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보약 대령이오!!!

이바구아지매 2007. 6. 21. 18:32

"가나야, 가나 집에 있나? 할매왔다"

 

아니 그제 오셨는데 오늘은 웬일로

 

"아이구야 심들다 찬물한바지도 갈증이 나서 고마 죽것다 "

 

"어무이예, 이기 다 뭡니까?"

 

"지은애비한테는 비밀로해라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 나가 약재이귀경 갔다가 다 사사서

 

나도 뱅나는것보다 안아푼기 안 났나 그자 그래서 눈 꼭 감고 고마 이 약 안 샀나?"

 

또 우리어무이 우리아이들하고 당신 아들 건강 걱정되어서 약쟁이한테 꼬신기다

 

요즘 노인네들 지갑에 든 꼬깃꼬깃 아껴 놓은 돈을 약장사들이  다 빼 먹는다

 

말이 약장사지 약도 아니고 건강보조식품이다

 

보자기를 풀어헤치는데 눈치만 봐도 알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 '홍삼엑기스'

 

"얼마줬어요? 10만원이상 주지 않았어예?"

 

"10만원 안 줏나  너그친구 연세 꺽다리할매는 20만원짜리 약 샀다"

 

"어무이, 인자는 사지 마이소 이건 약이 아니고 건강보조식품이라예 그라고 약도 함부로 사면 안됩니더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서 약을 사야지 이렇게 건강보조식품도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예"

 

어무이는 다른 할마시들과  가서 이번에도 계란한판과 휴지한박스를 받아오셨다

 

보조식품을 사면 이렇게 이것저것 선물로 푸짐하게 준다

 

울어무이는 인정이 많아서 구경을 갔다가 그냥 못 오신것이다

 

"다 묵고 살라고 그라는데 우찌 안 사것노 이 더븐 여름에 모가지에 핏대로 올리감서

 

 약을 폴끼라고 해삿는데 우찌 안 사것노 다 취직이 안 되서 그런거아이가?"

 

우리어무이 요즘 젊은이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이 안 되는 게 자기탓인냥 걱정하신다

 

그래서 저렇게 장삿길에 오르는 줄 아신다

 

우리집에 갑자기 홍삼엑기스가  가득했다

 

"우짜든가 아들 안 아푸거로 해라 뱅난께 수천만원이 하리아침에 히딱 날아가데

 

너그친구올케도 바라 식물인간아이가  새집 성교는 또바라  술한잔하고 집에 가다가

 

군드라져서 머리로 다칫는데 옳은사람 안 되것다고 안하나 겁시나서 미리 단도리 하라고

 

안그라나 지은애비는 또 이상한사람한테 삿다꼬 머라쿠끼다 말하지말고 고마 니가 삿다고하고

 

묵거로해라  혈액순환에 참 좋고 고기 좋아하는사람 지름 낀 것도 다 훑어내리간다꼬 하더라

 

딱 지은애비가 무야되느기라 아들하고 다 미기라 변비에도 좋고 배아푼데도 좋고 머리아픈데

 

오만데 다 좋다쿠더라"

 

아니 그럼 만병통치약? 엊그제도 중국보따리상한테 우황청심환 같은 걸 10만원이나 주고 사 오셨고

 

오늘은 도 아토피약이라며 유황소금도 사오셨다

 

어무이가 나한테도 거짓말 좀 보탰을끼다 15만원에서 20만원은 날아갔다

 

요즘 노인들 순진한 것 , 아프다는 것 쏙속드리 가려운데 간질러주듯해서 이렇게 보조식품을 팔아먹는다

 

울어무이의 자식사랑은 하늘에 닿았다

 

행여나 아플까 행여나 다칠까 또 굶을까하여  늘상 당신 입에는 아까워서 못 넣으시고 꾸러미꾸러미

 

챙겨서 며칠마다 가져다 주신다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자식사랑을 누군가가 이용한다면 이건 안 될 말이다

 

어무이의 신신당부로 또 손가락을 고리 걸었다

 

삶은 계란이 가득하다 어무이는 삶은 계란 두알을 까 드시고

 

'나 밭메로 가야것다 해지고나서 밭에 가모 썬해서 행결 일하기가 수월헌기라 그라모 나 가꺼마

 

가나야, 소금물에 목욕하고 아토피 다 낫거로해라 "

 

하시면서 부랴부랴 가셨다

 

정성으로보면 눈물날일이고 바가지나 쓰고 건강보조식품에 중독되면 될 일이 아니다

 

인제 사지말라고 당부했으니 안 사실까?

 

알 수는 없지 오늘 어무이가 가져오신 홍삼엑기스로 우리가족  모두가 어무이의 정성속에

 

꿀걱꿀걱 삼킬 일만 남았다

 

저녁엔 다 한 봉지씩 먹고  몸보신 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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