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거 제 도 연 가

이바구아지매 2008. 1. 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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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1학년 가을에  국민학교 앞 언덕배기에서

 

코스모스가  예쁜가?

단발머리 소녀들이 더 예쁜가?

 

옛날옛날에  ~~ 라는

이야기속에 나올법한 그런 마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진속의 풍경들입니다.

 

코스모스가 가득 핀 국민학교  언덕배기입니다.

그 학교는 제가 다녔던  연초국민학교입니다.

코스모스를 닮은 소녀들은 지금 중년의 아지매가 되었습니다.

친구 정미는   미국의 보스톤으로 이민을 가버렸구요.

다른 친구들도 전국적으로 퍼져 살고 있습니다.

 

추억속의 별을 헤며 나오는 이름처럼

영선이, 정미, 명숙이,남순이, 숙남이, 영혜, 수연이가  서쪽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사진속을 들여다보니 아주 소중한 것을

발견하게  되는군요.  우리가 사진을 찍은 언덕배기 아래로 신작로가 있었어요.

저 길로 서쪽으로  약 30분 가면 거제대교가 나왔고 그 다리를 지나면

부산,서울로 갈 수 있는 통영이었습니다.

신작로는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도로였구요. 차들이 지나가면

온통 먼지를 뒤집어 쓰고 우리를 태워다 주기도 하였습니다.

차는 털털거리며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덜컹거렸구요.

 

참 이 사진속에 아주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바라 보이는 초가집들입니다.

아주 작은 초가집들  ... 저 마을이 거제시 연초면 관암마을 ... 작은 초가집들엔

누가 살았을까요?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흥남피난민들이  피난을 와서 마을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사진속에는 많은 집들이 안 보이지만 제가 다닌 국민학교 가는 길은 양쪽으로

피난민들의 집들이 즐비하였습니다.

서너평인 하꼬방 집들이 길 양쪽으로 나란나란히 학교 가듯 있었습니다.

그런 집들 속에서도 일본식 집들도 몇몇채  있었는데  일본식 이층집들은

작지만 이뻤고 규모도 알콩달콩 내부가  실속이 있었습니다.

일본식 집들은  내부에 다다미가 있었고 화장실도 푸세식이지만

집 안에 있어 참 아기자기하고 편리하며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식 집들은 오래 된 기와집이었고 벽에는 시멘트를 콕콕 쏜듯한 오돌토돌한 모습이 자연스런 아름다움으로 기억납니다.

이 곳은 작은 시장길이기도 하였습니다.

 

풀빵을 구워팔던  내 짝 재한이와 날마다 군복만 입은 모습이던 그의 삼촌과

특별하게 함경도식 풀뻥맛을 내던 재한이할머니,

아침마다 살게 있던 없던 들려서 문씨상회 아저씨 아주머니 정신 다 빼 놓던 우리들,

가끔씩은  집에서  암닭이 낳은 몇 개의 계란으로 노트도 바꾸고  왕사탕 한 알도  얻어 먹었던,

 없는 게 없었던 문씨상회며 아버지가 면서기로 근무하시던  연초면사무소며

1원으로 별별 불량식품을  다 살 수  있어 인기 많았던 상호도 없는 학교 앞 '할배,할매집'   그 가게는 꼭 마법을 걸어 차린 가게같았습니다. 울긋불긋한  색깔색깔로  쪽쪽 짜서   빨아먹는 액체 ,,쫀득이며, 콕 깨물어 부셔 먹으면 속이 텅빈 공갈사탕이며 여러가지 불량식품들이 할배,할배가 선자리 앞 뒤로 가득하였습니다

언젠가 나는 그런 기이한것들을  많이 먹으면 마법할매가 되어 마술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나를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씩 하였습니다.

 

사진관, 이용원, 대폿집, 관암식당, 그리고 6촌 이모가 살았던 그 파란대문집이... 내 기억속에 별별 것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이 곳 관암마을(시장통)은  작은 흥남의 마을이었습니다.(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피난민들이었습니다.

 내 초등학교 친구들도 이 곳에 살았던 친구가 몇몇 있었습니다.

"38선 문 열어 다오 나 이북 갈래요"

하고 속이 상하면 이북말로 악을 품고 고함을 내 지르던 금순이엄마도  이곳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제법 흘렀습니다.

73년도부터 조선소가 들어왔고 이곳 사람들은 각자 가고 싶은 도시로 떠나갔습니다. 날마다 이북말씨를  경상도 말보다 더 많이 듣고 학교로 갔던 시절이었습니다.

"너그들 학교 싸게싸게 가라우, 잘못하면 지각하지비"

하고 하회탈처럼 웃으시던 이곳에 마지막까지 만물상회를 하며 살고 계셨던

문씨상회 아저씨도 이제 하늘나라로  떠난지 오래되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내레 꼭 고향 가 봐야하지 않겠소  암 꼭 가봐야 하지비"

라시던 문씨상회 아저씨 목소리는 아직도 귀에만  쟁쟁합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습니다.

내가 찍었던 사진한장도 작은 역사를 말해주는 아릿한 추억의 그 길이

됩니다. 학교 가는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하꼬방집에 살았던 흥남사람들,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서울,부산, 대구, 대전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갔을겁니다.

이제  그들에게는  이곳이 고향인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내 친구인 재환이, 금순이처럼요.

선배들도 많았는데  상천이오빠,동현이오빠,개똥이,  현숙이언니,민자언니도 있었습니다.

내가 다닌 연초중학교는 특1회부터 6회까지가 있습니다.   피난 오신 선배님들이  다닌 기수들이십니다.

우리중학교가 다른 학교랑 다른점은 바로 이런점이었습니다.

지금도 동문회에 가면 연세지긋한 그분들이 하얀 머릴 날리며 웃으며 학교에 오십니다. 너무도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6,25가 남겨 준 특별한 동네이야기가 가득 퍼져 있는 학교 가는 길.

ㅎㅎ 오늘은 그 동네 이야기를 한 번 해 보았습니다.

 

 거제도는 6,25 이후의 흔적이 정말 많은 곳입니다.

지금은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나를 행복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긴긴 겨울에 지나간 이야기로 수다를 떨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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