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냄시를 알면 처이가 아이라고?
이런 글이 있었네 시인 '이적'은 그리 읊었네
한 번 읊어보아야지
'밤꽃 필 무렵'
'밤꽃 냄새 알면
처녀가 아니라고 했네
동네 과부는
바람타고
이름을 바꾼다고 했네..."
암꽃은 성게를, 수꽃은 여우꼬리처럼 닮았다고 어느 블록에서도 보았네
지금 지천으로 피어난 밤꽃은 바람에다 남자의 정액 냄새를 마구 뿌려 준다
참말로 젊은 과부가 이 냄시를 맡으모 환장하고 밤에는 허벅지살 꼬집을만도 하구나
유월은 분명 밤꽃의 계절이다
우리집 난스밭(남새밭)에는 고목처럼 커다란 밤낭개가 대밭언덕에 비스듬히 두그루가
서허리를 껴안고 서 있어 그 자태도 참으로 농염하고 음탕스럽게 보였다.
유월의 햇살은 따끈따끈하게 내리쬐고 햇살을 받아 아리까리하게 피어 난 밤꽃은
우짠다꼬 비릿하고 스믈스믈 기는듯한 기이한 냄시를 풍기는지...
지금부터 그 담색에다 엷은 연두빛깔 나는 성게를 닮은 밤곷낭개와 함께
철들지 않은 시절에 본 밤꽃이야기를 한 번 걸쭉하게 풀어나볼란다
왁자지껄 우리집엔 아부지와 어무이가 밤꽃냄시로 핑계대고 6월에 맨든 형제가
셋이나 되니.
방문들은 창호지문으로 문구멍이 뽕봉 뚫린곳도 있고 큰 방문, 대창문, 뒷봉창문
하여튼 문틈사이로 혹은 열린 문짝 공간으로 유월이면 이 비릿한 냄새에서 하루도 정신 말짱할 날이 없었다
집터는 동산하나 들여 놓을만큼 넓은데 고놈의 밤낭개는 작은 동산에도 빼곡하여 요것들이 밤꽃을 달기
라도 할라치면 생긴것부터가 기생이 적당하게 머리풀고 그 머리푼 사이로 암내 풍기듯한 모습을
토해내면 우리집의 유월의 풍경은 정신 똑 바리 채리지 않음 안 될 정도였다
그 놈의 밤꽃...
밤꽃이 피기시작하면 난스밭의 마늘뿌리도 정력이 꽉 차서 매운 맛은 귀가 아려 떨어질만큼 독을 올리고
우리밭 담부랑너머 화야네 마늘밭에는 백배 더 농염한 자태의 양귀비꽃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양귀비꽃이 얼마나 농염한지는 본 사람만 알것이다.
한 사흘정도의 꽃을 화들짝 피어놀리는 양귀비꽃, 그 모습에 또 미치고 환장하는 동물 한마리가 있었다.
교미의 천재 고양이다 수컷고양이가' 으르르 기이이' 하고 암컷을 부르면 어느새 달려 와 마늘밭가에
암컷고양이가 그냥 엎드린다 수컷고양이는 양귀비꽃내와 밤꽃냄시가 고양이의 눈을 지리리 감기게 하면
사람이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거끼리 좋아서 교미한다꼬 괴성을 온 동네에 내지르고...
그 한낮의 정사에 나비가또 훨훨 날아든다
나비는 고양이의 그 짓이 샘나는지 똥고를 간질거리는데 고양이는 요 불청객을
'에~엥' 하며 쫓아보내고
이 정도면 신윤복이 그린 그림에 이런 그림이 생각날지도 모린다
아매 기생일끼다
목욕하는 기생을 훔쳐 보는 남정네, 혹은 꼬장주를 살짝 걷어올리고 그네에 올라서는
그 기생의 농염함이 생각날끼다
그런 냄시에 쪄려 산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지...
낮의 풍경이 어둠에 묻히고 밤이 되면 나는 또 요강을 찾아 오줌누러 마루로 나왔는데
요강에 앉으면 어둠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슬핏슬핏한 이 기묘한 비린내...약간 꼬시한듯한 냄새를 맡기도 했는데
우리아부지, 어무이가 내 오줌소리에 깨었는지 아님 밤꽃내에 동하여 일어났는지 그건 잘 모리것다
베갯머리 송사를 나누는 소곤거림을 들으며 요강에 앉아서 밤을 즐기던 시간.
하루는 우리집에서 몇 집 건너 살았던 영일네아지매가 마실을 와서 꽁(이바구, 이야기)을 까는데
아지매는 스물아홉에 과부가 되었지만 씩씩하게 잘 살아 가고 있었다. 때로는 음탕시럽고 걸쭉한 농짓거리를
보자기에서 풀어내듯 줄줄 풀어내면 그것이 듣고 싶어서 어른들옆자리에 끼어들어 앉기라도 하면
아부지는 얼른 쫓아내었다
"공부해야지..."
그런 시각, 이미 공부란 놈은 머릿속에서 빠져 나와 밤밭으로 소풍을 갔는데...
나는 그 아지매의 말뽄새가 얼마나 걸쭉한지를 훗날에사 알게 되었다
아지매의 농짓거리속은 언제나 희안달콤했는데
"밤골 저 욱에 사는 허씨아제 안 있소?
고현장에 기름장시함서 돌아댕기는 전가네 여편네랑 그렇고 그렇다요 고마 허씨아제가
전가네한테 고마 살춤을 콕 하고 나 줬다고 안하요 그랑께 고마 전가네여편네가 딱 올라붙어가 눌리
앉아빗다꼬 안 하요 허씨아제도 무신 장돌벵이여자한테 살춤을 났싯꼬
근본도 모리는 장돌뱅이, 그래도 처매 둘렀다꼬 마 좋던가베 요런 사달도 다 그 놈의 밤꽃냄시때미 그리 된 기라요"
밤꽃 ~~ 그 아리까리한 냄시를 정자냄시라고 안 것도 중학교 생물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그 때 밤꽃에서 정자냄시가 난다꼬 했는데
그 냄시의 정체는 오랜 세월후 알게 되었고.
ㅋㅋㅋ 고양이도 발정나고 나비도 환장하는 계절 , 밤꽃이 핀다.
다시 유월이다
이 산자락 저 산자락 밤꽃은 피어나서 기억을 마비시킬만큼 야시꾸레한 정액냄새를 풍기며 돌아댕긴다.
혹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기면 밤꽃 가득 핀 밤낭개 밑으로 가보라
그러면 둘은 서로 불붙는 사랑을 약속할지도 모른다
밤꽃은 사랑을 확인시켜 주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