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이 몹시도 내리쬐는 한 여 름 시계는 정오로 달리고 있을때였다
마당의 빨랫줄엔 꽃만큼이나 고운 빨래들이 땡볕에 바짝 말리고 소독되면
빨래들이 줄에서 한들거리며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정선이는 열다섯살 여름을 맞았고 중2학년이었다
오빠들이 전깃줄에 앉은 제비랑 참새떼만큼이나 많은 정선이는 늙은 엄마의 여섯번재딸로
태어나서 여자의 신체변화에 대한 구조를 엄마한테 한 번도 못 들어본채
어느 날 황당하게 젓가슴이 간질거리고 몽오리가 서고 하는 변화를 누구에게 말도못하고
끙끙거리며 그리맞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것은 학교 가정시간에 설핏 들은 여자의 신체구조와 사춘기에 대해서
조금 들은 상식으로
"나도 사춘기가 시작되구나 "
이정도였지 다른 도움은 전혀 받지 못했는데 중학교2학년이 되고나자 가정선생님이
브래지어를 착용해야한다고 하셨고 그것도 부끄러워 어찌어찌해서 친구들이랑
옷가게를 하던 성문네집 아지매를 찾아가서 큰 용기를 내서 산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런 옷
브래지어 두 개 이걸 늘상 런닝입기전에 맨 먼저 가슴에 찬다고 한 동안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정선이는 기뻤다
늙은엄마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결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긴 늙은 엄마는 브래지어에 대해서 아는바 없었다
문제는 다섯오빠들이었다
브래지어를 냇고랑에 가서 칼커리 씻어왔는데 다른빨래들과 함께 널어야할지
뒷모티 나무볏가리 위에 널어야할지 아니면 꽃밭가 돌박위에 널어야할지
여간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정선이의 오빠들은 보통 개구진 형제들인가
그기다가 여자들의 속옷같은건 별시리 구경도 못해봐서 여자들의 심리며 옷가지들이
여간 궁금했을까? 학교에 가서 친구들의 이바구에서 조금씩 전해들은것 말고는
여자들의 신비감 ,궁금함이란 집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던 것
할머니와 늙은 엄마뿐인데...
할머니랑 엄마는 속곳이란것이 꼬쟁이와 꼬장주를 입었으니 그게 무슨 신비함과 궁금함이겠는가
그 날 정오의 햇살에 넷째오빠, 다섯째오빠 그리고 초등학교에 댕기던 막내남동생이
넓은마당에서 엉터리축구를 하고 있었다
금방 몰라버린 빨래들은 바람에 춤추다가 고마 한 야시꾸레한 것을 홱 날려서 마당가에 있던
오빠들의 어깨에 툭 하고 걸쳐진게 아닌가
"엥 이것이 머꼬?"
"햐~~하 요것이 그 유명한 브라자?"
"보자 나 함 해 보자 고것 참 희안하네 찌찌밥그릇? 찌찌집?"
"이기누끼고? 엥 우리 정서이꺼네 정서이 찌찌가 이레 컷나?
요 찌찌마개함 인자 시집가것네 함 차 보자"
하고 넷째오빠가 억지로 늘어뜨려 고리를 잠그고 마당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지에서 점심상을 차리던 정선이가 이 모습을 보고 부끄러바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무슨 죄 지은거맹키로 정지에서 왔다갔다 안절부절했다
'아이고 부끄러바라 매매 숭카 널었는데 다린 빨래들 밑에 널었는데 우째 빠져나갓시꼬?
우짝고 나사몰라 인자 오빠들한테 들키삣다 놀리모 우짜것노 엄마가 오빠들한테 안들키거로
조심하라캤는데 우짜노?"
이레 발을 동동 굴리다가 에라 모리것다 이왕 들킨것 뺏아와야제
이러고 마당으로 쫓아나강께 요번에는팬티만 입고 있던 동생이 얼른 차고 다섯째 오빠는
정선이를 잡고 동생은 동네로 뛰어나갔다
'우리정서이누나 찌찌마개요 동네사람들? 우리정서이누나 찌찌마개 구경하로 나오소"
마침 땡여름 한낮엔 집옆 포구나무아래엔 동네사람들이 부채부치며 가득 모여
이바구떼바구에 포구나무아래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할배, 할매들, 아지매, 아저씨들, 아이들이 가득한 곳으로 쏜쌀같이 달려서
"우리정서이누나 찌찌마개 구경함 해 보소"
'참 고놈 엥가이 웃기네 "
"그래 너그누나 찌찌마개 구경 해 보자 우찌생깃노 할바시들 구경함 해 보거로 가바라"
"야, 요레 생깃소 할배요 함 차 볼랍니꺼?"
"택도 엄따 쪼갠한기 안 맞다 그래 한 본 보자 햐 그것 참 희안하네
옛날에 나왓시모 황진이가 찼으모 얼매나 고왓것노 도톰하이 야무졌것네"
'누가 이레 만들엇시꼬"
"우리 갱자도 젓마개 하던데 요새 처이들은 다 한다쿠데 저거로 하모 젓이 한발이나
두발로 안 늘어진다꼬하데 우리망구도 옛날에 저런거 나왔으모 내 똥 묻은 삼베바지를
팔아서라도 항개 사 주낀데 할매야, 할매야, 고마 요새 태이나지 만다꼬
모시삼고 삼삼고 하던시절에 낫시꼬?"
이렇게 정서이브래지어는 할배들이 가지고 이리저리 댕긴다고 뺏을라고 쫓아 온 정서이는
고마 부끄러바서 울어삣는기라
생각하모 얼마나 부끄럽노 늙은 엄마가 아무한테도 안 들키거로 조심하라캤는데
온동네 사람들이 정서이 브래지어 한 걸 다 알아삣응께 얼매나 부끄럽노
"이 새끼가 너 죽을래 집에 가서 니 지기삐끼다 두고 보자 엉어엉 "
"정선아, 개안타 할배들이 니 안놀린다 곱기커서 야무진 처이되거라
저리 야무진 정서이로 누가 놀린다쿠더노 개안타 그라고 철희 니 이놈 누나 고래 놀리모 몬쓴다"
이렇게 브래지어를 첨 찬 정선이네는 오빠랑 남동생 등살에 어떤 날은 뒤모티에서 브래지어를 차기도하
고 어떤 날은 정지에서 차기도 했고 씻어 말릴때는 안 들킬만한 곳에 널어말린다고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밥상앞에 앉아서 밥을 먹어모 넷째오빠가 살짝 땡기보고
또 잘 때면 다섯째 오빠가 쭉 땡기보고 어떨땐 남동생이 살짝 뺏겨서 달아나기도 햇던
찌찌마개 ... 요즘은 아무도 신기해 안하더라
참 심심하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