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그 놈 목소리?

이바구아지매 2007. 7. 4. 12:54

초저녁에 한 숨 잠 자고 일어나니 밤 9시

 

셋째딸은 내일 기말고사라서 학원에서  밤1시에 온다고 했고

 

넷째아들은 오늘 기말고사 끝냈으니 푹 쉬라고 했고

 

객지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둘째딸은  알아서 공부하고...

 

 

웬일인지  남편이 연락도없이 늦는다  걱정되네

 

무슨일로 늦을까? 하루에도 대여섯차례  집으로 전화를 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는데

 

당장 폰으로 전화를 걸었지

 

"나다 왜 그새보고잡나? 쪼매이만 기다리바라 번개총알처럼 날아갈낀께"

 

말투가 술독에 빠졌다가 나온 투

 

"빨리 와야지 아들이 기다린다"

 

"지금 가고 있다 각시도 보고잡고 금송아지보다 더  소중한 새끼들이 그리버서 친구들이 붙잡는데

 

핫바지 방구새듯 살짝 빠져나온기라 하하하"

 

술심 고것 참 대단체 그기다가 또 웃기는 한 소리 했는데 차마 낮 뜨거워서 말못하고

 

40분뒤에 도착한다는 말 듣고  블로그에 마슬도 댕기고 혼자 재미난 댓글에 피식피식 웃기도하고

 

밤이란 시간은 그리 흐르는것이다 

 

'뚜벅뚜벅 '

 

"대문까지 활짝 열어놓고 서방님을 기다릿는가베  허허허 아들은 다 어데로 숨엇삣노 놀자놀자

 

공부그거 오늘몬하모 낼하고 낼도 안되모 치아삐고  다 나오이라 놀자 허허허 "

 

이러다가  금방 드러누워서 코를 골고 드르렁드르릉 거리니  쇼를 하는것처럼 ...

 

 

시계는10시 알람은 "10시" 라고 깜찍한 어린이의 목소리로  정신이 바짝 들게  하고

 

술냄새가 온 집안을 파고들어서 할 수 없이 집안 곳곳 창문을 다 열어제끼고 밤공기를

 

대거 받아들엿다

 

다시 대문까지 활짝 열고(우리 대문은 잠그지 않으면 자동으로 열린다)

 

셋째가 들어오는데 편하라고 대문을 열어두었지

 

도시에선 감히 상상못할일  나는 낮에도  문 열어놓고 다닌다

 

도둑의 눈에 별 탐나는 게 없을 것이라고 보고 이사 온 뒤에 도둑 한 번  안들었으니

 

도둑의 눈에도 있어보이지 않는 집이란 게 내 생각

 

오늘도 그깟  대문이 열려있는 게 대수냐???

 

거실로 돌아와서 혼자서 분위기를 잡아보았다

 

어둠속에서 불빛에 비친 내 모습을 그림자로 연출을 해 보고  생긴것이 그래서인지

 

그림자의 매력은 없다 참말로 심심한 아지매다 그리 노닥거릴일이 없어 그림자타령인가

 

그 때 눈에 탁 들어오는 것은 은빛의' 몽키'  못을 뺄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신발장옆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어  슬그머니 손에 쥐었다

 

은빛으로 치장한 몽키는 금방이라도 제 할일을 찾아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림자가 불빛에 다시 일렁이고 몽키를 든 모습은 이제'조용한가족' 의 섬뜩한 모습이었다

 

참으로 묘한 분위기가 몽키하나를 추가한 이후에  이리 달라진 내 그림자

 

내 그림자는 다음 일이 또 일어나길 기다리기라도 하듯 어둠속에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고

 

발소리는 또 뇌에 또박거림을 뚜벅거림으로 달리 전달하고 자꾸만 기괴하게 바뀌어가네

 

분위기는 더 음산해지고 열려진문밖으로  나도 모르게 발자국을 옮겼다

 

대문으로 갈 생각인가 내 손과 발 그리고 뇌는 싸인을 서로 주고 받은 적도 없다

 

'음 몸 따로 생각따로  그냥 따로국밥이지'

 

발걸음이 또  옮겨지고 그림자는 몽키가 촛점으로 맞춰지고

 

두발세발 발자국을 옮기는데 내 그림자를 밝고 있는 도 한 그림자를 발견했네

 

'허허허  이것봐라 새벽에 온다더니 말도없이 나처럼 발광을  그래그래라 너도 장난끼가 발동하는가본데

 

실컷해봐라 '하고 두었지 조심조심 그림자에 안 들키려고 숨도 들이쉬고  그 즈음  낮선그림자는

 

둘째딸의 방을 기웃거리다가 넷째의 방을 한 참 들여다보다가 별 짖거리를 다하지 않는가

 

참 요것봐라 그리 발광을 하고 싶은가?

 

한참 숨어서 보다가 순간 몽키를 다시 들어보다가 순간 번쩍 떠 오르는 게

 

'아차 도둑 저건 도둑이야 그래 밤이슬  내 이걸 당장   어떻게  작살을 내지'

 

순간 내 입에서 튕겨 나간 말

 

"야, 밤이슬 죽고 싶어 몽키맛좀 볼래?"

 

하고 신발도 신지 않고 그 놈을 향해 쫓아갔다

 

그 놈은 방안을 들이다보다가 놀라서 열린 대문으로 쏜쌀같이  날랐다

 

대문까지 쫓아간 나는

 

"야, 밤이슬 너 지갑 흘리고 갔어 지갑은 갖고 가야지"

 

이렇게 고함을 치니 그 놈이 되돌아서 나한테로 달려왔지

 

'아니 이런 애숭이 너 뭣하러 우리집에 왔어 무얼 훔치려고???"

 

그 놈은 고작 중학교 3학년정도이고  생긴 것도 모범생같은 게 도저히 입을 열지 않는다

 

"야, 밤이슬 너 중학생이지 너 죽고 싶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뭐가 필요해?"

 

그래도 아무 기척도 않고 고개만 숙이고

 

"이것봐 내 손에 뭐가 들렸어  이건 몽키야 이 몽키가 너한테 달려들면 어찌되는지 알지"

 

"......"

 

"오늘은 첨이니까 봐 준다 담에도 너 이럼 재미없어 가 봐"

 

후다닥 달려가는 그 놈 끝까지  목소리를 남기지 않았다

 

얼굴, 몸, 발자국까지 남기고 내가 듣고 싶은 목소리는 토해내지 않고 사라진 그 놈

 

아 뭐가 이렇게 한 발 늦게 생각나냐

 

그 놈이 노린 건 돈이나 물건이 아닌 우리사랑스런 딸들이아닌가

 

딸들, 내 딸들을 ??? 아 진작 그 생각을 못햇지

 

이 놈 몽키맛을 톡톡히 뵈야하는긴데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가 나는 딸이 넷이나 되는데 ...

 

그 놈은 끝까지 목소리를 숨겼다

 

영화 '그 놈 목소리' 에선 목소리땜에  ~뭐 그런식이 아니었나

 

아찔하다 그림자와 몽키가 움직이기 시작했던 순간이  이렇게 큰 뜻을 품었다니

 

그 놈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딸이 학원에서 돌아왔다

 

"너 낼부터 가방속에 돌, 장난감 총, 장난감 칼  그런 것 넣고 다녀 널 노린 놈이 있었단 말이다"

 

새벽까지 나는 보초를 섰다

 

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내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

 

이런 무기들을 내 옆에 가득 놓고

 

장난감 칼, 몽키, 우산, 낚싯대2개 리모컨,가위, 휴대폰 그리고 보자기

 

잠이 들지 않기 위해 어둠속을 뱅글뱅글 돌기도하고 ,아침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순전히 내가 이렇게 무장을하고 보초를 섰기 때문이다

 

"하하 밤이슬  너쯤이야 내가 상대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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