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골무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7. 12. 1. 19:48

"엄마, 제  파카옷 윗 호주머니가 터져서 보기가 흉해요. 좀 꿰매 주세요."

"그래  눈 어두워지기전에 한 번 꿰매 보자 반짇고리랑  안에 골무랑 챙겨 오너라 알았지 참  바늘에 실 꿰어 주어야 해 . 오랫만에 바느질 해 보겠네

ㅎㅎ 제대로 하려면 골무도 끼고 말이야"

"엄마, 이게 골무야 ? 예쁘다 나도 낄래 "

"함부로 끼고 돌아다니면 골무에 때묻는다. 골무가 어디서 왔다고? 큰 소리로

대답 해 봐"

"서울에서 왔어요. 수빈아빠님이 보내주셨어요."

"옳지 항상 보내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하면서 얌전하게 사용해야 해"

"네"

범일이와 가나는  목청을 높이고 회색실로 범일이의 윗호주머니쪽

자크부분이 터진 곳을  꿰매려니 정말이지 바느질하기 불편하고 홈이 기역자로

터어져서 미어져 나오는 부분을 어찌 꼬맬지 엄두가 잘 안나고 고민속에

골무낀 손가락만 까딱까딱 하며 예쁜 골무가 바늘에 찔려 못생겨질까

함부로 바늘을 누르지도 못하고...

 

 아무리 봐도 이쁘단 말이야. 지은,소담,귀염,범일,가나까지

아주 예쁜  골무를  가지고 폼을 잡는다.

 휴대폰고리로 달아 보니 이렇게 이쁠 수가...

 손에 끼어도 요렇게 앙증맞고...이시가와씨  아내의 손

 골무야 오늘 너랑 한 번 놀아보자.

 

어찌어찌 범일이의 파카옷 호주머니는 곱게 기워지고

"아주 잘했어요 엄마, 훌륭해요 그런데 혹시 골무가 예뻐서 바느질이 잘 된 거

아닌가요?"

"그럴지도 몰라 엄마는 원래 바느질 솜씨는 별로야 곱게 못하는데  범일이말처럼 골무가 예뻐서 잘 기워졌을거야."

 

"엄마, 골무는 언제부터 있었던 거예요?"

"그래 궁금하지? 우리나라에선 낙랑고분에서 BC 1세기경 골무가

출토되었다고  문헌에 기록이 되어 있다는데 골무가 사용 된  역사가 오래되었지 바느질이 시작되면서부터라고 보면 옳지 않을까?

 

 골무의 기본 모양은 반달 모양이며 재료는 가죽,헝겁 등을 사용했다.

우리 할머니랑 선조들이 바느질 할 때 손가락에 끼고 하셨지. 골무를 끼지 않고 하면 손가락이 아프고 오랜 바느질을 하면 피가 나기도 하고 두깨가 있는

천은 바늘이 뚫고 나오기가 힘들어서 골무낀 손으로 조심조심 눌러 주지 않으면 바늘이 톡 하고 부러지기도 예사였지.

다행히 요즘은 바느질을 많이 안 하니 얼마나 편하고 수월한지..."


"엄마, 골무도 누군가가 발명을 했을텐데 누가 했을까요?"

"아주 옛날에는 쇠로 만들어졌다는데  일본에서' 이시가와'라는 가죽피혁

공장에 다니는 아저씨가  가죽골무를  발명했대  그 이야기를 들려줄게 

 

이시가와씨의 아내는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하여 

 삯바느질을  시작했고 이시가와씨는  못난 자기를 따라 사느라 고생하는

아내가 늘 애처로웠대

변변하게 돈을 못 벌어주어 아내를 고생시키는게 미안하기도 하고

 쇠골무를 끼고  바느질을 하다 잠시 쉬느라고 쇠골무에서 손가락을 빼면 빨갛게 피멍이 들어서 호호 불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를  보고

안타까워서 쇠골무가 아닌 다른 제품으로 손가락에 끼우면 아프지  않는 골무를 만들어 보겠다고 늘 고민했다는 거야   이시가와씨가 사랑하는 아내의  손가락은 길고 예뻤대  아내의  고운 손가락이 쇠골무속에서

 뭉개지고 피멍들어 투박하고 볼품없이 망가지는  손을 보고 마음속으로 울었대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고운 손을 지켜주어야겠어.

 그래 ,아프지 않는 골무 그걸 내가 만드는거야"

이시가와씨는 아내의 손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는  편한 골무를

만들어 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고민하고 연구했대.

하지만 끝없이 알쏭달쏭하기만 한 골무만 허공에 빙빙 떠

다닐뿐 답답하기만 하고...

 

하루는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피혁 가죽조각을 보고 금방 스치는 아이디어가 떠 올라 얼른 가죽조각을 주워 골무로 만들어 보았대

 그것이 대성공을 하여 소문이 금방 퍼져서 골무를 만드는 기업체의 사장님이 되었지

그리고 열심히 연구하여 50가지나 만들었고,유명한 골무회사를 만들어서 돈도 벌고 특허도 내어 잘 살게 되었대

물론 아내가 가여워서 아내의 고운 손이

상처가 나지 않도록 도와주겠다는 사랑의 결과였지만...

수 많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손을 보호하는 가죽골무로 탄생한 멋진 이야기 어때? 발명이란 게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 출발하지?

 

범일이도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면 멋진 아이디어로 발명품이 나올 수도 있어"

지금은 집집마다 반짇고리 안이 어떤지 모르지만 엄마가 어렸을 땐

반짇고리속에 늘 2~3개의 가죽골무가 들어 있었어.

그 땐 그냥 재미삼아 끼고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지금에사 보니

그  가죽 골무들이  일본의 '이시가와씨의 골무'였던 거야.

"햐 정말 대단하네 그런데 요즘은 골무를  많이 사용하지 않지요

바느질을 많이 하지 않으니 ..."

"악세서리 역할을 하잖니 휴대폰고리로 혹은 한복 옷고름에 달아도 예쁘고

어디 곳곳에 달아도 앙증맞고 예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모습 아니냐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최고 멋진 선물1위로 수공예로 만든 골무

가 차지했다고 신문에서도 보았는데.... "

"엄마, 나 잘 보관했다가 우리색시한테 줄래요"

"그래 색시가 뭐하는 곳에 사용하는건지 알기나 할까?"

"설명서를 하나 잘 적어서 보관하면 되죠"

"나도 색시할래 나도 골무끼고 바느질 할래"

"가나골무,범일골무  100년, 200년이고  잘 보관하고 소중히 해야 해"

"응 엄마 난 끼고 잘래 "

가나는 골무가 이쁜 자기 마스코트나 되는 줄로 안다.

 

오랫만에 골무를 끼고 바느질을 해 보니 기분도 색다르고 겨울밤

우리엄마가 떨어진 우리들의 옷이며 양말을 긴긴 동짓밤에

호롱불 아래서 깁던 모습이 선하게 떠 올랐다.

잠 오는 눈 비벼가며  바늘 실을 꿰어 벽에도 꽂아 놓고 실패에도 끼어 놓고

반짇고리 옆에서 딩굴어 잠들었다가 새벽녘에 오줌 누러 일어났을때도

엄마는 계속 바느질을 하고 계셨다. 오줌 누고 들어 오니 수탉이 훼를 치던

그 시간 그러니까 엄마는 그 밤을 하얗게 새우신거였다.

열두명이나  되는 가족들이 벗어 놓은 옷이며 양말들, 곳곳의 터진 구멍을

일일이 기워서 메꾸는 작업은 동짓달 긴긴 밤도 짧았다.

멋 모르고 폴짝거리며 빵구를 냈던 양말들, 바지무릎에 빵구를 땜질한다고

밤을 낮삼고 호롱불도 졸다가 하얗게 늙어 가던 그 첫새벽을 ...

 

바느질을 하며

추억에 잠겨 보니  서러운 찬바람이 문풍지틈으로 들어와서

우리 엄마의 한이 되었겠지

엄마의 골무 낀 손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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