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농 사 짓 기

이바구아지매 2007. 9. 14. 15:19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 농사짓는 사람들은 마슬가서

부칭개도 부쳐먹고,고수돕에다,온갖수다에다

잠이라도 오면 낮잠을 자도 좋은 날...그런 날을 나는 이렇게 언니더러 도와 달라며 

 억지부려서  밭일 욕심을 내고...

 이른아침부터 밭에 일하러 가는 길,,,

꽈리(땅깔이라고 부름) 어린시절 엄청 먹었는데 밭언저리에 꽈리나무가  있었는데 ㅎㅎ

 농부가 하도 괴짜라서 일도 하나 굴지 않습니다 곧 비가 쏟아질것 같은데...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어요

 저 연기는 마을의 쓰레기들을 비 오기전에 태우는 연기...

비가 오면 축축해서 더 지저분해지니 태운다네요

 풀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모레 경운기가 갈아 엎어준다니

따로 메지 않아도...

 

 파란통에 든 것과 양제기에 든 것이 퇴비랍니다 요즘은 이런 퇴비를 농협에서 준다네요

 냄새가 좀 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그냥 견딜만했어요

 먼저 시커먼 퇴비를 밭에다 골고루 뿌렸습니다

그런다음 귤껍질 분말비료를 퇴비한 위에 골고루 뿌렸습니다

이곳에 마늘을 심을예정인데 무지 힘들었습니다

 저 산에 비구름이 몰려 오고 내 마음은 바쁘고

여섯포대나 되는 비료와 퇴비를 혼자서 다 뿌렸습니다

밭평수는170평정도...참 옆에는 또 고추밭과 깨,고구마밭도 있습니다  이 너른 밭을 어찌혼자 다하냐...

 드뎌 비가 쏟아지고 ...sos로 "언니, 나 도와 줘 큰일났어

비는 쏟아지고 이런 일을 어찌 해 비료는 어찌 뿌리며

퇴비는 어찌하라고 내 마음대로 다 뿌렸어

비는 쏟아지고 빨리 와..."

 먼 길 달려 와 준 언니가 몸빼로 갈아입고 비를 우두둑 맞으며

고추를 다 따 주었습니다

"니는 언제까지 이레 언니가 도와줘야 하노? 죽을때까지 이랄끼가?"

"그럼 어째 못하는데 어무이가 숙제로 냈는데 해야지"

"꼭 일못하는 것들이 이런 빗속에 난리를 치는기다

니가 지금 하는꼴이 안 그렇나 왜 비가 오는데 일을 벌리노말이다"

 이런...탄저병이라네요 언니의 설명, 언니는 농사에 대해서 제법 많이 압니다 나는

 원래부터 농사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오늘까지 엉터리며 비 오는 날에도 이렇게 날궂이를 합니다

 언니, 고마워...진짜루

 조선나이키들...멋지죠 울 어무이 신발들 가볍게 밭일 갈때도 신는 신발...나도 한 켤레

사달라고 우겨서 신발장속에 있는데...

 저 파란색 플라스틱 신발, 한번씩 신고 날궂이를 하는 신발

'뭐할라꼬 얄궂은 신발을 찍어삿노?"

"뭣이 얄굿노? 멋지지않나?"

 장독대도 찍어 보고...

"니는 내 동생이지만 참 알 수 없다  별 씨잘대기 없는 장독대는 와 찍노? 언제 철들끼고

 니 하는것 보모 죽기전에 철 안들것다"

 울 언니랑 나는 나이차도 거의 없는데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달라요 언니는 어른, 나는 어린이...

 옥수수씨 ...내년에 밭에 심을것

그물망에 든 콩...

 

비 오는 날에 밭에서 창때같은 빗속에서 비료와 퇴비를 하고

익은 고추도 땄답니다

금방 끝날것 같았던 일이 전혀 굴지도 않고 비는 야속하게

쏟아 부었습니다

 

어젯밤에도 비설겆이를 안 해 놓고 간 터라 어무이가 베어 말려 놓은 참깨단이

비에 다 젖어 흘러 가고 있었고

밭에는 할 일이 태산

이럴 때 나는 눈물이 막 나옵니다

팥쥐오메가 콩쥐한테 일을 잔뜩 시킨것처럼...

나는 콩쥐라는 생각으로 서러워서 빗물과 함께 울어버렸습니다

 

"언니, 큰일났어 비는 무지무지 오는데 난 밭에서 거름하고 비료

뿌리는데 언제 끝나? 언니가 도와 줘"

 

언니가 와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젯밤처럼

밤까지 비를 맞으며 귀신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으로...

 

 제트기처럼 달려 와서 부추도 베어 다듬어주고

고추도 다 따서 씻어 꼭지 따고 마르게  해 준 언니...

 

농사도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군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흠뻑 젖었지만 어무이가

낸 숙제를 다 해서 기쁩니다

 

내일 또 밭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농사일은 시도때도 없이 절 긴장시키는군요

 

"어무이예, 깻단 목욕시킨 것 말고는 다 했어예

걱정 마시고 병원에 계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ㅎㅎ 기분이 좀 좋아집니다

 

앗 벌써 4시가 넘었네  요번엔 밉지만

밥은 굶길 수 있나 ... 남편의 밥을 번개같이 하고...

 

 

*장소협찬... 경남 거제시 연초면 송정리 밭과 어무이의 시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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