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크리스마스 선물

이바구아지매 2007. 12. 4. 16:59

" 응 난데  오늘 늦는다. 저녁은 회사에서 먹을게  일이 많아서..."

"야호 오늘도 우리끼리 저녁 먹음 된다고라고라!!!"

"엄마, 아빠가  집에서 식사 안하시는 게 그렇게 좋아요? "

"그럼 너도 나처럼 날마다 반찬 걱정해봐라 "

"아빠한테 말씀드려야지  엄마는 회사에서 식사하고  오시는 거 좋아한다고!!!"

"그래라 하나도 안 무서워 엄마는 맨날 밥만 하고 사냐?

엄마도 가끔씩은 요런 여유도 있어야지 ㅎㅎㅎ

요번 일요일엔 귀염이 너도 밥 한 번 해 봐라 기말고사도 끝났겠다.

다음 월요일부턴 서울로 졸업여행도 가려면 엄마한테 미안하잖니?

없는 돈에 몇십만원 가져가는데  뭔가 댓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알겠어요. 빨래, 청소, 밥까지 할게요."

ㅎㅎ 이쯤이면 이번주말까진 느긋하겠다.

내일 저녁은 또 남편의 대학동문회 송연부페가 있겠다.

요 며칠은  정말 좋다.

외식도 짬짬히 시켜  주니 입도 즐겁지만  손이  호강에 바쳐서

 윤기가  반지르르 날 것 같다.

내 손은 이틀만 궂은 일 안하면 보들보들 , 야들야들  고운손이 되고

이쯤되면 내가  좋다는 티를 너무 내나?

오늘 낮에도  나오라고 하더니 돌솥밥에다  보쌈으로 외식 시켜주고

"나온김에 옷 한 벌 사자  카드 그리면 된다. 부츠도 사고"

"돈도 없는데 우짜노 괜찮은데?"

이쯤되면 내 입은 귀에 걸리고

"아이다 사줄라할때 사야지 그라모 싼걸로 하나 사지 뭐"

그리고 000 옷가게로 들어갔다.

첫 눈에 가죽코트가 마음에 쏘옥 들어

"요것 괜찮네 요것 입고  싶어 "

"얼마고? 와 너무 비싸다 백만원도 넘네?"

"치치 사준다고 하더니 내 맘에 들어야지"

"다른데도 돌아 보자 옷은 여러군데 돌아봐야 하는기라"

"점심시간도 지나고 회사 들어가려면 시간도 없다며 언제 돌아댕기노?"

"그래도 서너군데는 돌아댕겨 봐야지 "

이곳저곳 돌아댕겨 봐도  이상하게 아까 까망코트가 눈에 딱 들고 다른 건

꼭 시장제 같아 보이니 남편은 얼른 파리가 미끄러질듯한 옷매장으로

쏙 들어가고 나도  뒤따라 허겁지겁 따라 들어가니

"빨리빨리 골라봐라 '크로크다일'   요기 좋은 거 많네"

간판을 힐끔 쳐다 보고

ㅎㅎ 오랫동안 옷을 안 사 봐서 그런가? 감이 안 와 힐끔힐끔 거리니

아가씨가 와서

"요즘 인기 있는 스타일이에요. 겨울엔 토끼털 목도리 하시구요

봄, 가을이면 바바리 스타일이 되니 얼마나 실용적이고 좋아요. 잘 어울리겠어요 한 번 입어 보세요."

"이 옷 뚱뚱해 보이지 않을까?"

"아니에요 사모님 날씬하신데요? "

"소쿠리 비행기 태우지 말고 솔찍합시다 어째 제 몸무게가 57kg이나

나가는데 날씬하다고 해요 거울이 피피피 하고 웃네"

"아니에요 사모님 그 정도면 딱보기 좋아요."

" 옷파는 가게 아가씨 눈은 어째 거울눈하고 다르게

보이나 ㅎㅎ 벌거벗은 임금님표 눈인가?

어쨋거나 권하는 옷을 입어 보고  반코트, 자켓,롱코트,모직 투피스며

몇 벌을 입어 보고 

" 요렇게 입어 보고 안 사면  욕하지 않나?"

'아니에요 안 사셔도 괜찮아요"

'정말로 괜찮아요 가고 나면 욕을 바가지로 퍼 부울거면서..."

"얼른얼른 해라 고마 첨 입었던 거 그기 제일 낫더라"

"그러지 뭐 얼마예요?"

"40만원인데 세일해서 20만원 "

"무슨 세일이 다 50%야 그래놓고 받을 거 다 받는거 아닌가?"

"요기가 제일 싸요 옷도 제일 예쁘고 "

하며 사라고 부추기는  옆에 선 또 다른 여자, 작년에 구입하려 했는데 비싸서 못샀다는둥 아니 그러면 내가 입은 게 작년 것?  창고용?기분 좀 그렇네

"아니에요 신제품이에요 아줌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사모님 아니에요 이 상표를 보세요 "

"얼른 해라 회사 들어  가 봐야한다."

남편은 이상 야릇한 분위기를 빨리 가야한다며  재촉하며

난처해 하는 매장 아가씨를 기분좋게 만들어주려 했다.

 그래 남편의 성의를 봐서 고맙게 입어야지, 거울속의

모습도 그리 억울하게 뵈진 않고 그래 결정했어.

"입고 갈게요 날씨도 추운데"

매장 밖으로 나오면서 

"괜찮네 잘 어울리네"

하고 흡족해 하는 남편에게

"진짜가?  사모님 옷이 날갭니다 멋집니다 ㅎㅎㅎ"

자화자찬하고...

"엄마, 예쁘다"

가나도 칭찬을 다해주고 가나의 안목도 제법이다.

"가나 고마워 엄마 살 뺄게 운동 열심히 해서"

"그래 그래 요번엔 부츠 사러 가자.  폼 한 번 실컷 잡아봐라"

"그래 그러지 뭐 역시 사모님 모습으로 재탄생 했구먼"

 다음으로 간 곳이 금강제화 내 발 사이즈는 환상의

사이즈230 ㅋㅋ 굽이 약간 있는 브라운 색을 골라 신으니

왼쪽 발 복승씨 쪽이 조금 아파  검은색으로  235를   골라 신으니

딱 맞다 편하고

내 발이 좀 컸나? 가격은 18만원 그것도 카드로 그리고...

"자기야,  크리스마스 선물 고마워 정말"

"됐다 고마 집에 가봐라 회사 갔다가 저녁에 가께"

기분이 좋은 날은 배도 별로 안 고프다 

86년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바바리 하나에 300만원을

주고 사던 아주머니는 바느질 솔기가 제대로 잘 마무리

 되었는지도 안 보고

"아이보리 바바리 이거 싸 줘요."

하고 마네킹을 가리키며 두서너마디  하고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사던  아주머니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옷을 살 때마다 떠 올라  씁쓸하기도 했다.

 

ㅎㅎ 아직도 나는 20~30만원짜리 옷에 감동하고 가정경제를 걱정한다.

 

고현 사거리에는 대통령선거유세 차량이 혼을 빼 놓는 거리유세를 하고

오늘은 기호1번 정동영 후보의 거리유세가  겨울의 추위를 녹여 주었다.

나는 저런 선거유세가 재미있다   벽보에는 12명 후보가 나 붙어서

밋밋하고 심심한  벽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추위엔 뭐니뭐니 해도

 호떡파는 곳  붕어빵, 떡볶이, 오뎅 파는 포장마차가 겨울의 풍경을 

 따뜻하게 그림 그려 주어 좋고...

가나랑  몇 개의 가방을 들고 구경하며  집에 돌아오니

저녁 6시

전화벨이 울리고  남편은  저녁까지 해결하고 오겠다니

이만하면 오늘 우리 남편 최고 멋쟁이 아닌가  낮12시부터 밤까지 나를 기쁘게 해 주었으니 나는 무엇으로 화답하지?

  돌아오면 최상의 써비스를 해야겠는데

"얘들아,  오늘 저녁에 아빠를 즐겁게 해 드릴 최고의 써비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노가리하고 맥주요"

범일이의 대답은 일년 삼백육십오일 똑 같은 답이다.

"그래 상을 한 번 폼나게 차려 보자'

"우리 엄마 못 말려요 저렇게 단순하다니깐 "

귀염이가 궁시렁궁시렁

"야 니도 결혼 해 봐라 남편이 붕어빵 천원어치만 사다 줘도

 감동한다야 알겠냐?"

상 위의 노가리가  베시시 웃는다.

"야, 노가리 너도  우습냐?  다 그런거야  "

 

 

@@@@ 가난한 날의 행복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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