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컴컴하니 이게 아침인지, 낮인지, 저녁인지...
시계를 보지 않고는 알 수 가 없는 묘하게 얄궂은 날이다
어제저녁엔 울 신랑이 자기 베갯잇을 안 빨아주느니 베개감친 부분이 헐렁헐렁하느니
하고 어이없는 시비를 걸어오길래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쓱쓱 비벼 빨아서 내 구겨진
체면을 회복하려고 했다
'그래 그깟것 빨아놓으면 되지 왜 그리 남자가 째째하게 좀 지저분하면 어떻다고 하루를
못 참고 에그쯔쯔 ...'
그 놈의 날씨가 하고 변명대긴 죽기보다 싫고
아침에 도 나가면서 하는 말
"오늘 날 좋으모 베갯잇 빨아널고 이불 소독하고 ..."
아니 출근하면서 어제 하던 그 씨잘대기없는 말을 강조하고 나간다
"치 내가 무슨 하녀? 식모? "
고만해야지 내 입도 더러워진다
내가 결혼할 땐 이따위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리란 꿈에도 생각못했다
살아보니 참 남자들도 쫀쫀하다
오늘만 그런가 기분이 척 가라앉으면 꼭 날 잡아먹으려는 고약한 심보가 하나 더 솟구치는데
다름아닌 갑자기 냉장고에 가서 냉동실에 둔 여러가지를 꺼내서 일일히 조사를하고
"이기 언제끼고 냉동실에 넣으놓으모 몇년이고 안 꺼내제 냉장고 앞에 내용물, 넣은날짜
이런 것을 기록하여 날마다 확인하고 일주일만에 한 번 씩 검사를 맡도록"
이러는 게 아닌가 요새 샘통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도 힘들고 짜증나고 회사에도 가기 싫다고도하고
그런분위기라서 내 그런말도 참았다
일단 회사에 보내놓고 , 아이들 각자 학교에 가고
그 후에도 날씨는 별 밝아지지도 않고 , 일이란 건 제때제때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그냥 하기가 싫어진다
내 성격은 이런타입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내 할일을 다 잠자는 사이에 해치우는 것이다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 회사나, 학교에 보내 놓고 나면 그때부터는 한가하다
이건 철저한 내 스타일이다
평상시엔 이런 내가 오늘은 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점심때쯤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훨 나다 점심은?"
"내가 언제 점심 먹는 것 봤나?"
"묵고 살아라 오늘 못 먹은 건 평생 못 찾아 먹는다"
"ㅋㅋㅋ 난 맨날 굶었으니 그건 어짜노?"
"그렇다고 부자 살았나?"
'그럼 내가 여태 점심 굶은것 가지고 빗을 많이 안 갚았나?"
"허허허 껌값가지고... 참 베갯잇 빨았나? 오늘 집에 가서 검사할끼다"
"아 좋았던 기분 또 먹구름끼네"
전화 딸깍 놓고 베개를 들고 뻥 차버렸다
'야, 000 너 자꾸 그럴래? 니가 그라모 나 데모하지 나도 한다면 한다
요런 날씨에 빨아서 칙칙한 냄새를 맡는 게 그리좋나? 그럼 우리가나 똥이라도 묻혀줄까?"
아~~ 그런데 참 희안하다 나의 그 새벽시간이 지나고나니 빨래감에 손이 통 안간다
그래 오늘 난 결심했어
그냥 버티다가 저녁에 또 얄궂은 소리하면 나도 방법이 있다구
살짝 화난척하고 친구찾아 놀러 가버릴거라구
아들하고 밥도하고 빨래도하고 회사도 가고 해보시지
나 요새 간땡이가 부었나?
왜 심술이 이리 술술나오지 내가 왜 이러지?
밤인지, 낮인지, 구분도 모호한 시간이 댕땡댕 거리며 지나간다
앞으로 한시간 뒤면 베개타령 주인공이 납실시간 그래도 반찬은 한상 가득 채려놓고...
전투태세로 준비완료하고...
거울보고 혹 육박전이라도 일어날것 대비해서 주먹도 몇번 휘둘러보고
'자 덤벼, 덤비라고..."
이러고 있을 시간에 빨아널면 될 것을 ... 이 무슨 고약한 심보냐? 야 거울속 너 말해봐 말해 봐.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아지매와 도토리묵 (0) | 2007.07.19 |
---|---|
엄마학교가 문을 열즈음 (0) | 2007.07.14 |
아 침 풍 경 (0) | 2007.07.08 |
그 놈 목소리? (0) | 2007.07.04 |
빨래꽃나라 엘리스 (0) | 2007.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