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연 정 이

이바구아지매 2007. 12. 28. 17:14

 

 

"안녕하세요? 저 연정이에요 범일이 좀 바꿔주세요"

"왜 그러니?"

"도서관에 공부하러 갈려구요"

"범일아, 연정이 친구가 도서관에 가자는데? 전화 받아 봐"

"그래  그래 알았다  그래 내일 도서관에서 10시30분에 보자"

아들은 약속을 퍽 내지른다.

"범일아, 연정이가 누구야?"

'우리반 친구 "

"그런데 방학때 도서관에 가자고? 공부벌레냐? 공부를 얼마나 하는 친구니?"

"10등안에 들어요"

"혹시 연정이가 범일이 좋아하는거 아니냐?"

"아니요"

"그래?"

이런 전화가 며칠째다.

하루에 4~5회이상 전화를 해 대는 폼이 아무래도

범일이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범일아, 엄마가 보니 연정이가 널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넌  연정이

어떠니? 좋으면 좋다고 말해도 돼 첫사랑의 기분은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좋다고 생각되면 방학때 도서관에 같이 다닐래?"

"그런 것 절대로 아니에요. "

"그럼 연정이가 어떻게 생겼냐? 궁금해 많이 귀여운아이? 예쁜아이?

사랑스런아이?"

" 그냥 가나만큼 생겼어요."

연정이가 12월25일에

멕시카나 통닭집 앞에서 12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범일이한테 날마다 전화가 온 여학생은 처음이다

엄마가 더 설레이니 참 웃긴다.

아이들을 여럿 키우다보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교우관계며

여러가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딸들의 재미있는 학교이야기며 남학생이

딸들이   좋아서 뒤꽁무니를  쫓아다닌 이야기도

무진장 많지만 아들은 유치원 이후론 처음이다.

연정이랑 만나기로 한 약속은 12월25일 크리스마스로

25일이 되자 누나둘은 범일이에게 망고삼푸로 머릴 감기고 패션도 폼나게

입혀주고 멋지게 드라이까지  해 주었다.

데이트비용도 5000원을 주었다.

두시간쯤 뒤에 범일이가 돌아와서 어찌나  궁금한지 어디서 데이트를 했느냐 물으니 참 어이없게도 동네길과 옥수동길을 실컷 걷기만 했단다. 떡볶이만 사 먹고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떡볶이를 연정이 혼자만 사 먹더란다.

범일이는 옆에 서 있으라고만 하고

"아니 먹어 보라는 소리도 안 했어? 네가 먹기 싫다고 했겠지"

"그냥 옆에 서 있으라고 하던데 계속 우리집이 어디냐고 따라오겠다고 해서

돌려댄다고 얼마나 혼났는데 옥수13길로 갔다가 19길을 갔다가18길을 가도

자꾸만 따라오는거야 그래서 남의 집앞에 아빠 이름이랑 비스한   문패가 보여

우리집인척 하고  대문으로 쏘옥 들어가며 가라고 했는데

안 가고 서 있는거야 할 수 없이 다시 나와서 몇 번이나 다른길로 갔는데도 따라와서 계속 가라니 안 가고 따라만 다닐거래 "

"데려오지 어떤  친군지 보고 싶은데? 사이좋게 놀면 되지"

"싫어요.그냥 그 애 성격이 별로더라구요. 먹기만 하고 살도 찌고"

아직 아들은 연정이의 고운 마음이 안 보이나 보다.

우리가족은 그 이야길 하며 배꼽을 잡았다.

남편도 싱글벙글 했다.

"연정이랑  잘 해 봐라 이제 우리 아들 여자친구가 생기는건가?"

"마음이 예쁘지 않대요  떡볶이도 혼자 먹는다고???"

 

내일 또 연정이는 전화하겠지 올 겨울에 연정이는 전화통에 불을 낼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슬그머니 말겠지

범일이에게도  작은 이야기가  고운 추억으로 남으려나?

~봉선화 연정 ㅎㅎ ~

하필이면 봉선화 연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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