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빨래꽃나라 엘리스

이바구아지매 2007. 6. 30. 09:03

"따르릉 따르릉 따릉"

 

옥상에서 빨래를 줄에 가득 널고 있는데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우리집전화?

이웃집 전화?

에라 모르겠다

 

한 번 옥상 올라오기가 어디 쉽나 그냥 다 널고 가야제

우리 딸  팬티의 그림은 예쁜 캔디그림으로 방긋 웃고 아들팬티는  가면라이즈그림이고

내 팬티는 나뭇잎그림이고 우리남편 팬티는 사방연속무니다

 

참말로 팬티도 다양한 색상들이다

런닝은 또 우떻고

신랑 런닝은 달팽이 무늬가 있는 회색이고 아들런닝은 하늘색에다 스폰지송그림

딸 런닝엔 분홍에 키티그림이 그려져 있다

'난 그럼 브레지어가 딸린  까망 스판 !!! 

 우리가나의 잠옷은 분홍바탕에 토끼, 사자, 여우, 고양이...

 

양말짝들도 다양해서     아이들양말은 반양말에다 발등에 '스폰지 송 '그림이나

'도라에몽  ' 그림이  그려져있다

 

남편 양말은   목이 길다란 그냥 회색양말이다

나는 반양말로 아이들이 신다가 늘어난 신축성이 다소 떨어진, 그러나 도라에몽양말을

 

신기도한다        참 빨래줄이 알록달록하다

 

손빨래를 할 땐  어깨가 아프고 알통이 베기는듯 하지만  맑은 물에 헹구어선 꼭 비틀어짜고

빨래줄에 널릴때까진 수작업을 하면 불편하고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빨래줄에 널리고 난 다음엔 어찌그리 고운지

빨래줄에 아름다운 �이 핀다

땀이묻고, 먼지가 묻고, 반찬물이 튀겼지만 깨끗하게 빨고 나면 다시 개끗한 모습으로 돌아가서

장미꽃보다 백합보다 무궁화보다 곱다

 이렇게 빨래줄에 여러가지 옷들이 널렸을때 어우러진 모습에서 곱디고운 조화의 빨래꽃들이 피어난다

바람에 하늘거리기도하고 바람그네를 타서 옆의 빨래에 올라업히기도 하고

그 즈음엔 전봇대전깃줄에 앉은 새들이 혹 날아와서 앉기도하고

짱아도 날다가 빨래위에 앉아보고 나비가 날아든다

 

빨래는 꽃이다

빨래는 향기다

발래는 예술이다

 

일본에도 빨래널기는 예술이라든가?

이탈리아에 가면 빨래넌 모습이 황홀하다고 했다

어떤 여행자가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가서 빨래가 날리는 향기에 취해서

숨쉬기가 넘 좋았다고 했다

머릿속이 얼마나 상쾌한지 세상의 좋은 향기가 이탈리아로 다 모여들었다고?

 

 

행복한 빨래널기

이웃집들도 바람이 적당하니 부는 오늘 빨래꽃을 피워 올렸다

나는 늘 생각한다

빨래도 꽃이라고 나만 이렇게 생각할까???

 

어린시절 냇가 넓은  갱변에 옷도, 이불호청도, 양말도 그것도 온 동네 빨래들이 모여서 갱변에

 

널려 여름햇살에 찬란하게 빨래꽃을 피우던 날을 잊지 못한다

 

햇살의 힘이 젤 좋은 시각 오후2~3시간엔 바싹 마르면 2시간

 

오늘 아침은 또 전화벨이 분명코 우리집에서 울렸을텐데 그만 빨래널기 놀이에

재미붙여서 전화란 엉뚱한 방해꾼은 잊어버렸다

 

그래  전화 넌 생각나면 하면 되고 그래 또 억수로 바쁘거나 궁금하면 또 아까처럼 '따르릉따르릉"

울리면 되고

 

아차 토끼그림 가득한 우리막내 까는 자리와

'이상한 나라 엘리스' 그림이 내 키 높이만한 덮게가 있었네

다시 옥상에 가져와서 지붕위에 널었다

 

꼭 동화같은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제목 ' 빨래꽃나라 엘리스'

 

내 하루는 유쾌하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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