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칵테일사랑

이바구아지매 2007. 12. 27. 17:34

 

 

 

비가 내린다.

이런 날은 시간을  종잡을 수가 없다.

아침일찍 기차소리 알람이 울려줘야 하는데  창문에 아주 가끔씩 비가

부딪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겨울비는 날씨답지 않게 얌전하다.

마음울쩍 한 날이 되려나?

종일토록 비가 내리면 분위기 잘 타는 나는 싱숭생숭 할 것이다.

"여보, 10분이야 출근준비 해 줘"

"아니 벌써 10분이라고? 큰일났네 언제 준비다하냐?"

"뭐 천천히 하면 되지"

"천천히 하면 회사 안 가겠단 소리?"

"밖에는 촉촉히 비가 내리고 이런 날 회사 가기 싫다 그냥 우산 쓰고 거리를

쏘다니던 그 때가 생각나네 마음이 울쩍한 날 거리를 쏘다는 게 제일좋은데

그렇제? 각시야 우리 오늘 회사 빼 먹고 데이트나 갈까?

너긋하게 누워서 딩굴다가  ..."

"하긴 회사 가기 싫겠지 나는 회사도 안가는데  혼자가고  날씨까지 이러니..."

평소대로 떡국을 끓이고 옷과 양말을 챙기고 물을 데우고

남편은 떡국을 먹고

"아니 5시15분밖에 안 되었네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괜히 설쳐댔잖아"

"그래 근데 왜 일찍 깨웠어 ?"

"아까 내가10분이라고만 했지 6시10분이란 말 안했어"

"기차소리는 ~"

"웬걸 기차소리는 못들었는데 ..."

"시간은 넉넉하고 잠은 깨고"

"에이 아까 꿈궜는데"

"무슨 꿈?"

"응 우리동네 만이아저씨가 하늘나라 간 꿈  참 안되었어 막 울고 있는데

자기가 깨웠단 말이야"

"왜 만이아저씨 죽는 게 그리 슬펐어?"

"응 그 아저씨 얼마나 착하고 불쌍했는데 알잖아 현숙이하고 양숙이,주원이

세 아이들 두고 일찍 아내가 죽었잖아 암으로 내가 국민학교5학년때

죽었으니 아이들이 어려서 막내 주원이는 그 때 겨우두살이었지

그  날 상여가 나가는데 동네사람들이 더 많이 울었어

그 집 사정이 하도 딱해서  ...세월은 참 잘도 흘렀어

사는 사람은 어찌해도 살게 되어 있다는 말이 맞아  만이아저씨 내가 고등학교3학년말엔가 돌아가셨어 아내가 없는 사람은 일찍 돌아가신다는 말이 맞는지

그 아저씨 꿈을 꾸었어 "

"그 아저씨 니 연애편지 배달 많이 해줬제"

"우리 아버지가  심하게 단속하니 그랬지 연애편지는?  위문편지지 ㅎㅎ"

밖에는 비가 느긋하게 내리고  ...

"칙칙폭폭 "

알람소리가 나고

"아이들 공부 좀 제대로 시키고 겨울방학을 제대로 잘 보내야 일년이 수월한거

알제 특히 귀염이 이젠 고등학교 진학하는데 잘해야지 원하는 대학도 가고"

"잘 알겠습니다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가나도 올 겨울이 중요하고, 범일이도 이제  6학년이면 예비중학생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는건 엄마가 잘 해야 하는 것  잘 보살펴 문제 생기면 빨리 이야기하고 "

 

다른날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니 별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를 많이 주워먹는다고?

 

남편이 출근하고 촉촉한 비를  손바닥에 받아 보며 기름 냄새 나는

신문을 빼어 들고 종종 걸음으로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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