꼭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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