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논두렁 밭두렁[02]

이바구아지매 2007. 7. 29. 09:09

 

 

 

 

 

 

 

 

 

 

 

 

 

 

 

 

 

 

 

 

 

 

 

 여름 햇살은 참 친절합니다

참깨꽃도 이쁘고

소쿠리에 가득 밭에서 갓 딴 오이랑 가지도 햇살이 준 여름 선물입니다

할머니의 마루엔 호박을 뜸북뜸북 쓸어담은 양제기가 있습니다

메가리(아지)를 넣고 자작하니 끓일거라합니다

얼마나 맛날지 ... 나중에 밭일 끝내고 할거라네요

신발장에서 장화 꺼내신고 산밭으로 갔습니다

제초제를 타서 분무기로 약을 치고 옆에서 물을 길어다 준 보조(나)는 죽을맛입니다

무지무지 더워서 햇살이 미워지기 시작햇습니다

베어말린 풀들을 불지르고... 이건 최고의 형벌이었습니다

햇살의6000도+ 불온도=??? 뭡니까

나 보고 죽으라는 말??? 아가 다섯인데 참말로 미치고 팔딱 뜁니다

그늘나무 아래 살짝 앉았습니다

하필 앉은곳이 개미굴위 개미들은 수억마리가 단숨에 달려들어

겨드랑이에도 콕 가슴에도 콕

사타구니에도 콕 아이고 나 죽네... 할머니의 주술이 나한테 전해왔을까요???

순식간에 걸리버나라의 거인이 되어버린  나???

참말로 여름햇살은 아프칸의 탈레반만큼이나 무섭네

모자로,수건으로 무장한 할머니의 모습이 처연합니다

이놈의 햇살 이젠 저주덩어리로

남자는 어디가고 여자들만 이런다냐???

거제도 여자들 당차고 억세고 농사도 잘 짓네

하지만 50년이상 농사경력 할머니도 기력과 햇살엔 두손 들고

축 늘어집니다

분무살포 끝내고 초록바다 논두렁에 옷홀라당 벗고 보또랑 물길로 등물을 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두 여자가 지친 하루였습니다

할머니의 찌찌도 햇살에 축 늘어졌습니다

골이 땡댕 아파왔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할머니의 구리빛 얼굴위로 웃음을 보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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