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기억속에는 '요강'이란 오줌통이 기억속의
젤으뜸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우리학교 카페에도 추억속의 이야기중' 요강' 이란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친구들이
달라붙어서 요강이야기에 그리움을 철철 넘치도록 그려내며 웃고 떠들며 난리벅수가났다
어떤 블로그에서 요강이야기를 참말로 진솔하게 잘 그려내서 읽는 순간 오줌내가 내 코를
몬전디게 찌린내로 스며들어 마치 철철 넘치는 요강젙에 있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울산종내기' 그 블로그엔 내가 겪었던 일을 고스란히 그려내어 과거로의 시간여행도 많이 즐거웠다
지금부터 우리집 그 특별했던 요강이바구속으로 함 출발해 볼란다
다른집과 달리 우리집에선 요강이 있는 장소는 마루, 마루도 세개로 나뉘어져 일자모양으로 난 긴
마루 셋 중에서 가운뎃마루로 다른 두개의 마루보다 15cm정도 낮았는데 제사쓰이는
용도라서 그렇다고 했다
이 턱이 지는 곳에서 잠결에 오줌누러 가다가 그만 발을 헛디디기도하여 넘어지기도하고...
우리집 요강은 이 가운뎃마루 구석에 항상 두었는데 밤마다 서너번의 오줌을 누러 나올때면
계절마다 그 특유의 밤풍경을 고스란히 요강에 앉아서 느끼곤했는데 겨울엔 찬바람이
매섭게 불기라도 하는 날 밤이면 대나무들이 사각거리는 소리와함께 무서운 오싹함과 함께
집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대밭가에 순간 하얀 소복의 여인이 껑충 뛰어들기도하고
"
뽁새가 뽁뽁 " 하고 울기도 하고 겨울 찬바람에 별들은 유별나게 반짝이며 푸른빛을 내고
건너마을 앞산 중간쯤에는 도깨비불이 반짝반짝 또 반짝거리고
이 불빛은 내 머릿속의 상상불빛도 좀 작용한 것 같다
나는 오줌을 누고도 금방 일어나지 않고 밤에 일어나는 모습을 또박또박 지켜보았다
우리집옆으로 난 반가들 메뜽( 산소가 줄줄히 있음) 엔 또 여우가 쾡쾡거리며 지나갔고
그 옆으로 난 안산에는 뒷골백여시가 늘 죽치고 살아서 밤마다 무서운 이바구를 물어날랐다
마을 앞을 유유히 흐르는 죽전천 큰 냇가에도 머리풀어헤친 귀신, 혹은 도깨비들이 찰박거리며 물놀이
를 하고 이렇게 겨울밤 오줌을 누고나면 정신이 말짱해지며 밤풍경에 상상의 무서움을 보태고나면
겨울밤 잠은 금방 도망을 가고 방으로 들어갈즈음엔 등뒤에 귀신이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어
"엄마야, "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온 집안 식구들이 다 일어난다
다른집에는 요강이 방에 있는데 우리집은 아버지가 절대로 냄새나고 비위생적인 요강을 방에
못둔다하셨다 덕택에 사계절의 밤풍경을 요강위에서 잘 지켜보았다
이 요강에 앉아서 오줌을 누던 것도 고등학교 갈 즈음은 아예 구새(화장실) 로 가게 하셨다
마루에 앉아서 오줌소리를 내는건 듣기도 좋지못하고 밤잠을 깨우기도하고 또 오줌이 넘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그랫고 또 늘상 아침에 내가 요강 비우고 개울까지 가서 씻어 오는 요강 당
번의 부담도 줄여 준다는 명분아래 꿈 보다 해몽이 더 좋아 어쨋든 맨날 아침 요강 비우고 개울에 가서
씻어 오는 일이 아침마다 내가 하는 일이었다
아침에 마루 깨끗하게 딲아서 메통(오줌모으는 통) 에 비우고 그기다가 걸레를 담아 개울에 가서
오독오독(깨끗하게)하게 씻고 세수하고 물장난도 치고 이 때 동네아이들이 개울가에 가득 모여 아침
부터 물장난으로 시간을 좀 지체하다 잘못하면 신작로에서 요강을 든채 담임선생님도 만나고
부끄러워서 요강은 뒤로 살째기 숨기고
"안녕하십니까?"
이러면 선생님은
"고랑 갔다 오나 "
요강을 든 모습을 선생님께 들킨 날은 학교에도 가기 싫고 일기 쓰기도 싫었다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그 당시엔 일기를 아침부터 있은 일을 빼 묵지 않고 다 기록하는 그냥 기록장이었는데
요강이야기에 선생님은 늘 빙그레 웃으시면서 배려를 해 주셨다는 느낌은 오래오래 지워지지 않는디
하지만 낮이란 수치스런 풍경이기도 하지만 밤이면 요강엔 나만의 낭만과 이야기가
가득 넘치는 매력덩어리였다
겨울이 지나면 봄 , 봄 밤은 또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다
진짜로 요강에 앉아서 앞 산을 보면 산 중턱에서 도깨비불이 난리가 났다
첨엔 불이 하나 조금 있으면 둘, 셋, 넷 한참 바라보면 그 도깨비불들은 맴을 돌았다 빙글빙글
오줌누고 방에 들어가서 자는 언니를 깨워서
"언니야, 지금 앞산욱에 도깨비들이 와글와글했다
보로 갈래? 함 가 보자"
"무시라 안 갈란다 무섭거로 우째가노 고마 자자"
잠이 많은 울언니 이내 코에 바람소리내며 잠 들고...
이내 짧은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여름밤엔 또 개똥벌레들이 세상을 마구 돌아다녀 내가 요강위에 앉을때면 마당가에도 들판
둥천에도 논가에도 둥둥 떠다니는 개똥벌레를 보고 또 도깨비불이라고 앉아서 무서운
상상에 빨려들어갔다 여름밤엔 도깨비며 귀신이 더 많았던것 같다
온갖 풀벌레소리도 한 몫하고 개울에서 등물치는 소리도 꼭 도깨비나 귀신이었던것 같다
사람이 사람소리에도 착각을 할 정도고 풀벌레의 움직임과 소리들도 내 머릿속에 들어오면 다
도깨비가 되었다
여름엔 특히 비가 많이 오는데 비 오는 밤 요강위에 앉으면 오줌은 나오지도 않고
빗줄기를 따라 귀신들이 춤을 추곤 했다 빗줄기를 따라 마당가에 세워둔 왕거시리(빗자루)도
잿꼬닥앞에 세워 둔 거름바지개도 그 옆 시루대밭에도 빗소리랑 어울리어 귀신들이 세상 만났다고
춤을 추다가 대밭사이로 쏘옥 들어가버리기도 했다
참 이상한건 대밭귀신이랑 이런건 주인집 식구들한텐 안 들킨다고 했는데 나는 수시로 보았다
그리고 찬바람 나는 가을이 오고 가을밤엔 특히 늦가을 스산한 밤 분위기는 바람에 또르르
낙엽이 구르면 또 가을 귀신과 도깨비들이 슬그머니 우리집 넓은 마당에 나와서 춤을 추기도 했다
과실나무랑 감나무가 많았던 우리집 넓은 마당가랑 언덕배기에 귀뚜라미소리랑 함께 또 묘한
기분과함께 머리가 쭈삣거릴 일이 막 일어났다
엊그제 죽어서 앞산에 막 묘를 써서 며칠 되지도 않은 메뜽(묘) 가엔 또 도깨비불장난이 시작되고
아직 떼도 안 산' 뺑뜩이' 아저씨의 메뜽가도 여시들이 벌써 달라들었다
어린 시절 산에 갔을때 무덤주위에 흙을 많이 파 내 흔적이 곳곳에 있고 헐리어진 무덤가엔
뼈다귀들이 많았는데 그건 다 사람뼈라고들 했다
개여시가 파 묵은 것이고 그 뼈는 밤이면 파란 빛을 내어선 도깨비불이 된다고 하였다
훗 날 그게 '인' 으로 사람뼈속에 든 성분이란 걸 과학시간에 선생님의 멋진 설명으로
"너그 도깨비라쿠는거 말이다 그거는 뼈속의 인 이란 성분때미 빛을 내서 그렇다
사람들이 산에 도깨비불이 반짝거린다고 하는거도 이것 때문이다"
이만큼의 멋진 설명이 어데 있노?
나는 우리집 마루에서 오줌 누면서 본 사계절의 밤풍경을 이 요강으로부터 실감나게
오롯이 기억하는 법을 배웠다
이 밖에도 요강이야긴 엄청나지만 고만 쓸란다
하얀 요강에 목단꽃 그림이 난 백자항아리같은 요강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이걸 보고 또 고민하겠지
"음 옛날 사람들은 육체적인 노동을 많이 했으므로 밥을 억수로 많이 먹을 수 밖에 없어서
아마도 밥그릇으로 사용한것 같습니다"
"음 그렇겠지요 가장 설득력이 있는 고증입니다"
이런 날이 오모 어떡 해 고마 구새가 멀어서 생각 해 낸 이동오줌통이 밥그릇으로 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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