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내가 찾는 아이

이바구아지매 2007. 12. 29. 15:48

 

오늘은 내 생일이다.

엄마는 멋진 2단케?을 만들어서

 "지은아, 생일 축하해"

라고 새겨 주셨다.

우리집이 제과점이라서 너무 좋다.

우리반 친구들은 모두가 내 생일에 초대 되었다.

옆반 친구들도 몇몇은 오기로 했다.

우리선생님도  생일에 오셔서 축하해주셨다.

나는 선생님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책도 선물 받았다.

"지은아, 생일 축하해 늘 갈매기처럼 높이 날아오르는 갈매기가 되렴

독서를 많이 하는 지은이의 미래는  예쁜 동화같은 곳일거야

늘 예쁜 지은이에게 박 한권선생님이"

이 정도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친구 나영이는 토끼 머리띠를 주었고,소현이는 작고 예쁜 손가방을,아빠가

인도에 출장을 갔다 오시는 길에 사다 준 마술거울을 선물한 소연이

경률이는 노트랑,연필, 대성이는 책받침과 카드, 샤프연필을 선물로 주었고

윤희주,이 희주,수정이,수완이,수범이등 친구들이 우리집 제과점을 가득

채웠다. 나는 오늘 주인공이다.

이렇게 많은 선물은 생전처음 받아 본다.기분이 좋아서 하늘을 나를 것만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대한이가 장미꽃 한다발을 선물로 주었고

"지은아, 친하게 지내자 나, 네가 좋아 진짜로 ㅎㅎ"

이렇게 적어 놓은 카드랑 함께...

내 생일잔치는 풍선이 날아 오르고 폭죽이 터지고 친구들이 불러 준 축하노래랑 박수소리에 마치 내가 공주가 된 것도 같고 대한이랑 결혼을 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어서빨리 어른이 되어 대한이랑 결혼하고 싶다.

엄마는 내가 대한이가 좋다고 하자 조금 아쉽다고 하셨다.

엄마는 우리반의 배성빈이를 더 좋아하셨다.

성빈이 아빠는 서울대학교를 나오셔서 그렇다는 걸 나도 안다

성빈이 엄마도 유명한 음대를 나오셨다고 들었다.

왜 어른들은  부모의 직업이랑 학력을 처음부터 묻는 것일까?

참 이상하다.

엄마는 또 홍성업이도 좋아하셨다.

참 귀엽게 생겼단다.

성업이 엄마도 나랑 성업이가 친했으면 좋겠다고 가끔 그러신다.

엄마는 나 보고

" 성빈이도 좋고 성업이도 좋은데 어쩌나?"

ㅎㅎ 그건 우리 엄마의 생각이다.

엄마의 스타일이다.

처음 입학하던 날부터 날 보고 웃던 대한이의 밝은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랑 대한이는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데  대한이가 피아노학원에 함께 간 날이면 피아노도 훨씬 잘 쳐진다.

대한이가 결석이라도 하면 피아노가 잘 안쳐지고 재미도 없다.

대한이가 안 보이면 궁금하고 걱정이 된다.

이름도 좋고 대한이의 눈,코,귀,입,손,발도 좋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대한이랑 결혼해서 대한이가 출근을 하고

나는 밥하고 반찬도 하고 집 청소도 하면서 대한이가 집에 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참 재미있다.

오늘도 대한이가 내 옆에서 같이 손 잡고 케�을 잘랐다.

엄마는 친구들을 위해서 밀크쉐?,팥빙수,아이스크림, 그리고

치킨과 크레커도 직접 만들어주셨다.

친구들은 배가 터질것만 같다고 했다.

모두가 축하 해 주어서 고맙다.

더 고마운 것은 대한이가 와 준 것이다.

나는 오늘은 오랫동안 잊지 않을 것이다.

"대한아, 나 기다려 줘 어른이 될때까지 알았지?"

 

 

이 일기는 큰 딸 지은이가 초등학교1학년 생일날 쓴 일기글이다.

지은이는 참 명랑한 아이로 하루에 13~15장의 일기글을 써 내려간 아이다.

자기의 의사 표현을 숨기지 않고 썼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일기장을 모았다.

지금 읽어봐도  재미있다.

다섯이이들이 내게 준 즐거움은 바로 이런 것

연필로 쓴 일기장이 희부옇게 세월을 뭉개고 있어 안타깝지만

삐뚤빼뚤 거리는 글씨가  정겹다.

우리집 가장 소중한 가보1호

 

날씨도 꽁꽁 얼어 붙은 날 아이들이랑 지나간 이야기로  훈훈하게

겨울을 지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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