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중천에 떴다 아들 학교 보내고 쎄기쎄기 오이라이
안 그라모 너무집 모벨리기 지각한다"
"예에 알겠습니다 어무이!!!"
이른 아침전화통속엔 울어무이가 내다보시듯 총알처럼 다다닥하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으셨다
이런날은 헝컬어진 집안 그대로 두고 달려야한다
어무이의 전화받고 40분만에 어무이집에 도착했더니
집안이 꼭 도둑든집 모양으로 헝컬어져 있었다
"오후에 영혜네집이랑, 순네아지매그라고 팽오네집 모벨리로 갈끼다
쎄기쎄기하자 이리로와바라 "
제대로 숨도 못 돌리고 어무이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가 니 한테 부택이로 하나 하꺼마 맹심해놨다가 꼭 해도라이"
"무슨일인데예?"
"이거바라 이 가방안에 내 죽음옷이 들었다 나가 모시삼고 봉견옷으로 죽음옷 해 논기다
지금 열어보지말고 나 죽었다쿠모 고마 이 가반항개만 들고 훽 하이 뛰 오이라
그라모 그 안에 나 입고 갈 옷은 다 들어있응께 니 손 복잡항거 항개도 없을끼다
알긋제 인자 내 나도 일흔셋아이가 준비로 해나야것다 싶어서 닐로 중께
보관했다가 꼭 그래도라"
하시면서 낡고 아주 오래된 넓고 묵직한 궤짝같은 가방하나를 내 주셨다
이 가방은 세상에 나온지 못되어도 백년가까이 된 듯한 그런느낌이 드는 가방이었다
아침부터 달려 온 어무이집에서 건네받은 죽음옷가방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어무이가 앞으로 20~30년은 더 사실낀데 ..."
"어데, 작년다리고 올다리네 내년에 무신일이라도 생기모 우짤끼고 그라고 나사마 뱅원에서
공장에서 맨든 죽음옷으로 하는거 싫다 얼매나 얄궂고 실이 나일론이라서 잘 썩도 안하고
디럽다쿠더라 너그친정아부지 부산복음병원에서 했을짝에도 그 안 봤나
무덤썼는데 대수져가 떠내려왔을때 관도 그냥 있고 관안엔 나일론실들이 엉기가
우습도 안하더란다 너그아부지 장사 다시 지낸거 알제?"
"예 서울에 살때였다아입니까?"
"그 때 동네사람들이 그걸보고 죽음옷은 뱅원에서 파는거 하모 안된다꼬 난리어띠라"
그랬다 우리친정아부지는 죽음 후에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사연이 있다
태풍불었을때 산이 무너져내려오는 바람에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만에 변고가 있었다
남부끄럽게 무덤이 우리집 마당까지 밀려 내려왔다
뫼를 쓸때도 토정비결까지 다 보아서 뫼를 썼는데 아버지의 묘잣리가 물이 흐르는 물길이었고
아무것도 썪지 않은채 발견 되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죽음 옷 준비는 정성드려서 자기 손수 장만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마 안 열어봐도 된다 내 입고 갈 옷 내가 챙긴다꼬 수십번챙긴기다"
"이런걸 받으니 기분이 이상하네예"
"사람이 한치앞을 몬내다봉께 알 수가 있나 나가 죽으모 화장해가 너그아부지
비석밑에다가 묻어도라 그라고 호국원이라쿠는데는 현충일날 가모되제
바빠삿는데 백지대고 먼길 자주 안 가도 된다
안와본다꼬 기분나뿌다꼬 안하끼다 나사마 죽어서도 우리 아들~손지들 잘 되거로
빌끼다 "
"그런 말씀을 항께 눈물이 안 나옵니까? 그런말씀마이소?"
"아이가 요새는 죽어서 장사지낼때도 파티도하고 즐겁게 웃음서로 한다쿠데
백남준인가 그 사람이 죽었을때는 네꼬다이를 가새로 쌈박쌈박 문지르는기 얼매나 어엽던지
옛날 노인들 살아있었으모 놀래가 세상 뒤지핏다꼬 날리로 치것더마는
하기사 살았을 때 그 사람이 좋아핸거로 봄서 웃고 하모 더 좋제 질질 짜삿는거 벨시리 안 좋다"
"어무이, 어무이는 우찌해 드리꼬예 지는마 어무이가 이바구로 참 잘 해가 그걸 녹음시키가 사람들한테
들리줄라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무신이박 나가 무신 이박을 잘 한다꼬? 고마 찬송가나 틀어놓고 김말여이 인자 푹 쉬고
창화만내가 못다한이박 마이 나누고 존데 가이소 이라모 되제 니맨쿠로 그라모 나사 부끄럽것다"
'아입니다 어무이이야기는 억수로 잼나예 시간내가 몇 번만 녹음하모 됩니다''
참말로 어엽것다 그라모 그라까 이박준비 좀 해놔야것네"
이렇게해서 아침나절 축 쳐질뻔한 시간을 잘 넘겼다
"이로바라 요것도 너그주께 목침하고 모시이불두개, 요거는 모시등지개고 요거는 모시베개다
더븐데 덮고 베고 입고 해라"
"모시이불은 풀멕여서 가실가실하고 베개랑 목침도 넘 시원하겠어예 언제 이레 다 해놨어예"
"언제하긴 오래오래 됐제 지은애비는 뚱뚱해져가 인자 모시등지개도 안 맞것더라
모시바지랑 큰아들줄라꼬 다 해 놨더마는 당최 그 놈의 살때미 되나 운동좀 해가
살좀 빼라캐라 "
"운동다니겠습니다 회사댕기오모예"
사람이 살다보면 이렇게 뜸금없이 숙연해지기도한다
울어무이가 아침나절에 난데없이 불러서 이렇게 마음을 착찹하게 해 주셨다
죽음을 생각해 본 기분 묘한 날이다
엊그제 동화작가 '권정생'님이 타계하신 걸 보고 많은 생각을 해 보았는데
그 분은 '무소유'를 실천하신 분이고 어린이를 위해 최고의선물을 남기셨다
주옥같은 동화를 ...
울어무이도 우리에게 남기시는게 참 많으셨다
식탁위의 신선한채소며 ,쌀이랑 온갖 먹거리며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따뜻한 인정을 베푸셨고
공부를 하셨더라면 어찌 아름다운 동화한편 못남기셨을까?
참 멋진분이시다
돌아가시기전에 어무이의 최고장점을 발견하여 남겨보도록 하고 싶다
허허허 울어무이 무얼 남기실까 또 고민하시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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