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게으른 하루

이바구아지매 2007. 7. 10. 17:56

날씨가  컴컴하니 이게 아침인지, 낮인지, 저녁인지...

 

시계를 보지 않고는 알 수 가 없는 묘하게  얄궂은 날이다

 

어제저녁엔 울 신랑이 자기  베갯잇을 안 빨아주느니 베개감친 부분이 헐렁헐렁하느니

 

하고  어이없는 시비를 걸어오길래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쓱쓱 비벼 빨아서  내 구겨진

 

체면을 회복하려고 했다

 

'그래 그깟것 빨아놓으면 되지 왜 그리 남자가 째째하게 좀 지저분하면 어떻다고 하루를

 

못 참고  에그쯔쯔 ...'

 

그 놈의 날씨가 하고 변명대긴 죽기보다 싫고

 

아침에 도 나가면서 하는 말

 

"오늘 날 좋으모  베갯잇 빨아널고 이불 소독하고 ..."

 

아니 출근하면서 어제 하던 그 씨잘대기없는 말을 강조하고 나간다

 

"치 내가 무슨 하녀? 식모? "

 

고만해야지 내 입도 더러워진다

 

내가 결혼할 땐 이따위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리란 꿈에도 생각못했다

 

살아보니 참 남자들도 쫀쫀하다

 

오늘만 그런가  기분이 척 가라앉으면 꼭 날 잡아먹으려는 고약한 심보가 하나 더 솟구치는데

 

다름아닌 갑자기 냉장고에 가서 냉동실에 둔 여러가지를 꺼내서  일일히  조사를하고

 

"이기 언제끼고 냉동실에 넣으놓으모 몇년이고 안 꺼내제 냉장고 앞에  내용물, 넣은날짜

 

이런 것을 기록하여 날마다 확인하고 일주일만에 한 번 씩 검사를 맡도록"

 

이러는 게 아닌가 요새 샘통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도 힘들고 짜증나고 회사에도 가기 싫다고도하고

 

그런분위기라서 내 그런말도 참았다

 

일단 회사에 보내놓고 , 아이들 각자  학교에 가고

 

그 후에도 날씨는 별  밝아지지도 않고 , 일이란 건 제때제때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그냥 하기가 싫어진다 

 

내 성격은 이런타입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내 할일을 다 잠자는 사이에 해치우는 것이다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 회사나, 학교에  보내 놓고 나면 그때부터는 한가하다

 

이건  철저한 내 스타일이다

 

평상시엔 이런 내가 오늘은 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점심때쯤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훨 나다 점심은?"

 

"내가 언제 점심 먹는 것 봤나?"

 

"묵고 살아라 오늘 못 먹은 건 평생 못 찾아 먹는다"

 

"ㅋㅋㅋ 난 맨날 굶었으니  그건 어짜노?"

 

"그렇다고 부자 살았나?"

 

'그럼 내가 여태 점심 굶은것 가지고 빗을 많이 안 갚았나?"

 

"허허허 껌값가지고... 참 베갯잇 빨았나?  오늘 집에 가서 검사할끼다"

 

"아 좋았던 기분 또 먹구름끼네"

 

전화 딸깍 놓고 베개를 들고 뻥 차버렸다

 

'야, 000  너 자꾸 그럴래? 니가 그라모 나 데모하지 나도 한다면 한다

 

요런 날씨에 빨아서 칙칙한 냄새를 맡는 게 그리좋나? 그럼 우리가나 똥이라도 묻혀줄까?"

 

아~~ 그런데 참 희안하다 나의 그 새벽시간이 지나고나니 빨래감에 손이 통 안간다

 

그래 오늘 난 결심했어

 

그냥 버티다가 저녁에 또 얄궂은 소리하면 나도 방법이 있다구

 

살짝  화난척하고 친구찾아 놀러 가버릴거라구

 

아들하고 밥도하고 빨래도하고 회사도 가고 해보시지

 

나 요새 간땡이가 부었나?

 

왜 심술이 이리 술술나오지  내가 왜 이러지?

 

밤인지, 낮인지, 구분도 모호한 시간이 댕땡댕 거리며 지나간다

 

앞으로 한시간 뒤면 베개타령 주인공이 납실시간  그래도 반찬은 한상 가득 채려놓고...

 

전투태세로   준비완료하고...

 

거울보고 혹 육박전이라도 일어날것 대비해서 주먹도 몇번 휘둘러보고

 

'자 덤벼, 덤비라고..."

 

 

 

이러고 있을 시간에  빨아널면 될 것을 ... 이 무슨 고약한 심보냐? 야 거울속 너 말해봐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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