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카리야기(상고머리) 하러 왔어예

이바구아지매 2007. 6. 16. 15:05

아부지하고 나는 그 날 관암 국민학교�에 있는' 관암이용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찡찡한  문은 요령없이  열기가 힘들었고 아부지는  찡찡한 문을  요령것 열려고 애를 쓰고

 

"가만있어보소 그짝 문 한짝은 잘 안열링께 이 짝 문만 열고닫고 하는기라요"

 

함서 이발소정구아저씨가 하얀 가운을 입고 귓뒤에 큼주막한 사마귀를 달고

 

얼굴은 빠알갛게 익어서 손에 바라깡을 든 채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양념딸 낼 모레  국민학교 입학할낀데 머리좀 야무지게 깎아주소"

 

"햐~~ 세월 한 번 빠리네 엊그지까지 코로 훌쩍거리더마는 그세 학교가나

 

그래 멋지거로 깎아주야제 우찌 깎아주꼬? "

 

"인자 학교 입학하낀데 스스로 말해바라 학교가서도 선생님이 묻는 말에 대답 잘 할라모

 

연습마이 해야 한대이"

 

"맞다 아저씨한테 이바구해바라"

 

나는 생전첨으로 들어와 본 이발소에서 얼굴이 빨갛고 귀에 혹겉은기 붙은 아저씨가 무서바서

 

큰 소리도 몬하고 눈만 땡그렇게 뜨고 아주작은 목소리로

 

"카리야기 하러 왔어예"

 

"목소리가 와 그래 작노 크게 해야 알아듣는기라 한 번 더 해바라"

 

하고 아저씨가 큰소리로 침을 튀기면서 고함을 치니 나는더 무섭고 쫄아서

 

더 작은 목소리로

 

"카리야기 하러 왔어에"

 

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대답을 했다

 

"그래 에포넷집 양념딸 입학하는데 아저씨가 머리 야무지게 깎아주께"

 

하고 넓은 거울앞에 원통형으로 땅에 딱 고정시킨 높은의자 위에  빨래판을 턱 걸치더니

 

"이로바라 자 아저씨가 올리앉아주께 "

 

하고 번쩍 안아 올려 빨래판위에 앉혀주었다

 

안 그래도 높은 이발소의자위에다가 빨래판을 얹어 그 위에 앉게 하니 무서워서

 

다리도 흔들흔들하고  발은 의자방석에 겨우 닿았다

 

나는 그 때 빨간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운동화 앞에 요즘 실내화에 있는 그런 고무줄처럼

 

약간 늘어났다줄어드는 하얀 고무줄에  흰선이 있는 운동화를 신은 발이 아저씨가 흔드는 바람에

 

자꾸만 흔들거렸다 유달리 키가 작은 나는 다리도 짧아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아저씨는 하얀광목천을 내 목에다 덮어 씌우더니

 

"얌전히 있거라 눈도 감고 안 그라모  머리카락이 눈에 드가가 찌리고

 

 카리야기도  멋지게 안된다 아저씨말 안 들으모

 

요 바리깡으로 머릴 싹 밀어가 중놈대가리로 만들어삔다"

 

하고 또 겁을 주었다

 

나는 숨도 제대로 못쉬고 거울속의 내 무서움에 얼어버린 얼굴을 보며 머리를 깍기도전에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아저씨는고개를 앞으로 숙이라쿠더마는   날이 쪼빗한 가세로 목뒤의 머리를 쌈박거리며 자르고

 

내 긴 머리는 사정없이 짤려나가고 잘린 머리카락은 허연천위로 뭉텅뭉텅 짤려 얹히고...

 

앞머리도 사정없이 이마가 다 드러나도록 깎더니 다이알비누로 거품을 잔뜩 내서 솔에 묻히더니

 

목뒤, 귀뒤 이마까지 거품칠을 해댔다

 

그 비누거품이 얼마나 차던지 숨도 크게 못쉬고 움찔거렸다

 

"단디 손잡이로 잡고 꼼짝하모 안 된다 요번참에는 면도기로 면도를 할끼다

 

요거는 칼이라서 쪼깬만 움직이도 찔리가 피가 나는기라  알긋나? 대답해바라?"

 

나는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알았어예" 면도기는 길이 20cm정도로 날이 번쩍거리는 은색으로 보기만 해도 간이 철렁거리고

 

나는 반쯤 울었다 너무도 힘들었고 무서워서  긴 나무의자에   앉아서 신문만 읽고 있던 아부지가

 

아무말도 안하는게 얼마나 서럽게 생각되던지 이발사아저씨의 목소리는 또 우찌그리큰지

 

고개는 아래로 쳐 박고 빨간 운동화는 내 발을 담고 달랑달랑거리고 엉덩이에선 삐걱거리며

 

어느하나도 내 맘을 편하게 해 주는 게 없었다

 

아저씨의 말을 하나라도 거슬리모 그 길쭉한 면도날이 나를 푹 찌를것만 같았다

 

너무 힘든 나는 순간  이왕깎고 가야할일이모 주눅들끼아이고 재미있게 하고 가야제

 

이래바야 나만 손해제 설마 아저씨가 나 잡아묵것나 그라고 앞으로도 한번씩 카리야기 하로 와야할낀데

 

용기로내자 이레 맘 묵으니 고마 용기가 살 생겨서 고개를 빳밧하게 들고 거울속을 쳐다보았다

 

내  긴 머리는 카리야기가 다 되었고 눈이 빠꿈한  낯선아이가 앉아있었다

 

"카리야기 잘 되었다  총무계장 함 보소  딸내미 머리 맘에 드요?"

 

그제서야 울아부지는  신문을 놓고

 

" 우리딸 참 예뿌네 안네프랑크로 닮았네 진짜 예뿌네"

 

이르셨다 내 목에랑 이마에 발린 비누거품은 싹싹싹 면도날에 면도되어 나갔고 나는 거울속에 비친

 

이발소의 풍경을 꼭꼭 눈에 담았다

 

이발소 천장밑에  거꾸로 돌고 있던 물레방아 그림도 보고

 

출입문 입구에 타일박힌 세면대도 보고

 

가죽혁대같은 것도 보고  푸쉬킨의 시도 읽어보았다

 

박정희 대통령 사진도 보고,  뽀마도기름도 보고  ,빗자루와 깡통짜른 쓰레바퀴도 보고...

 

"자 다 됐다  우떳노 맘에 드나?"

 

하고 묻는 아저씨의 물음에 난 내 모습이 얼마나 낮설던지...

 

나는 거울속에서 다른 아이로 태어났고 생전처음으로 간 이발소에서 카리야기머리를 하고

 

나왔는데 그 날 이발소 천정밑에 거꾸로 돌고 있던 물레방아 그림은 오랫동안 궁금함으로 남았다

 

 

훗날 내가  결혼해서 어느 날 작가 김주영의''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 '란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나와 생각이 똑 같은 아이를 발견했다

 

"고개를 숙이고 거울을 보니 천정밑에 거꾸로 도는 물레방아 그림이 걸려 있었다"

 

 

 

 

참 신기했다 세상에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한 아이가 또 있었다니...

 

그 후로 도 몇 번인가 다른 이발소에도 가보았는데  그 이발소엔 검은돼지가

 

 몇마리 어미돼지옆에 있는 그림도 있었고

 

 또 다른 이발소엔 기도하는 소녀그림이 있었다

 

이발소 아저씨의 머리엔 뽀마드를  발라 반질거렸고 냄새도  희안해서 속에서 멀미가 올라왔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옛날이발소    그 키키한 광목에 땟국냄새가 스믈스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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